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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윤소호, 20대에 만난 뮤지컬 '헤드윅'.."에너지 담고파"

기사승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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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윤소호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수많은 뮤지컬 작품 중 유독 캐스팅이 전부라 할 수 있는 공연이 있다. 바로 ‘헤드윅’이다. ‘헤드윅’은 1인극 아닌 1인극으로 통한다. 5인조 록 밴드 앵그리인치 멤버들이나 헤드윅이 남편 삼은 이츠학 등이 존재하지만 이 작품을 관람한 이들은 뮤지컬 ‘헤드윅’을 두고 하나같이 ‘원맨쇼’라 말한다. 어쩔 수 없다. 작품의 생김새가 그러하다. 작품의 탄생 자체가 록 음악과 모놀로그(무대에서 배우가 상대역 없이 혼자 말하는 행위)를 결합한 것이 뮤지컬 ‘헤드윅’이다.

헤드윅은 자신의 음악으로 최고의 록 스타가 된 전 연인 토미의 콘서트 옆에서 밴드 앵그리인치와 공연하며 자신의 지난 삶을 풀어놓는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몸을 갖게 된 그가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음악마저 빼앗긴 후, 허름한 공연장을 전전하게 된 구구절절한 사연이 강렬한 로큰롤의 향연과 함께 이어진다. 작품의 관객이 헤드윅의 공연에 온 관객이 되는 형태여서 러닝타임 내내 그의 노래에 같이 열광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고 웃는다.

무대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 ‘헤드윅’도 헤드윅의 공연인 당일의 공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뮤지컬 ‘헤드윅’은 매 시즌 캐스팅 공개부터 주목을 모은다. 2005년 초연 당시 오만석, 조승우, 송용진, 김다현이 헤드윅으로 출연했고 오만석은 같은 해 열린 ‘1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소극장 뮤지컬 스테디셀러의 화려한 출발이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뮤지컬 ‘헤드윅’은 남자 배우라면 꼭 한번은 직접 서고 싶은 워너비 무대로 꼽힌다.

올 시즌에는 초연의 영광을 이끈 오만석을 비롯해 정문성, 전동석, 윤소호, 마이클 리가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의 공식 캐스팅이다.

윤소호는 바로 오늘(17일), 뮤지컬 ‘헤드윅’의 첫 무대에 오른다. 공연 10일을 앞두고 한창 막바지 연습에 매진 중이었던 지난 7일의 인터뷰를 이어 전한다.

   
▲ 사진제공=(주)쇼노트

▶ 이번 시즌으로 뮤지컬 ‘헤드윅’에 첫 출연하게 됐는데, 그동안 ‘헤드윅’에 가졌던 생각은 어땠을까. 출연 제의를 받고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제가 첫 ‘헤드윅’을 백암에서 봤는데, 스물넷인가 20대 초중반이었어요. 그때 1번으로 든 생각이, ‘내가 만약 이 공연을 한다면 나이를 꽤 많이 먹어서 한 30대 중반은 되어야 할 수 있겠다’, 그거였어요. 엄청난 대사량이나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물론 있었지만,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 심정, 그 인생은 어떤 걸까.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일찍 만나게 돼서, 제안을 받았을 때 당장 좋다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어요. 작품 자체가 워낙 유명하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걸 내가 해야 한다면 배우로서 분명 고민이 되는 거죠. 내가 줄곧 생각했던 이 작품의 이미지와 나이대가 있는데 과연 지금이 맞을까, 정말 좋은 헤드윅을 완성해서 공연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해서 회사와 상의도 하고 주변 배우들이나 대표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했었고, 결정하기까지 여러 고민들이 있었죠.”

▶ 그런 고민을 했음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걱정 반 기대 반, 정말 반반이었어요. 앞서 얘기한 마음 반, 한편으로 아직 해보지도 않은 작품에 먼저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닌가, 내 자신에 조금 웃기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헤드윅’도 그냥 하나의 작품인 건데,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오니까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이 좀 바보 같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그 두 가지 갈등이 굉장히 컸어요. 그렇다고 작품이라는 게 언제든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배우는 불러줘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럼 한번 용기를 내보자’, 부정적인 마음을 과감하게 버렸죠. 그때부터 대본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앞에 공연하신 분들의 영상을 엄청 많이 보기도 했고, 계속 혼자 있는 시간에 많이 할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 실제 연습에 들어간 후에는 어떻던가.

