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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가 특별한 이유

  • 입력 2020.03.04 11:4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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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 역사로 평가받고 있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 제작 PL엔터테인먼트)’이 앵콜 무대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화, 연예계가 온통 싸늘한 가운데 이례적인 행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역모 사건 이후 백성들의 시조 활동이 금지됐으나 15년 만에 백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면서 이를 발판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비밀시조단 ‘골빈당’의 활약을 그린다. 불평등한 세상을 향한 민초들의 외침은 가상의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넘어 현시대를 반추하게 하는데, 특히 이 작품은 정형화된 뮤지컬 기법을 거부한 젊은 창작진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전통과 현대적 표현의 믹스매치가 색다른 감흥을 유도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지난해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6월부터 8월까지 초연됐고, 반 년 만에 앵콜 무대로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즈에서 올해의 배우-앙상블 부문을 차지했고,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양희준과 김수하가 나란히 남녀 신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총 4개 부문 19개의 시상 중 무려 11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양희준, 김수하의 신인상을 포함해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작품상(400석이상), 연출상(우진하 연출), 극본상(박찬민 작가), 음악상-작곡(이정연 작곡가), 안무상(김은총 안무가), 남우주연상(‘단’역 이휘종), 남우조연상(‘십주’역 이창용), 앙상블상 등 작품, 제작, 출연 부문까지 고루 이름을 올려 더욱 주목받았다.

이에,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성공, 눈여겨볼 대목을 짚어본다.

▲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 흔한 성공 공식 1도 없는데..“이름이 뭐라고?”

‘스웨그에이지’의 성공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선무당이 사람 잡았다’ 한다. 원래의 뜻은 부정적 의미에서 미숙한 사람이 설쳐 일을 크게 만든다는 소린데, 이것을 역으로 쓴 말이다. 가상의 조선이라지만 절대적 영웅을 소재로 한 것도 아니고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한 스타는커녕 주인공 전원을 신인으로 꾸렸는데, 특히 양희준, 이준영은 이 작품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연출, 작가, 작곡가, 안무가 등 주요 창작진 역시 모두 신인이다. 그런데 이 선무당들이 판을 제대로 벌였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인 같지 않은 신인 배우들의 놀라운 무대 장악력과 전 출연진의 완벽한 팀워크, 단역 캐릭터까지 고루 살아 있는 대본과 연출,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감수성과 다이내믹한 흥이 통했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민초들의 외침은 현 시대를 관통했고, 조선과 힙합의 만남이라는 기발한 발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흥을 자아낸다. 이 흥에 젖은 관객들이 급기야 ‘영업’에 나섰고 폐막 근처에서는 기어이 연강홀 매진에 이르렀다. 초연 당시, 커튼콜 후 객석의 삼삼오오 웅성거림의 대부분은 “재밌다”, “다 잘하네”, “이름이 뭐라고?”였다. 분명 변변할 패가 없어 보였는데 막상 까놓고 보니 스트레이트 플러시 급이다.

▲ 베테랑 스태프들의 특별한 스웨그..“하고 싶은 거 다 해”

‘스웨그에이지’는 애초 서울예술대학교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아직 날것과 같았던 작품을 과거 영화 ‘서편제’를 비롯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다수 참여한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가 알아보면서 공연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고, 그에 힘입어 뮤지컬 ‘웃는 남자’,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등 대형 작품에 참여한 이우형 조명감독을 필두로 권도경 음향감독, 이유숙 의상감독, 조윤형 소품감독 등이 합류해 현재의 ‘스웨그에이지’가 완성됐다.

 

실상 이러한 베테랑 제작진이 신인 창작진의 입봉 작품에 참여하기도 이례적인데,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우리 고유의 정서와 보편적 메시지를 담은 오리지널 한국 창작작품의 제작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와 젊은 창작진의 신선한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앵콜 공연이니 딱히 품이 더 들어갈 일이 있을까 싶지만, 단 하루 특별공연으로 선보인 ‘잔칫날’을 위해 조명 프로그램을 새로 짜고 새 의상과 가발을 맞추고 음향 라인도 대폭 늘렸다. 이 기획이 이미 앵콜 석 달 전부터 시작되었고 첫 공연을 마친 다음 날부터 매일 특공을 위한 연습을 따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스웨그에이지’는 커튼콜 데이, 공연 100회기념 떡돌리기, 싱어롱 데이, 싱어롱 커튼콜 데이, 시조자랑 응원전 등 각종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마련해 하나둘 진행하고 있다. 초연에서부터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만큼 이번에도 여러 이벤트를 기획 중인데 스태프들에게 동의를 구할 때 돌아오는 말이 “그래,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고 한다.

