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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K-뮤지컬마켓'에 드러난 한국뮤지컬의 명암

  • 입력 2021.11.10 10:2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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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한국뮤지컬이 100% 투자 시스템 정착을 위한 글로벌 마켓 사업을 시작한다. 제작사의 자금 안정으로 제작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포부인데, 다만 그를 위해 '검증된' 작품과 배우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뮤지컬계의 정체를 예고하는 것 같이 위험하다.

10일 오후,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2021 K-뮤지컬국제마켓의 사전 스페셜 피칭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신춘수(오디컴퍼니 대표이사) 총괄 프로그램 디렉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유통팀 이정은 팀장이 참석했다.

2021 K-뮤지컬마켓은 뮤지컬의 국내외 투자를 촉진하고, 기획 개발 단계에서 해외 유통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친 투자기반을 마련하여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21년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으로, 오는 24일~26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내 자유소극장, 인춘아트홀, 컨퍼런스홀, 서예관 3층 등에서 진행된다. 참가 대상은 국내외 뮤지컬 제작사, 투자사, 벤처캐피털 등이며 유료 등록 예정이다.

정보제공 프로그램은 국내외 뮤지컬 산업 주요 이슈 및 동향을 제작자, 투자자 등으로 세분화한 구성의 콘퍼런스, 라운드테이블 및 강연으로 진행되며, 투자 컨설팅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1:1 비즈니스 미팅’, 5인 내외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집중 투자 상담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투자 상담회’로 구성된다. 

또한, 국내외 뮤지컬 제작사, 투자사, 벤처캐피털 등 뮤지컬 공연 투자사 및 뮤지컬 IP 투자가 필요한 인접 콘텐츠 산업 투자 관계사를 대상으로 피칭,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K-뮤지컬의 국내외 투자 활성화와 해외 진출, 제작 초기 단계의 미완성 작품 투자를 활성화하여 안정적인 뮤지컬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웹툰, 소설 등 인접 콘텐츠로 뮤지컬 사업을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피칭 프로그램 ‘뮤지컬 드리밈’은 이미 완성된 뮤지컬 작품뿐만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제작 혹은 투자의 기회를 모색하거나 인접 콘텐츠 분야에서 뮤지컬로 작품개발 중인 총 22개 작품을 선정하여 뮤지컬 제작, 투자 관계자에게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예경에서는 피칭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준비금과 함께 교육과 멘토링, IR자료 제작 등을 지원하며, 본 행사의 피칭 프로그램 경진은 미완성 작품 10개 작품, 완성 작품 11개 작품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각 경진에서는 우수작에 대하여 총 4,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신춘수 프로듀서는 오디컴퍼니의 성장사를 예로 들며 K-뮤지컬국제마켓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오디컴퍼니의 초창기, 투자가 거의 없어 개인 자산이나 친분을 이용해 제작비를 만들었다며 ‘사랑은 비를 타고’, ‘더 리허설’, ‘그리스’, ‘킹앤아이’ 등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2004년 대기업 CJ의 공동 제작으로 비교적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100% 투자가 아닌 탓에 리스크를 안고 있었고, 브로드웨이에서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한국형 파트너십 투자모델을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2014~2016년까지 투자가 50%대였다면 2018년 이후 100%가 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셧다운 사태를 겪었던 ‘드라큘라’, ‘맨오브라만차’를 제외하면 오디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들은 최근작 ‘지킬앤하이드’까지 투자사 수익이 평균 20%~30%대로 매우 높았다.

현재 평일까지 일괄 15만원(VIP석 기준)으로 오른 대극장 티켓 가격은 관객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고 접근성을 떨어뜨리는데, 물가인상 및 여러 사정이 티켓가격에 영향을 준다지만, 티켓가격이 투자사의 수익과도 직결되는 만큼 객석 가용률 100%를 회복하더라도 다시 내릴 기미는 없어 보인다.

 

