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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오만과 편견', 열광하거나 당황하거나

기사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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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동명의 장편소설을 2인극으로 각색한 연극 ‘오만과 편견’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2014년 9월, 영국의 솔즈베리 극장에서 초연을 올려 찬사를 받은 연극 ‘오만과 편견’이 라이선스로 들어와 지난달 27일부터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연출 애비게일 앤더슨과 협업하여 박소영 연출이 국내 프로덕션을 이끈다.

작품은 소동극에 가까울 정도로 유쾌하고 발랄하다. 각기 다른 21개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단 두 명의 배우가 모든 캐릭터를 연기한다. 당당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힌 엘리자베스(리지)와 그녀의 철부지 여동생 리디아 등을 연기하는 ‘A1’ 역에는 김지현과 정운선이, 상류층 신사이지만 무례한 다아시, 엘리자베스의 사촌 콜린스 등을 연기하는 ‘A2’ 역에는 이동하, 윤나무, 이형훈이 출연한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연극 ‘오만과 편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소영 연출을 비롯해 전 출연진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왼쪽부터) 박소영 연출, 김지현, 윤나무, 정운선, 이형훈, 이동하

연극 ‘오만과 편견’은 영국 프로덕션을 라이선스로 가져왔지만, 국내 무대 환경에 맞는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박소영 연출은 “이 작품은 배우가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특히 내레이션과 신이 같이 연결된 장면이 많은데, 내레이션도 캐릭터로서 뱉게 되어 있다. 해서 최대한 캐릭터의 감정을 담을 수 있게, 배우들과 한 2주간 정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같이 공부하는 작업을 거쳤고, 조명이라든지 음악은 한국 프로덕션에 맞게 좀 더 힘을 줘서 집중시켰다. 사실 영국 프로덕션의 조명은 우리보다 조금 라이트하다. 음악도 캐릭터에 맞게 그 상태와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작곡한 곡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레이션의 역할에 대해 박소영 연출은 “영국 워크샾에서 느낀 점은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 작품을 올린다는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해서 이 작품이 책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고, 방대한 작품을 2인극인 무대로 옮기기 위해 선택한 연극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했다.”며 “이 내레이션이 어쨌든 배우로 뱉는 게 아닌 배역으로서 뱉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서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점도 이 내레이션을 할 때 최대한 이전 신과 다음 신이 연결될 수 있게, 최대한 감정을 담아서 속마음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하면서 감정의 흐름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오만과 편견’은 장편 원작을 무대로 옮긴 만큼 굳이 장소를 특정하지 않을 정도의 미니멀한 세트로 구성됐다. 그나마 유추가 가능한 거실, 서재 등의 세트에서도 벽난로, 창, 기둥 등의 뼈대만이 비대칭으로 서 있다. 출연 배우도 단 2인인 탓에 무대를 비워 배우들에게 더욱 집중하게 한 전략이다.

