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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주광, 올인하듯 달려온 16년..이룬 것과 감사한 것들

  • 입력 2019.04.30 11:3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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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로 만난 배우 이주광의 인터뷰, 1편에 이어.

뮤지컬 ‘루드윅’에서 특히 루드윅은 극 초반 등장 이후 퇴장이 없다. 자신의 청년기의 감정과 고통을 마주하며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화자로 함께한다. 순간 쏟아냈다가 순간 물러서면서 관객의 시야 중심에 섰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16년 차 배우인 그에게도 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보통은 열심히 뛰면 땀이 나더라도 퇴장해서 해소하고 땀도 닦고 뭔가 다른 기분으로 등장할수 있는데, 여기서는 방금 울었는데 금방 다른 감정으로 돌아서야 하고, 청년이나 카를의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또 거기에 한 마디씩 해요. 그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서서히 바꿔가야 하니까 진땀이 나더라고요. 뚝뚝 나는 땀이 아니고 정말 서서히 땀이 나요. 사람의 집중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등장하는 순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제 나름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놨어요. 이 동작 다음에는 뭘 하고 이거 다음에는 어떤 감정이니까 이렇게 가자, 혹시라도 제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할 때 누군가는 눈치 챌 수 있잖아요. 그 잠깐의 순간 때문에 마법이 깨져버리거든요.”

이주광은 2003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이후 ‘황진이’, ‘올슉업’, ‘그리스’, ‘헤드윅’, ‘싱글즈’, ‘틱틱붐’, ‘빨래’, ‘브루클린’, ‘셜록홈즈’, ‘셜록홈즈2’, ‘쿠거’, ‘파리넬리’, ‘고래고래’, ‘배니싱’ 등에 출연했다. 장르나 캐릭터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16년의 세월을 감안하면 작품의 수는 비교적 많지 않다. 한 작품에 올인하는 탓에 겹치기 출연이 없었던 이유에서다. 1년에 최고 많은 작품을 했던 것이 세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이주광이 지난해 11월 ‘배니싱’ 폐막 이틀 만에 ‘루드윅’으로 무대를 옮겼다. 팬들 사이에서 웬일인가 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루드윅’에 어떤 매력이 있어 그의 행보를 당겼을까.

“‘배니싱’이라는 작품도 워낙 초연부터 만들었던 작품이고 관객분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감사하죠. 특히나 제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해주셨을 때는, 저는 캐릭터를 극적으로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 것에 좀 매력을 느끼는 것 같고, 이번에 ‘루드윅’을 바로 결정한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악성(樂聖)’, ‘거장’의 느낌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보통은 제가 1년에 한두 작품 해요. 많이 하면 세 작품인데, 제 오래된 팬분들은 이미 아시니까 당연히 또 그러겠거니, 할 때 많이 보자는 식인데 바로 한다니까 적응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건 어쩌면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하늘이 마지막에 주는, 아버지가 주는 편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는 사실은 너를 정말 사랑했어’. 정말 꾹꾹 눌러 쓰듯이 연기하고 있어요. 보통은 어머니가 공연에 오시면 ‘고생했다’, ‘정말 잘했다’ 하시는데 이번엔 아무 말씀 없이 가셨어요. 그리고 같이 식사를 하는데 그냥 어이가 없었다고 슬며시 웃으시더라고요. 저에게서 아버지를 다시 보셨나 봐요. 아버지는 가셨고 남은 아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걸 잘했다고 하시기도 그렇고 그냥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됐다.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렇다면, 뮤지컬 ‘루드윅’은 궁극적으로 배우 이주광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나의 다음 장을 넘겨준 작품이죠. 이주광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나 영역을 조금 넓혀준 작품이 아닐까. 30대 후반을 가고 있는 와중에 50대 후반의 인물을 연기하게 된 거죠. 어느 순간에는 내가 젊은 역할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 삶이나 배우의 결이 어떻게 바뀔까 했을 때, 저는 끝까지 무대에서 매력적인 배우로 남고 싶은 것은 변함이 없거든요. 다행히 이번에 베토벤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인물이고 누구 봐도 매력 있는 캐릭터로 볼 수 있게 만들려고 했어요. 정말로 그 나이대의 분들이 보셔도 뭐라 할 수 없게. 해서 자연스럽게 그 브리지가 되어 준 작품이고, 그래도 아직은 젊은 나이기 때문에 일단 맛을 본 느낌이에요. 어쨌든 초연부터 만들었으니까, 나이 들어도 한 작품 보험은 들어놨구나(웃음). 대표님도 그러시더라고요. 오래오래 할 수 있겠다. 해서 앞으로 저나 제 또래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면서 다시 ‘배니싱’ 같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거고. 여러 매력적인 인물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이주광은 지난해 데뷔 1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난 바 있다. 데뷔 후 출연했던 작품들의 넘버와 MR을 보유하고 있는 곡들로 추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콘서트는 애초 자신의 기획이었다기보다 팬들의 축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자극이 되었을까, 이주광은 팬들에게 앞으로 활동을 많이 하겠다고 아예 선언을 했다고 한다.

“올해부터 최소한으로 쉬고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을 하겠다고 선언을 해놨어요. 매니저한테도 스케줄이 겹치지 않으면 최대한 가자 했어요. 그동안 오래 지켜봐준 팬들에게 고마운 것도 있었고, 작년에 15주년 콘서트를 했는데, 사실 15주년이라고 뭘 할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축하를 해주시길래 그럼 그냥 조그맣게 조용히 해보자 했어요. 근데 티켓을 오픈 하자마자 매진이 되더라고요. 원래는 셋 리스트도 간단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26곡이 된 거예요(웃음). 정말 멘트도 거의 안 하고 노래만 계속 했어요. 사실 리허설까지 치면 그날 저는 50곡 넘게 부른 거였어요. 그랬더니 목이, 그것도 마지막 곡으로 ‘울게 하소서’를 불렀는데 진짜 죽겠더라고요(폭소). 그러다 보니까 저에게도 팬분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뭔가가 되어버린 거죠.”