▲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팀워크..“우리는 원팀”

대학로아트센터의 제안으로 덜컥 ‘스웨그에이지’ 앵콜이 확정됐다. 반 년 만에 돌아온 이 급작스러운 앵콜에 초연 출연진 대부분이 다시 모였다. 배우들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다.

이들의 팀워크는 ‘잔칫날’ 특공에서 정점을 찍었다. 특히 이 특공은 평소의 공연에 캐릭터를 활용한 이벤트성 에피소드가 시작부터 끝까지 배치되어 있어 누구 하나 “NO”가 있어서는 절대 불가능한, 가히 기념비적인 공연이었다. 프레스콜에서 누가 어떤 넘버를 부르느냐를 가지고도 신경전이 팽팽하다는 업계에서 여러모로 남다르다 아니 할 수 없다.

 

이번 특공에서는 다른 작품의 스케줄 탓에 이번 '잔칫날'에 참여하지 못한 배우 이경수를 제외한 초연-앵콜 출연진이 한 무대에 올라 역할 릴레이를 이어가거나 쌍둥이로 등장하거나 성별을 뒤바꾼 무대를 보여줬고, 더블, 트리플 캐스트가 한 무대에 선 모습이 연출되는가 하면 심지어 작가가 단역으로 무대에 올라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위해 대본, 음악, 조명, 안무, 의상 등 극 전반이 수정됐다. 배우들은 같은 듯 전혀 다른 무대를 위해 본공연 못지 않은 연습이 필요했다고.

특히 배우 최민철은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중이어서 ‘스웨그에이지’ 앵콜 첫 공연이 3월 중순임에도 ‘잔칫날’ 무대에 먼저 섰을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극 중에서는 권력의 중심 대판서를 연기하는데 이날은 최근 신드롬의 주역 양준일의 ‘리베카’를 같은 역할에 현재 원캐스트로 출연 중인 임현수와 함께 시조자랑대회에 참여한 무대로 꾸며 대 반전과 폭소의 주인공이 됐다. 이 아이디어도 두 배우가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전국이 얼어붙은 시기에 이 특공은 초대권 한 장 없이 객석이 가득찼고, 이날 보여준 관객들의 환호는 그들에게 더욱 뜨거운 감동이 되어 공연의 정상 진행에 결정적 이유가 됐다. 앞서 감염증과 관련해 ‘스웨그에이지’ 역시 공연 중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지금 시기에 공연을 중단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실익에도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송혜선 대표에게 그와 관련한 여러 조언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 특공을 계기로 모두가 “살리자”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초연이 그랬듯 이번 앵콜까지도 결국 관객이 끌어주는 모양새여서 ‘스웨그에이지’ 측은 그에 보답하기 위해 오는 3월 26일 ‘잔칫날’ 앵콜을 확정했다. 이 날은 배우 이경수도 합류해 전 배역 더블, 트리플 캐스트를 선보이는 ‘스웨그에이지’ 완전체 ‘잔칫날’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그에 발맞춰 대학로아트센터 측은 마스크 의무화를 비롯해 극장 내 위생과 방역을 한층 강화했고, ‘스웨그에이지’ 측 역시 전 스태프, 배우들의 개인 위생 강화와 대기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며 감염증 확산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송혜선 대표는 “‘스웨그에이지’는 오로지 관객분들의 응원 덕분에 앵콜이 가능했던 작품인데, 이 어려운 시기에도 극장에 와 주신 관객들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더라. 얼마 전에 한 관객분이 전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쓴 꽃다발을 주시면서 ‘잔칫날’ 공연을 6만원에 본 것이 미안해서 준비했다고 하시는데 다들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너무 많은 응원을 받고 있고, 우리는 정말로 관객분들 덕분에 매일매일이 감동”이라며 “이런 시기에 무리해서 공연에 오시는 건 안 된다. 몸이 좀 안 좋으시면 예매를 취소하셔도 괜찮고, 전액 환불해드리고 있다. 우리는 그럼에도 극장에 오신 관객들이 잠시 시름을 덜고 흥겨운 에너지를 가져가실 수 있도록 좋은 공연과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건강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신선한 작품, 실력 있는 배우들, 패기로 똘똘 뭉친 신인 창작진, 여유 있는 베테랑 제작진, 이들 모두를 응원하는 열혈 관객들까지, '스웨그에이지' 파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송혜선 대표는 앞으로 '스웨그에이지'가 재연, 삼연으로 온다면 초연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꼼꼼한 오디션을 통해 새 얼굴들을 발굴하여 선보이면서 '스웨그에이지'라는 작품이 국내 뮤지컬계에 진정한 신인 등용문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 앵콜 무대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4월 26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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