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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터뷰] 황건하, '라비던스' 넘어 배우의 시작이 기다려지는 이유

  • 입력 2020.07.28 19:0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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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업계 관계자들의 ‘PICK’ 인증으로 앞으로의 활약을 주목해볼 만한 예비 스타를 소개하는 시간, 연예투데이뉴스의 [PICK!터뷰] 세 번째 주인공으로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고영열, 김바울, 존노, 황건하)’의 막내 황건하를 만나본다.

황건하는 3년 만에 돌아온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 JTBC ‘팬텀싱어3’를 통해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신예다. 97년생으로, 군 전역 후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2학년 휴학 중이다. ‘팬텀싱어3’에서는 뮤지컬 원석, 루키 등으로 소개됐다. 특이한 점은 그런 황건하가 배우 홍광호, 김선영, 김우형, 최민철, 윤공주, 조정은 등 공연계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송혜선 대표) 소속이라는 점이다. 앞서 배우 조승우가 데뷔부터 무려 17년간 몸담은 곳이기도 하다.

먼저 두 사람의 인연을 거슬러보면, 한세대학교가 개최한 전국 대학교 재학생 대상, 제1회 뮤지컬 콩쿠르에서 송혜선 대표와 황건하는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처음 만났다. 이때 황건하가 부른 곡이 ‘팬텀싱어3’ 첫 무대에서 선보인 뮤지컬 ‘영웅’의 넘버 ‘장부가’다. 당시 황건하가 콩쿠르 1등을 한 건 아니었지만 송혜선 대표는 그동안 많은 배우와 함께한 경험에서 일명 ‘촉’이 발동했다고 한다. 송혜선 대표는 “항상 느끼지만, 인연이 될 사람은 첫눈에 운명 같은 느낌이 있다.”며 “황건하 씨도 그랬다. 정말 아직 어린 나이인데 성량도 좋고 배짱이 있더라. 앞으로 대극장 배우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말 그대로 인연이 될 운명이었는지 얼마 후 두 사람은 뮤지컬 ‘아이다’ 관람으로 우연히 다시 만난다. 이후 식사를 함께했는데, 황건하의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이 송혜선 대표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식사자리에서 ‘이 사람과 같이 가야겠구나’ 마음을 굳혔다는데, 이날 황건하와 동반했던 한 관계자가 황건하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만큼 “군대 다녀온 뒤에 PL에서 활동하게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네면서 송혜선 대표가 직접 황건하에게 의사를 물었고, 다음 주 입대를 코앞에 둔 상태로 기꺼이 전속계약을 맺었다.

 

공연계에서 PL엔터테인먼트는 가요계 SM, 빅히트 정도의 무게감이다. 얼떨결에 또래들의 부러움을 살 진로가 결정된 셈인데, 어쨌든 덕분에 군 생활에서도 안정감이 컸다고 한다. 너무 큰 회사라 생각도 못 했었다는 황건하는 “정말 갑작스럽기도 했고, 곧 군대도 가는데 ‘왜 나를?’. 계약한 후에도 ‘정말 계약한 것이 맞나’, ‘대단한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저를 왜 데려가셨냐’고 대표님께 몇 번이고 물었다. 지금도 가끔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PL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겹치기 출연이 없기로 유명하다. 출연작과 차기작 사이도 제법 여유를 둔다. 한 작품을 끝내면 완전히 비우고 충전해서 제로 세팅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좋은 연기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이 결국 배우의 장기적 플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송혜선 대표의 오랜 매니지먼트 철학이다. 황건하의 경우 전역 후 바로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학교 복학을 권했다. 이제 막 스물 초반이라는 나이와 배움과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팬텀싱어3’ 출연 역시 그 연장선이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황건하를 선보일 무대가 하필 고품격 음악 경연으로 꼽히는 ‘팬텀싱어’인 만큼 이미 눈높이가 다른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한 번의 실패가 뮤지컬 무대 데뷔도 전에 좋지 않은 꼬리표로 남을 수 있어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흔히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을 두고 크로스오버 팀 팬텀싱어 결성이 목적이라기보다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하는데, 물론 100%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라도 좋을 때 할 수 있는 소리다. 안 나오느니만 못한 경우도 제법이다.

▲ 사진=JTBC '팬텀싱어3' 캡처

특히 이번 시즌은 참가자들의 실력이 역대급으로 꼽히는데, 이제는 자신의 인생곡이 된 ‘장부가’로 묵직한 첫인상을 남긴 황건하는 연극학과 출신이면서도 완성형 보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한, 소리꾼 고영열과의 그리스 곡 'Ti pathos'는 색다른 탈바꿈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후 매 라운드에서 만난 형님들과의 작업은 황건하의 보컬에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유연함을 더해주었고, 4분의 무대를 위해 모두가 올인했던 치열한 경쟁 속에 끈끈한 동료애와 단합을 경험하기도 했다.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서 많은 동료, 스태프와 함께하게 될 황건하에게 무엇보다 값진 배움이 아닐 수 없다. '팬텀싱어3' 출연으로 잃을 것보다 배움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한 송혜선 대표의 신의 한 수가 보기 좋게 적중한 셈인데, 이는 황건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송혜선 대표는 “건하 씨가 결승까지 올라가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같이 출연한 형님들에 비하면 정말 신인 아닌가. 늘 ‘여기까지만 해도 잘한 거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얘기했었다.”며 “실제로 ‘팬텀싱어’를 하면서 건하 씨의 발성이나 소리가 더욱 단단해지고 스타일도 다양해졌다. 또, 여러 사람이 한 곡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앞으로의 건하 씨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결과적으로, ‘팬텀싱어3’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건하에게 늘 신선한 얼굴을 찾는 공연계가 반응하는 것은 당연했다. 일명 ‘방송 버프’가 뜨거울 때 데뷔를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송혜선 대표도 황건하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먼저 송혜선 대표는 “방송 후에 작품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공연 작품과 콘서트 일정을 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신인의 자세로도 옳지 않다. 지금은 ‘팬텀싱어’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본인의 것으로 잘 다져놓는 것이 먼저”라며 “지금의 최우선은, 조만간 콘서트가 예정된 만큼 방송을 통해 응원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자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미 경연 라운드를 준비하듯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기대해주시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또한, 황건하는 “‘팬텀싱어3’를 하면서 다양한 발성을 배우고, 그것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자체가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한 부분이다. 뮤지컬 배우라는 최종 목표가 있지만, 성급하게 작품에 들어간다면 혹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려 한다. 당장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일단 ‘팬텀싱어’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면서 저 자신을 먼저 가다듬을 시간을 갖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오히려 중요한 시기인 것 같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배우로서도 꼭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황건하는 이번 '팬텀싱어3'를 통해 뮤지컬 배우의 필수 요소인 보컬 실력에서 분명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가수여도 뮤지컬 무대에 와서 신통치 않은 이유는 결국 연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다시 상기해보면 애초 황건하의 전공이 연극학과라는 점이다. 앞으로 '팬텀싱어', '라비던스'라는 유명세는 황건하를 더욱 신랄한 평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할 테지만, 원석으로 충분히 빛난 만큼 보석으로 더욱 빛날 무대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봄 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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