“막상 해보니까 되게 재밌어요. 작품의 주제나 분위기는 다를 수 있지만, 저는 모든 공연을 즐겁게 하자는 주의인데, 잘하고 못하고는 앞으로 공연에서 배우로서 해내야 할 몫이고 지금 연습할 때는 진짜 그냥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워낙 혼자 말을 많이 하는데, 어른들 말씀에 세상 모든 경험이 버릴 게 없다고(웃음), 생각지도 못하게 평소에 퇴근길 경험이 은근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헤드윅’ 연습을 하다가 ‘너를 위한 글자’ 공연 후에 퇴근길을 하는데 마치 헤드윅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여러모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이츠학도 했던 분도 있고 밴드도 멋있는 형님들이고, 많이 도와주시죠.”

   
 

▶ 굳이 다른 작품과 따져보지 않아도 헤드윅의 대사량은 압도적이다. 대사를 외우는 것에서부터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랬죠. 어휴, 대본을 받았는데 50장이더라고요(웃음). 매일 새벽 5~6시까지 외워도 외워도 너무 많으니까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외우다가 자고 눈 뜨면 또 외우고. 근데 외우는 것만 해서 될 게 아니라 노래도 해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잖아요. 할 게 너무 많아서 진짜 초반에 2~3주 엄청 고생했는데, 일단 외우고 나니까 속은 좀 편하더라고요. 그러다 가끔 브레이크가 걸리면 속상하고. 그럴 때 있거든요, 잘하다가 갑자기 탁 걸리면 순간 멍해지는? 다른 작품 같으면 상대 배우가 무대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어떻게든 풀어갈 여지가 있는데 이 작품은 주로 혼자니까 제가 멈추면 그냥 극이 멈춰버리는 거예요. 생각하니까 정말 아찔한 거죠. 그래서 형님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다 똑같더라고요. 답이 없다, 외워야 산다고(웃음). 그래서 아예 대본을 통으로 외웠어요. 그랬더니 이제 외우는 건 뭐든 다 할 수 있겠더라고요. '와, 이러면 진짜 성격책도 외울 수 있겠다. 50페이지 외우는데 한 2~3주 걸렸으니까 이렇게 몇 년 하면 성경도 외우겠는데?' 하는 생각이(웃음).”

▶ 최근의 뮤지컬 ‘헤드윅’은 뉴메이크업 버전이어서 대극장으로 사이즈가 커졌지만, 전과 같은 밀도를 만끽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 밀도야말로 뮤지컬 ‘헤드윅’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만큼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도 제법이다. 그런 형태의 시즌에 들어온 부담은 없을까.

“저도 그런 말씀을 좀 듣긴 했는데, 아직 연습실에서만 있으니까 그 느낌까지는 체감을 못 하고 있어요. 아마 모레 극장에 가봐야 그게 어떤 건지 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까 그런 면에서의 부담도 좀 덜한 것 같아요. 여기서 하든 백암에서 하든 저한테는 매한가지예요. 처음 하는 건 똑같잖아요(웃음). 계약부터 홍대 아트센터로 들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구나. 오히려 극장이 크니까 ‘많이 안 오시면 어떡하지?(웃음)’, ‘어떻게 헤드윅을 잘하지?’ 그게 지금 저한테는 제일 크고, 오히려 앞에 버전을 했던 분들이면 그런 부담이 있을 수 있겠죠.”

   
▲ 사진제공=(주)쇼노트

“아,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이게 밴드 공연인데 대극장이다 보니까 소리에 딜레이(시간차)가 있어서 배우들이 인이어(모니터용 소형 이어폰)를 끼는데, 뮤지컬 배우들은 공연하면서 인이어를 사용할 일이 없잖아요. 난생처음 인이어를 꼈는데 미치겠는 거예요(웃음). 정말로 완벽차단, 아무것도 안 들려요. 만석이 형한테 물어보니까 뉴메이크업으로 바뀌면서 인이어를 끼게 됐다고, 이 인이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어폰 회사에서 전 세계 헤드윅들한테 커스텀(맞춤제작)으로 하나씩 주는 거래요. 하나에 400만 원이라고(웃음), 귀 모형을 따가더니 한 달 후에 만들어왔더라고요. 지금은 좀 적응이 됐고, 공연 때는 극장 객석에도 마이크가 심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가발을 쓰기 때문에 잠깐씩 뺄 수가 없고 관객들하고 소통하려면 들려야 하니까.”

