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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서울예술단, 장르물도 통한 '다윈영의 악의 기원'

  • 입력 2019.10.18 07:4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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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서울예술단의 변화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마니아성 장르물을 시도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더욱 강화된 서사와 디테일을 무기로 재연까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눠진 계급사회에 관한 문제들로 현 시대와 맞물리는 사회적 단면을 투영한다. 특히 이 작품은 흔한 청소년 성장물을 넘어 판타지와 스릴러가 결합된 ‘영 어덜트(Young-Adult)’ 범죄 추리 장르라는 흥미로움과 새로운 세계관, 다크한 음악적 질감 등이 어우러지면서 지난해 초연에서 단 6일간 9회 공연을 통해서도 관객 평점 9.4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재공연 요청과 음원발매 문의가 쇄도하는가 하면 故 박지리 작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희성 이사장, 이희준 작가, 박천휘 작곡가, 오경택 연출가, 안영준 안무가, 김길려 음악감독을 비롯해 출연진에 ‘다윈’ 역의 최우혁, ‘루미’ 역의 송문선, ‘레오’ 역의 강상준 등이 참석했다. 개인 스케줄로 ‘니스’ 역의 박은석은 참석하지 못했다.

먼저, 초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으로 자평하고 있을까. 오경택 연출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다소 어둡고 매니악한 콘텐츠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기존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약간 벗어나있긴 하지만 그걸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굉장히 대중적인 코드가 많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계급 사회로 나뉜 세계관부터 귀족, 학교, 살인, 미스터리, 추리, 그런 부분들이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강한데 무엇보다 3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해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아들의 모습이 많이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다윈영의 악의 기원’은 최우혁, 박은석을 비롯해 서울예술단 단원들도 초연에서 큰 사랑을 받은 출연진이 그대로 원캐스트로 출연해 더욱 밀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숨겨진 진실을 좇는 주인공 다윈 역을 맡은 최우혁은 재연의 부담이 컸지만, 부담을 넘을 만큼의 매력과 책임감이 이번 출연까지 이어진 이유였다고 한다.

최우혁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그냥 계속 읽었던 것 같다. 그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촉, 느낌이 왔고 ‘이건 무조건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초연에 도전했다. 정말 힘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첫 공연에 섰고 마이크를 떼는 순간까지 잘 웃지 못했던 것 같다.”며 “재연의 부담감, 정말 컸다.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고 당연히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는데 그를 이길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고 온전히 제가 끌어갈 수 있는 책임감이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재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윈의 친구 레오 역을 맡은 강상준 역시 ‘다윈영의 악의 기원’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강상준은 이 레오 역할로 서울예술단에서 앞서 선배들이 연기했던 역할을 연기한 것이 아닌 처음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스스로 연구하고 책임진 바 있다. 이에 강상준은 “원작이 9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다 보니까 원작 작가님이 소설에 쓰셨던 문장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저희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공연까지 정서적으로 좀 더 세심해질 수 있도록 맞춰보는 즐거움이 큰 공연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대담한 소녀 루미 역을 맡은 송문선은 “저 역시 재연의 부담이 상당히 컸던 부분이 있고, 초연보다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공연하면서도 찾을 것이고 원작의 디테일한 심리묘사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막공까지 찾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죄의 대물림이라는 소재를 심도 있게 펼쳐낸다. 특히 음악에서는 쉽지 않은 화성과 멜로디, 웅장한 스케일로 스릴러 장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다윈에게 새로운 넘버를 추가해 극의 서사를 강화했다. 박천휘 작곡가는 “초연에 ‘사랑해야 한다’라는 노래가 있던 자리에 ‘밤이 없었다면’이라는 새로운 곡이 들어가게 됐다. 다윈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주인공이지만 쉽게 동조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물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까 걱정이 많았다. 말하자면 박지리 작가님의 원작에 있었던 진정한 악을 완성하는 다윈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고. 이번에 새로운 곡으로 바꾸면서 다윈이 악을 향해 가는 듯한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고, 좀 더 어둡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연 있던 곡이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관객을 끌어안는 곡이었다면 이제는 관객보다 다윈이 앞서 나가면서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보여주는, 박지리 작가가 그린 ‘악의 기원’에 해당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니스 역의 박은석 배우에게 어려운 노래가 많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최우혁 배우에게도 (본인이) 원하시던 어려운 노래가 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최우혁은 “처음에 ‘밤이 없었다면’ 멜로디만 들었을 때 곡이 너무 좋았고 그때는 그냥 마냥 좋았다. ‘드디어 이런 곡이 나에게 왔구나’ 했는데 뭔가 불안한 느낌에 악보를 봤더니 오선에서 음이 다 벗어나 있더라. 그런데다 장을 넘길수록 노래가 쉬질 않아서 ‘아, 이거구나. 이게 이번 재연에서 다윈의 가장 큰 고통이겠구나’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뭔가 타협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음을 낮춘다든지 다른 편곡을 부탁드린다든지 그런 마음은 굴뚝같으면서도 다윈을 완성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곡을 받고 나서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불렀던 것 같다. 해서 공연 때 무리없이 부를 수 있게 연습을 했고, 해서 뿌듯하기보다 해냈다는 느낌이다. 재연에 새로 좋은 곡을 주신 작곡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재연에서은 앞서 언급된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오경택 연출은 “한 마디로 디테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의 분량 자체가 860쪽 되는 작품인데 그걸 2시간 35분 안에 압축해서 설명하다 보니 대사, 가사, 배우의 표정, 호흡 그 모든 것이 압축된 상태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초연 때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아주 사소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작곡가님이 새로 만드신 곡을 필두로 해서 진행이나 속도감, 밀도감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잡아가면서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희성 이사장의 부임 이후 서울예술단은 한층 대중적이면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역대로 소재나 표현 등에서 한국적 색채를 고집해왔는데 이번 ‘다윈영의 악의 기원’은 스릴러 장르를 통해 마니아층에서도 호평받았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에서는 발레를 소재로 보편적 정서를 강조한 웰메이드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서울예술단의 변화는 전에 있던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시대의 뮤지컬 팬층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이 되고 있다. 유희성 이사장은 이를 두고 공공 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희성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은 공공 단체여서 한국적인 색채가 좀 더 강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나 인물을 소재로 많이 해온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서울예술단은 공공기관으로써 민간단체에서 하기 힘든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서 문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금은 스릴러하고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이 될 수 있는 ‘다윈영의 악의 기원’을 이희준 작가님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가사로 잘 표현해주셨고 작곡가님은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음악적인 흐름을 제시했었다. 해서 여러 면에서 신선하면서 실험적이지만 마니아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된 것 같다. 작품이 발표된 이후에 박지리 작가님의 책이 재출판이 되기도 하고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거나 그런 모임들이 생기는 현상도 있어서 보람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오는 10월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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