어쨌든 100% 투자 기반이 절실한 이유는 한국 특유의 시장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신춘수 대표는 “브로드웨이는 100% 투자 시스템이다. 다만 투자가 결정되기까지가 굉장히 어렵다. 또한, 브로드웨이는 오픈런(폐막을 정해놓지 않고 진행되는 공연)이어서 하나가 성공하면 쭉 갈 수 있지만 우리는 리미티드런(기간을 미리 정해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검증된 배우와 작품에만 투자할 수 있다. (오디는) 투자에 성공하면서 글로벌IP로 개발하고 있는 작품을 투자 단계에서 파트너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제작할 수 있었다.”며 “해서 한국형 파트너십 투자모델로 오디의 성공 모델을 도입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를 위해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를 중심으로 회원사들의 대표작, 신규 창작 작품, 신규 라이선스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뮤지컬 투자 전문회사 SPC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SPC의 주주는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다. 작품의 흥행 실패로 제작사 대표가 ‘튀는’ 경우가 최근까지도 발생했던 만큼 신춘수 대표는 “제작사도 어느 정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런 검증된 제작사를 회원으로 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로 SPC를 운영하면서 사업을 관리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신춘수 대표는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제작사의 대책으로 “절대적인 기준은 작품의 완성도과 경쟁력”이라며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뮤지컬의 해외 경쟁력에 대해서는 “창작 작품이 대부분 대학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난타’를 만들어 브로드웨이에 갔다. 오프브로드웨이(100~500석 규모의 작품, 브로드웨이 진출 교두보로 통함)였는데, 오프는 오프오프(오프오프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의 상업적 형태를 지양하는 성격)와는 다르다. 대학로에서 만든 작품들은 분명히 오프를 겨냥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제작자가) 확신이 있을 때 만들어야 하고 투자가 확실할 때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 해서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또 지금은 공연장을 정해놓고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언젠가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디컴퍼니는 올해 초 20주년 라인업을 공개한 바 있다. 거기엔 '맨 오브 라만차', ‘지킬앤하이드’, ‘스위니 토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을 비롯해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자체 신작 4편, 라이선스 신작 등이 포함됐다.

신춘수 대표는 작품의 신작 개발에 대해서도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자, 기존에 검증된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펜레터’ 등 그렇게 성공 가능성이 큰 작품을 라인업에 놓고 창작이나 신작에 100% 펀딩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라며 “불안정성을 없애는 게 한국뮤지컬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작품을 잘 만들려 노력하고,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뮤지컬 시장은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3천억 규모로 정점을 찍었는데, 실질적으로 한국뮤지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형 제작사의 작품은 해외 라이선스 비율이 압도적이다. 하여 제작사마다 자체 제작 작품에 '창작' 뮤지컬이라 붙이는데, 한국영화, 한국드라마라고 창작영화, 창작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없고,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라고 그 탄생이 창작이 아닌 작품이 없는데, 오죽 그 수가 없으면 '창작'을 따로 붙여 구분해야 하는지 실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또한, 신춘수 대표는 제작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100% 투자가 필요하다며 검증된 배우와 작품을 강조했으나 이는 역으로 참신한 시도, 새로운 소재 발굴, 인재 양성에 취약할 수 있다. 비단 상업적 행위라고는 하나 엄연히 문화예술 분야인 만큼 더러는 리스크를 감수한 실험과 도전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도네이션, 사회적 책임이다. 

 

무엇보다, 한국뮤지컬은 소재 발굴에서부터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오디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인 '지킬앤하이드', 스위니 토드', '맨 오브 라만차'는 물론 향후 제작 라인업을 살펴보면 ‘해저 2만리’, ‘위대한 개츠비’, ‘위더링 하이츠’, ‘리처드 3세’ 등 소설원작 작품과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대결 구도를 그린 ‘피렌체의 빛’, 2012년 미국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친 ‘요시미 배틀 더 핑크 로봇’, 동명의 영화원작으로 브로드웨이와 한국 동시 개막을 목표로 제작되는 ‘싱 스트리트’ 등에서도 그렇다.

국내 최대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 레퍼토리인 '모차르트!',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이 모두 미카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이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빠지지 않고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의 넘버는 '자기 복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신작 '엑스칼리버', '웃는 남자' 등의 자체 제작 작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국뮤지컬이 토니상을 차지한들 개운하게 웃을 수 있을까. 

이날 브리핑 중에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한류 콘텐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 뮤지컬도 글로벌 마켓을 염두에 둔다는데, 두 작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은 그들에게는 낯선 한국문화임에도 독창적이고 기발한 발상으로 만국 공통의 화두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신춘수 대표가 강조한 검증된 작품도 아니고 마블 제작진은 1도 없다. 그럼에도 '오징어게임' 속 낯선 한국의 놀이문화를 세계인이 즐기기에 이르렀고 작품은 1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한국뮤지컬 시장을 주도한다는 대형 제작사들이 작품의 근간인 소재 발굴에 무능과 게으름을 드러내고 있진 않은가. 만약 미국 제작사가 홍길동전을 제작한다면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정서를 한국에서보다 완벽히 표현할 수 있을까. 검증된 원작이랍시고 우리는 왜 그것을 고집하는가.

100% 투자로 인한 제작사의 안정적 운영, 분명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투자를 위한 안전을 최우선해서는 그 덕에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 한들 그 역시 결국은 상업적 안전 장치를 요구할 것이다. 향후 'K-뮤지컬마켓'이 성장한다면 그 순기능을 넘어 자칫 실험과 도전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진 않을지, 악역향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모든 예술은 정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공연제작사의 명운은 검증된 '배우빨', '원작빨'이 아닌 혁신에 살고 죽어야 정답이다. 그 모든 좋은 예가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에 있었고 더블케이 연극학교와 같은 '찐' 문화도네이션도 있다. 여전히 대학로는 한국공연의 메카다. 덩치만 크다고 형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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