▶ 내가 생각하는 '헤드윅',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 하나만은 놓치지 말자 하는 것이 있다면.

“이 작품이 제목이 ‘헤드윅’인데, 그동안 많은 배우의 헤드윅을 봐도 다 다르잖아요. 심지어 우리끼리도 런을 돌다 보면 같은 역할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그런 작품이더라고요. 배우가 연기하다 보면 캐릭터에 자신이 투영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이 ‘헤드윅’에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회자, MC, 그리고 공연의 메인 보컬이 헤드윅이라는 걸 명심하고 가야 한다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는 지금 이 무대가 헤드윅의 공연이라는 것,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헤드윅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 캐릭터 헤드윅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굉장히 아픔이 많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로 극을 시작하거든요. 자신의 아픔을 최대한 아프다 하지 않고, 그것마저도 ‘나 이래서 아팠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 그래서 연륜이 좀 쌓였을 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데, 이번에 하면서도 저한테도 그게 굉장히 큰 숙제예요. 아픔을 아프다고 표현하는 건 쉽잖아요. 그런데 그걸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겁게 표현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사진제공=(주)쇼노트

▶ 역대 헤드윅 중 가장 많이 참고한 배우가 있다면.

“일단은 외국 배우는 당연히 존 카메론 미첼이었고, 한국 배우 중에는 만석이 형 영상을 가장 많이 봤고 참고했어요. 이번 시즌에 같이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헤드윅으로 가장 많은 무대에 선 배우여서, 옆에서 연습하는 것만 봐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헤드윅 같은 모습이 많고 제가 생각했던 헤드윅에도 가장 가깝더라고요. 평소에 되게 친한데도 연습 시작하면 만석이 형으로 보이지 않고 헤드윅으로 보일 때 정말 그걸 느끼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같은 배우이다 보니 상상으로나마 느껴지는 게 있고, 그게 또 헤드윅 같은 느낌으로 오버랩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좋아하는 넘버가 있을까.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토마토 신이죠. 보이는 모습에서도 임팩트가 크지만, 의미가 큰 장면이어서 더 그런 것 같고요. 넘버는 ‘미드나잇 레디오(Midnight radio)’. 부르면서 참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이츠학에게 무대를 물려주면서 공연장을 떠나는 사람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헤드윅으로 두 시간을 이끌어온 물리적으로도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고 헤드윅로서도 물론 미련은 있겠지만 훌훌 털고 멋지게 떠나려는 모습이 담긴 곡이어서, 밴드와 함께할 때 연습하면서도 울컥하고 다른 배우가 하는 모습을 봐도 울컥하고, ‘작품 정말 기가 막히게 썼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번 ‘헤드윅’을 마무리할 때, 관객들에게 어떤 평을 남기길 바라나.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전체 시즌을 통틀어서도 좀 어린 헤드윅에 속하고, 또 처음 하는 사람이니까 관객과 자유로운 소통이나 능숙함을 훈련하는 시간보다, 지금은 드라마적인 요소를 조금 더 잡고 가는 방향으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일단 제 바람은 ‘그 나이 때 보여줄 수 있는 에너제틱한 헤드윅이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거? 관객들 기억에 수많은 헤드윅이 있을 것인데, 그동안에도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헤드윅을 보여주었듯이 저는 제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 있는 헤드윅을 보고 가시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합니다.”

   
 

▶ 끝으로, 이번 시즌의 ‘헤드윅’을 찾아줄 관객들에게 한 말씀.

“연습 처음 할 때 연출님이 나이가 어린 걸 떠나서, 작품 자체만으로 중압감이 크고 해야 할 몫이 크지만 부담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연습하면서도 다른 공연에서와 똑같이 열심히 준비했고 공연 끝까지 집중해서 할 거고요. 막공까지 에너지 있는 헤드윅을 보여드리는 게 일단의 제 목표예요. '헤드윅'이 또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고 음악도 그렇고 굉장히 신나는 무대가 많아서 쇼를 본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보러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좋은 작품이니까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웃음), 많이들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헤드윅'은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히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은진 tvjnews@tv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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