박소영 연출은 “라이선스 작품이기 때문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태였고, 무대도 거의 동일하게 가져왔다. 영국 연출과 이야기했을 때, 원작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2인극으로 수많은 인물을 표현해야 해서 무대가 꽉 차 있으면 오히려 배우들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해서 무대를 최대한 비운 상태로 정말 필요한 부분들로만, (한국 공연에서도) 더 이상을 추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은 2인극이면서 동시에 두 명의 배우가 많은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남자 배우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여자 배우가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최근 들어 하나의 캐릭터에 남성, 여성 배우가 더블로 출연하는 식의 ‘젠더프리’ 캐스팅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한데, ‘오만과 편견’은 그와는 또 다르다. 2인이 21명의 인물을 연기하려니 자연스럽게 성별을 넘나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에 대해 박소영 연출은 “두 명의 배우로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꼭 젠더프리를 목표로 뒀다기보다는 리지와 다아시를 기본으로 둔 상태에서 그 둘이 만나는 사람들을 장면으로 구성하다 보니 제인을 남자 배우가 하게 되고, 그 상대 배역을 여자 배우가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성적인 면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윤나무는 “저를 아는 분들은 상남자라고 얘기하는데, 해서 제인이라는 캐릭터가 제 마음속에 들어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최대한 거짓 없이 연기하고 싶은데, 35년 동안 그런 DNA가 없이 살다가 그런 걸 연구를 하고, 제인 외에도 많은 캐릭터를 하나하나 이해하고 연구하면서 저를 다시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A1’ 역을 맡은 김지현은 이번 ‘오만과 편견’만의 2인극의 매력에 대해 “이번 작품은 1인 다역을 연기한다는 게 달랐다. 보통의 멀티 개념과도 조금 다르게, 메인 캐릭터가 있고 서브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인물이 고르게 순간순간을 끝까지 살고 있어야 하더라. 멀티로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어서 호흡의 변화나 캐릭터의 변화가 이렇게까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이런 작품을 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굉장히 재밌고 힘들기도 하다. 일단 분량이 너무 많아서 물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막상 해내고 나니까 공연에서 그런 재미가 더 커지더라. 또, (남자 배우들이)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정말 재밌게 공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인 캐릭터를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어야 하면서도 그들과 만나는 많은 사람을 동시에 연기한다는 것이 어렵진 않을까. 이에 이형훈은 “특히 ‘오만과 편견’이라는 공연이 더 그런 것 같다. 매인 캐릭터 주변에 있는 캐릭터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가 있으면서도 (결말을 향해) 한 방향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 같고, 감정을 잘 따라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배우들은 엄청난 대사량과 싸워야 했다. 이동하는 “원래 대사를 잘 못 외우는데 이렇게 많은 대사량은 처음이다. 84페이지 분량에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고, 처음에 한 2주 동안 대사를 외우는 데만 하루에 7~8시간을 집중했었다. 이후에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점점 향상되는 것도 느끼고, 다른 작품을 할 때 좀 수월하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운선은 “두 시간을 그렇게 쭉 달리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는 정말로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같더라.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같이 숨 쉬고 같이 호흡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지와 다아시가 그 우여곡절을 모두 뚫고 사랑하게 되는 마음을 백번 공감할 수 있지 싶다.”고 말해 동료 배우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끝으로 윤나무는 혹시 A1 캐릭터 중에 욕심나는 캐릭터가 없느냐는 질문에 “A1 캐릭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누나들이 잘해서 저는 제 역할을 최대한 공연 마칠 때까지 잘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며 “작품의 큰 선에 방해되지 않게,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끔 더 새롭고 재밌게 표현해보도록 하겠다.”전했다.

   
 
   
 
   
 

이렇듯, 연극 ‘오만과 편견’은 특히 연극적 요소가 훌륭한 작품이다. 로맨스와 코미디가 유쾌하게 어우러져 있는 것은 물론 배우들은 스카프, 안경, 손수건, 담배 파이프 등의 소도구를 이용하거나 구조물을 이용한 동선 이동으로 찰나의 인물 변화를 시도하는데 이것이 수 초에서 수 분을 넘기지 않고 빠르게 전환된다. 많은 인물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언제 어디서 새로운 인물로 바뀔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포인트도 상당해서 그동안 연극을 다수 관람해온 관객에게 ‘오만과 편견’은 능히 열광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오만과 편견’만의 장점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출연 배우가 단둘인데 러닝타임 160분(인터미션 15분) 안에 인물 전환이 빠르고 바뀌는 인물이 많다 보니 일반 드라마, 영화 등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살짝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점 하나 찍지 않고도 돌아서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무대 장르의 백미이기도 해서, 그저 배우들의 연기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분명 연극만의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남자 배우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목소리도 여성스럽게 바꾸는데 개인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순간 목소리가 작아지면 자칫 대사를 놓치기 쉽다. 보여주는 것이 말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인 만큼 대사를 쏙쏙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은 다소 큰 약점이다. 이 부분은 장치적 문제여서 아쉽긴 하다.

한편, 연극 ‘오만과 편견’은 오는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이은진 tvjnews@tv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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