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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터뷰] 연극 '돌아온다' 김준호·김민진, "현장의 모든 게 배움이죠"

  • 입력 2020.06.10 14:1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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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돌아온다’에 출연 중인 신인배우 김준호, 김민진이 연예투데이뉴스와 인터뷰로 만났다.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하 '더블케이')의 연극 '돌아온다'는 경기도 외곽의 한 식당 '돌아온다'를 배경으로,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여러 인물의 사연을 통해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향수를 담는다. 2015년 초연으로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연출상을 차지했고, 2017년 영화로 개봉돼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경쟁 부분 금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일부터 올해 삼연을 선보이고 있는 연극 ‘돌아온다’는 관객들 사이 ‘한 번은 꼭 봐야 할 작품’, ‘가족과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히며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연극 ‘돌아온다’는 초연부터 함께한 베테랑 배우들을 비롯해 올해 막 연극 무대에 데뷔한 신인배우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주인남자 역에 강성진, 정상훈, 욕쟁이 할머니 역에 김곽경희, 청년 역에 김수로, 김결, 스님 역에 리우진, 최영준, 여선생 역에 박현정, 강유미, 신여사 역에 유안 등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노련함과 호흡으로 작품을 이끌고, 여기에 김정환, 김준호, 진윤우. 강별, 김민진, 정사라, 송서린, 김원중, 윤대성, 조가비, 윤호정, 김민성 등 ‘될성부른’ 십여 명의 젊은 배우들이 극에 활력을 채운다.

그중 연예투데이뉴스가 만난 배우는 ‘아들’ 역의 김준호, ‘화영’ 역의 김민진이다. 본지가 이들을 [PICK!터뷰]에 선정한 이유는 더블케이의 수장이기도 한 ‘김수로’s pick’이기도 한 이유다.

 

김준호는 더블케이 연극학교 5기 출신으로, 수료와 동시에 지난 1년여 동안 연극 ‘정의의 사람들’, ‘밑바닥에서’, ‘황야의 물고기’, ‘까사 발렌티나’ 등 더블케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작품 대부분에 출연할 정도로 촉망받는 신예다. 또한, 김민진은 모델테이너를 지향한 SBS플러스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 출연을 계기로 모델 겸 배우로 활동 중이다. 방송 당시 시청자가 직접 뽑은 DREAM pick상의 주인공이 되면서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후 본격 연기자의 꿈을 품고 연기 수업에 매진하던 차, 프로그램에 멘토로 출연한 김수로와의 인연으로 더블케이 제작 연극 ‘밑바닥에서’와 ‘돌아온다’에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발탁됐다.

마음만은 뜨거운 열정으로 이제 막 배우의 길에 올라선 스물일곱 동갑내기 배우 김준호, 김민진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7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을 마친 후 두 사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준호는 지난 2018년, 연극 ‘돌아온다’를 접하고 그때부터 ‘아들’ 역할이 너무나 하고 싶었단다. 관객으로 만났던 ‘돌아온다’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김준호 : 선욱현 작가님의 작품이고,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이 막걸리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요. 그리운 사람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사람들이 가게에 계속 오는 거죠. 저는 이 작품을 2018년에 세 번 봤거든요. 그때 느낀 게, 물론 작품도 정말 좋았지만, 집에 돌아가면서 엄마, 아빠한테 전화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공감도 되고, 그냥 엄마, 아빠가 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연극 ‘돌아온다’는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밀도를 채운다. 언뜻 과장된 듯하면서도 한편 세상 어딘가에는 하나둘 꼭 있을 법한 인물들이어서 보편적 공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극 중 스님의 과거사는 그렇게도 많은 우여곡절을 한 사람이 겪을 수 있을까 믿기지 않지만, 오히려 이 캐릭터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선욱현 작가의 친구가 모티브다.

김민진 : 스님 독백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있을 수 있을까’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실제로 작가님 친구분의 이야기라고 해서 정말 신기했고, 아마 이런 막걸리집이면 어디든 ‘청년’ 같은 사람은 무조건 있을 것 같은 거예요(웃음). ‘청년’뿐만 아니라 다들 캐릭터마다 특징이 있고, 그냥 실제 있을 법한 일들, 요즘 일상이나 현실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보고 나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고 힐링하는 작품이에요. 아들만 봐도 아버지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지만, 강도의 차이지 실제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쉽게 짜증을 내잖아요. 그래도 부모님들은 다 받아주시고. 그런 이야기들이 저를 돌아보게 하고 가족을 돌아보게 하더라고요. 관객분들이 정말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김준호 :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있음 직한 이야기여서 더 공감되는 것 같아요. 군대 간 아들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여선생의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릴 것이고, 아버지를 떠나게 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온갖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고민하는 이들은 스님의 마음에 공감할 것이고. 굳이 누구 하나에 몰입하지 않더라도 모든 캐릭터가 일정 부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비현실적이거나 그렇게 쓰여있지 않거든요.

 

김준호, 김민진은 극 중 연인으로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빌런’ 커플이다. 집을 나가 아버지의 재산을 야금야금 갉아먹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남은 막걸리집까지 당장 팔아 돈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린다. 여자친구 화영은 미덥지 않은 남자친구와 사이에 임신까지 한 마당에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라도 해서 돈을 뜯어내 파스타 가게를 차릴 심산이다. 그러나 이 아들의 사연 뒤엔 아버지 평생의 회한이 얽혀있다. 극적 긴장감을 위해 두 부자의 전사(前史)는 극 후반에야 드러난다. 하여 두 사람은 맡은 빌런의 임무를 최대한 성실히 수행 중이다.

