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시대적 고민+보편성 확대

  • 입력 2019.06.24 08:47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서울예술단의 2019년 신작,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이 원작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시대의 사회적 화두와 보편성을 강조한 각색으로 재탄생해 주목을 모은다.

서울예술단은 앞서 2015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저승편’을 통해 LED스크린을 활용한 사후세계 구현으로 웹툰 원작 속 상상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옮겨놓으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에 선보일 ‘신과함께-이승편’은 그를 잇는 시리즈물로, 이승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1, 2층이 연결된 커다란 원형의 무대는 ‘저승편’에서와 결을 같이해 시리즈물의 연속성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작품 ‘신과함께’의 특징인 사후세계 여러 인물의 등장은 여전하다. 할아버지(박석용 분)와 8살 소년 동현(이윤우 분)이 단둘이 사는 집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돼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고, 두 사람을 지키려는 가택신 리더 성주신(고창석 분), 조왕신(송문선 분)과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저승차사 해원맥(최정수 분), 덕춘(김건혜 분)이 맞선다.

그러나 전체 스토리에는 변화를 주었다. 원작이 한 가정을 둘러싼 신들의 전쟁이 주요 스토리였다면 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에서는 안식처인 ‘집’과 집에 사는 사람, 그리고 그 집을 지키는 가택신의 드라마를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철거 용역 직원 박성호(오종혁 분)다. 박성호는 원작과 달리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열쇠를 쥔 인물로 재탄생했고, 그를 통해 용역이 동원된 강제 철거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한 시선을 담아낸다. 원작 ‘신과함께’가 지닌 특유의 독창성에 보편성을 강조한 각색이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막이 시연됐고, 이후 유희성 이사장을 비롯해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 각색을 맡은 한아름 작가, 민찬홍 작곡가, 김태형 연출가와 고창석, 최정수, 오종혁, 송문선, 김건혜, 박성용, 이윤우가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유희성 이사장은 “익히 아시겠지만,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함께-저승편’으로 처음 인사드렸었고, 영화로 이미 쌍 천만을 기록했지만,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으로도 많은 호응을 받아 3년에 걸쳐 앙코르 공연을 진행했다. 이번에 다시 ‘이승편’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창작진부터 배우들까지 다들 너무나 열심히 해줘서 ‘저승편’ 못지않은 작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함께’가 이제 ‘신화편’이 남았는데 그 역시 기회가 된다면 서울예술단과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 기대를 더했다.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는 “3년 전에 가무극 ‘저승편’을 처음 봤을 때 원작자인데, 부끄럽게도 눈물이 나더라. 이번에도 눈물이 많이 나서 참느냐 고생했다.”며 “작은 만화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주셔서 서울예술단에 감사드리고 말씀처럼 ‘신화편’도 만들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김태형 연출은 “좋은 원작을 바탕으로 열심히 만들었다. 신과 인간 세상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고, 집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인간들이 자신의 인신과 교만과 믿음을 위해 움직일 때 신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가 신들을 바라보고 구할 자격이 있는가, 어떻게 해야 신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이 되게 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쌍 천만 영화로도 유명한 ‘신과함께’ 시리즈의 공연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었을까. 이에 김태형 연출은 “웹툰이나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과 공연을 소비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공연에 맞게 캐릭터들의 나이도 조금씩 정리를 했고 정치적인 이야기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풀어봤다. 해서 그것이 공연을 보러오신 관객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아름 작가 역시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연이라는 장르에 맞게 각색하려고 노력했다.”며 “이 시대에 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또 공동체로서 같이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각색했다.”고 밝혔다.

가무극으로 재탄생한 ‘이승편’의 각색에 주호민 작가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영화 제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무극 ‘이승편’의 대본을 봤을 때 결과물에 만족했다고. 특히 박성호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 주호민 작가는 “가장 염려한 부분 중 하나가 약한 자가 선하게 묘사되거나 강한 자가 악하게 묘사되는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을 박성호라는 캐릭터가 잘 메꿔준 것 같아서 굉장히 좋은 각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한아름 작가는 “우리 창작이고 서울예술단의 작품이고, 또 이제는 시대가 좋아지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된 것 같아서 작가로서 조금 용기를 내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며 “대본을 준비하면서 자료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용산, 청계천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개발 속에 그런 것들이 있어서 저에게도 시대적인 부채감이 있었고,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는 구호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해서 가장 기본적인 사람이 사는 공간, 사람을 위한 공간을 가장 중점으로 두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사를 쓸 때 단어 선택 등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고, 음악을 들으면서 용기를 냈고,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할아버지와 동현이,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끌어내려고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각색을 했다.”며 특히 박성호 캐릭터는 용산 참사 때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읽고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박성호 역할을 맡은 오종혁은 “원작에서는 에피소드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친구였는데 가무극에서는 집을 얻기 위해 남의 집을 부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캐릭터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런 고민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맡아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원작의 따뜻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며 “음악을 작업하면서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승과 저승을 동시에 그려야 하고 이승에 있는 신들까지 그려야 하고, 또 어두운 현실도 있지만 예쁘고 따뜻한 마음들도 공존하기 때문에 해서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요소가 다 있으면서 하나로 모으는 부분이 쉽지 않았고, 또 판타지적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음악적인 어휘를 다양하게 쓰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의 작품으로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성주신 역할을 맡아 작품을 이끌어가게 된 고창석은 오랜만에 가창이 포함된 공연에 출연하면서 연습에 너무 매진한 탓으로 목 상태가 다소 좋지 않았다. 이에 “죄송하다”면서도 “수십 편의 영화를 찍고 수백, 수천 번의 공연을 했는데 이렇게 의욕적으로 공연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들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이성적으로 해야지 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구나 하는 걸 느낀 첫 번째 공연이었다. 모자란 부분을 열정으로 메꾸고자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매 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성주신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으로 “살이 안 빠지도록 하는 게 가장 컸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성주신과 콤비를 이룰 조왕신 역할을 맡은 송문선은 ’이승편‘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액션을 해보게 되었다며 “제가 몸 다루는 게 엉성하고, 보기에 불편하시면 어떡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덕춘(김건혜 분) 선배님이 정말 액션이나 무술을 잘하셔서 보고 배우는 것도 컸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천규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박석용은 “윤우와 작업하는 내내 너무도 행복하고 너무 슬펐다. 극중 쓰러져서 누워있는 장면이 있는데 동현이 때문에 너무 많이 울컥해서 요즘엔 아예 그때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 신이 있고 감동이 있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어 손자 동현 역을 맡은 이윤우는 “앞으로 공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최정수와 김건혜는 ‘저승편’에 이어 ‘이승편’에도 각각 ‘해원맥’과 ‘덕춘’ 역할로 출연한다. 이에 최정수는 먼저 “‘저승편’에 이어 ‘이승편’까지 해원맥 역할을 하게 돼서 굉장히 감회가 새롭고,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밝혔고, 김건혜는 “저승편에 비해서는 조금 무겁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마음 따뜻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서울예술단은 앞서 2019시즌의 창작가무극으로 훈 작가의 동명의 웹툰 원작을 무대화한 ‘나빌레라’를 통해서도 관객과 평단에 두루 호평을 받은 바 있고 ‘신과함께-저승편’ 또한 꾸준하게 앙코르 공연이 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신과함께-이승편’ 역시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원작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시대적 고민과 보편성을 확대한 만큼 서울예술단의 또 하나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은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