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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에 집중한 진중하고 위대한 한글창제의 순간! 영화 <나랏말싸미>

  • 입력 2019.07.15 23:49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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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숭유억불정책을 근간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신미 스님과 세종대왕의 협업으로 한글이 창제됐다는 설에서 시작된 영화 <나랏말싸미>는 불교 국가인 고려를 뒤집고 유교를 국시로 창건된 새 왕조 조선의 임금인 세종이 스님과 손을 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는다.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 정신이 투철한 임금 세종(송강호)는 왕권 강화를 꺼리는 신하들과의 끝없는 힘겨루기, 소갈증과 안질 등의 지병, 평생 뜻을 같이 한 반려자인 소헌왕후(전미선)가 단지 왕의 아내란 이유만으로 가문이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필생의 과업으로 선비들만이 아닌 모든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유신들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천한 불승인 신미(박해일)와 뜻을 합쳐 한글 창제를 시작한다.

임금에게도 무릎 꿇지 않을 정도로 반골인 신미는 문자 창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세종이 도와달라 말하자 한양 안에 불당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새 문자 창제에 함께 한다. 세종은 불교의 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소리글자인 산스크리트어를 접하고 새 문자를 ‘소리글자’로 방향을 잡고, 백성이 배워서 쓰려면 무조건 쉽고 간단해야 한다는 새 문자의 원칙을 고수한다.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파스파 문자에 능통한 신미는 불교를 천하게 여기는 조정의 분위기 내에서도 나라의 말씀은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세종의 신념에 공감한다. 그리고 그에게도 새 문자는 필생의 과업이 된다. 하지만 조정의 대신들은 유교에 어긋난다며 사사건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고, 세종의 고심은 깊어만 간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한다. 천한 불승에게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라는 세종의 배포와 이에 ‘아니오. 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라며 맞받아치는 신미의 배짱은, 서로가 믿는 진리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한 길을 갔던 두 위대한 존재들의 동행과 엇갈림,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는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임금인 세종, 왕자인 수양(차래형)과 안평(윤정일) 대군들, 스님 등 <나랏말싸미> 속 캐릭터들은 새 문자 창제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신분도 종교의 차이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세상의 지엄한 질서와 달리 수양과 안평, 두 왕자에게 천한 신분인 신미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라고 말하는 세종의 모습은 임금이기에 오직 백성을 섬기는 것만이 일생의 목표였던 세종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서사에 집중한 <나랏말싸미>는 진중하게 한글창제의 지난한 과정을 담고 오직 백성을 위해서 쉬운 문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종의 대의를 영화의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랏말싸미>는 관객들에게 정중하고 엄숙하게 다가온다.

세종대왕을 연기하는 송강호는 임금의 위대함의 뒤편, 인간의 모습으로 진중함을 담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의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드는 꼴통 스님, 신미를 연기하는 박해일은 신미의 신념을 대담하게 완성한다.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은 ‘한글의 탄생’을 둘러싼 통념을 깨고 불승 신미를 되살려낸 것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우면서 아름다운 문자인 ‘한글’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성찰하듯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 집중한다. 서사에 집중한 진중하고 위대한 한글창제의 순간을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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