김준호 : 진짜 꼴 보기 싫어요. 가게에 와서 무턱대고 아버지한테 ‘돈 내놔라’ 하니까 ‘쟤 뭐야, 아들인 거 같은데 왜 저래?’ 하실 거예요. 아버지와 아들의 실마리는 후반에 차츰 풀리는데, 그때 ‘쟤도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그래서 저럴 수밖에 없었구나.’라고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이해해주시면 저로서는 나름 이 아들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들도 나이가 들면 분명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게 될 텐데, 저렇게 망나니짓을 하고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나. 세상 모든 자식이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잖아요. 이 아들을 통해서 관객분들이 자식으로서의 ‘나’를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그게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민진 : 화영이는 버릇없는 아들의 개념 없는 여자친구예요. 화영이가 등장부터 ‘돈, 돈, 돈’하는 이유가, 아기까지 생기고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당장 돈을 구할 방법으로 아버지를 찾아 온 거예요. 쇼라도 해서 돈 좀 받아내자고 왔는데, 화영이도 남자친구 못지않게 철없고 행동도 거칠지만, 아버지한테 너무 막하는 남자친구한테는 또 화가 나요. 해서 화영이는 이 아들 캐릭터나 성격, 아버지와 아들의 어긋난 관계를 좀 더 잘 살려주는 역할이 아닌가 싶고, 아버지한테 예쁘게 보이자고 연기를 하면서 남자친구는 막 대하는 반전이 있어서 깨알 재미를 만들기도 하고요(웃음).

 
 

연극 ‘돌아온다’는 신인배우들에게 이만한 배움의 장이 없다. 앞서 더블케이가 선보인 고전작 시리즈는 사실상 문화 도네이션의 일환이다. 소극장 규모에 10명이 넘는 배우를 한 무대에 올리면서 BEP(손익분기점)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1년에 한두 차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고전극이나 묻히기 아까운 우리 창작극을 올리겠다는 것이 더블케이의 신념인데, 그에 발맞춘 것이 신인배우의 기용이다. 이러한 기획 공연이 아니고서는 신인배우들이 대선배들과 한 무대에 설 경험도 마땅치 않은 탓에 에필로그 격에 잠시 등장하는 역할까지도 그 흔한 멀티캐스팅이 없다. 신인배우들에게는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호흡하며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 ‘돌아온다’에는 한 번의 공연에 12인의 배우가 출연한다. 

김준호 : 선배님들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호흡 하나, 눈빛 하나, 대사 한마디도 배우고 싶고, 그냥 무대에서 그분들이 연기하시는 모든 것들이 다 배움이에요. 극장 예절을 몸소 실천해주시는 것도 배움이고, 공연 시작 전에 모여서 파이팅을 하는데 그때 해주시는 말씀도 다 배움이고요. 또, 저희는 ‘돌아온다’에서 그분들의 연기를 수십 번 본 관객이기도 하거든요. 계속 보다 보면 앞에서 보지 못했던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고, 더욱더 그 깊이가 보이게 되고요. 그런 모든 것들이 정말 감사하죠.

김민진 :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도움이 돼요. 신인한테 그런 수업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정말 신기한 게, 똑같은 장면인데 매일 조금씩 다르게 하시니까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런 미묘한 차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경험인 거죠.

 
 
 
 

후배들은 후배들 나름의 방식으로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의기투합 중이다. 혈기 왕성한 이들의 날 것의 연기 설전이 서로에게 훌륭한 시너지가 되고 있다고.

김준호 : 연습이 끝나면 후배들끼리 남아서 같이 연습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데, 하루하루 뭔가 없던 것들을 찾아오고 그런 걸 또 같이 공유하다 보니까 도움이 엄청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조금이라도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법한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진짜 열심인 친구들만 모인 것 같고, 뭔가 해야 할 게 보이면 다들 먼저 나서서 하니까 불화가 없더라고요(웃음).

김민진 : 같은 신인들인데도 뭔가 다들 같이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사소한 것 하나도 서로 조언해주고 상의하고 하다 보니까 ‘이 신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아, 저렇게 다른 생각도 할 수 있구나’ 그런 걸 서로 얘기하면서 되게 많이 느끼거든요. 그런 시너지가 엄청 큰 것 같아요.

갈 길이 먼 것만은 확실한데, 어쨌든 시작은 뗐다. 정녕 시작이 반인지, 얼마나 가야 반이나마 도달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어느 인생에 정답이며 지름길이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우직하게 가보겠노라고 한다.

 

김민진 : 저는 모델로 먼저 활동했는데, 모델도 여러 연기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욕심도 많아지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도 생기고요. 요즘은 공연도 하고 있고, 아무래도 제 생활에 연기의 비중이 더 높아진 상황인데, 연기의 길이 기다림도 많고 불안정하다는 것도 알고, 하고 싶다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는 게 아니란 것도 알기 때문에, 정말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계속 이 길에 도전하고 있는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해서 김수로 선생님에게 항상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제가 공연을 하지 않을 때도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게 연습을 참관할 수 있게 해주셨고, 오디션 때도 와서 직접 느껴보라고 불러주셨거든요. 그때 ‘내가 저걸 어떻게 해?’ 하던 걸 지금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배우면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김준호 : 저는 김수로 선생님에게 항상 말씀드리는 게, ‘정말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라는 거였어요. 선생님은 다른 분에게 저를 말씀하실 때 ‘쟤 우직해’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 말씀처럼, 그냥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가고 싶어요. 진짜로 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나이 들어서 그런 경험과 연륜이 쌓이고 연기에 깊이가 생길 수 있는, 진짜 조금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면서 우직하게 가는 것, 그렇게 해서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한편, 연극 '돌아온다'는 오는 6월 28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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