실시간에 존재하고 사라지는 무대 예술인으로서 이제는 남겨지는 것에 대한 생각도 커졌다고 한다. 그것이 또한 ‘열일 행보’를 선언한 이유이기도 했다.

“저는 늘 갈증이 있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젊음이나 생각을 남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때 관람을 했던 분들의 기억 속에 서서히 미화됐다가 사라졌다가, 그렇게 왔다갔다 하죠. 어느 순간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심취하게 돼서, 좀 더 건강하고 열정적일 때 더 달려보자. 내가 어떤 작품을 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일단 팬분들이 굉장히 반가워하시는데 저래놓고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언제 외국에 나가서 안 들어올지 모른다(웃음). 어쩌다 보니 제가 그런 이미지더라고요.”

이주광은 한때 카페를 운영하며 직접 요리를 했는가 하면 단독 콘서트의 셋리스트 구성은 물론 포스터까지 직접 제작했다. 이 포스터에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이름도 박았다. 할 수 있는 건 하자,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식이다.

“정말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카페도 뭔가 그때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했었고 요리도 제가 직접 했고 팬분들도 많이 오셔서 드시기도 했고, 재밌었어요. 저는 아주 잘하는 건 없는데 잔재주가 많아서 포스터도 그냥 어플이 있길래 7분 만에 만든 거예요. 15주년 단독 콘서트니까 모든 걸 내 손으로 해보자. 셋리스트부터 연습 진행, 포스터도 정신 나간 무지개로(웃음). 포스터의 핵심은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거, 보자마자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하는 거거든요. ‘저거 뭐야?’, ‘색을 저 따위로 썼어?’ 하면서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그 역할은 확실히 했다고 봅니다(웃음). 평범한 건 재미 없으니까. 물론 논란은 좀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디자인 팀 뭐하는 거냐 하시다가 돌이켜보니 정말 좋은 디자인이었다, 뭔가 생각이 있다, 저 사람이 그냥 뭘 할 사람은 아니다, 그러시더라고요. 감사했죠(웃음).”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신은 특히 작품이나 캐릭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16년간의 컬렉션은 나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 소신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저는, 그동안 한 이미지로만 가지 않았어요.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길거리 노숙자, 경성시대 뱀파이어, 이번에 베토벤까지 하니까 정말 다양하게 하고 있구나, 다양한 컬렉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속 그 컬렉션을 넓혀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하는 그날까지 최대한 다양하게, ‘아 그래도 내가 이 정도는 해놨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때 뭐 30주년 콘서트가 되면 진짜로 한 60곡을 부르든지(폭소).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겠다. 열정은 넘치니까요.”

배우로서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었다. 관객은 물론 꾼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애초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맥도 없던 탓에 오로지 실력으로 부딪혔다. 그런 자유 경쟁이 뮤지컬 시장의 매력이었다고 한다.

“저는, 물론 가장 먼저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아야겠지만 제작진이나 배우들, 꾼들이 봤을 때 그들에게 박수받고 싶기도 하거든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바람도 있고, 뭔가 독보적인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저를 내세우는 연기보다 가족들이 봐도 ‘내 아들이지만 내 아들처럼 안 보인다’, 꼭 마술처럼 완전하게 속이는 걸 좋아해요(웃음). 그럴 때 배우의 매력을 많이 느끼죠. 그리고 애초에, 저는 고졸이라 어디 출신이냐? 출신이 없어요. 그런데 이쪽은 누가 봐도 잘하는 실력이면 그게 최고인 거잖아요. 기회가 공평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스팩이 모자라더라도 연기와 노래로 오디션 장의 공기를 바꿔놓는다면 적어도 한 명 쓸 거 두 명을 같이 쓰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묵묵히 16년의 세월이 쌓이니 이제는 스스로와의 경쟁보다 주변으로 시선이 쏠린다. 배우가 되길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팬들에 대한 감사를 풀어놓았다.

“관객들이 제 공연을 많이 보러 와주실 때, 사실 전에는 내가 내 것만 잘하면 뭐라도 되겠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한 분 한 분 너무 고마운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팬분들한테 다정다감하게 많이 못 해주고 있고 시간을 많이 쓰지도 못하고 있는데 퇴근길에도 점점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다음 공연도 기대해주시니까 뭔가 주는 행복을 느꼈다고 할까요. 그전에는 내 것을 더 채워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거기에 플러스 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더 큰 행복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여기 카페에도 제 사진을 걸어주시고 하는 이런 것들이(공연장 1층 카페에 이주광이 연기한 캐릭터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팬들의 깜짝 이벤트였다고 한다), 저는 정말 감동이죠. 그래도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좋은 퀄리티의 뭔가를 드려야겠다. 해서 무대도 무대지만 다른 방향으로도 준비하고 있어요. 단독 콘서트도 또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의 16년, 배우 이주광은 또 어떤 포부를 가지고 나아가게 될까.

“저는 운명을 믿는 편이에요. 원해도 안 되는 작품이 있고 이상하게 안 될 듯하면서 되는 작품이 있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 쪽도 아예 배제하고 있진 않아요. 운명이 다가온다면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해서 더 열심히 쉬지 않고 달려 볼 생각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고, 뭔가 이주광이 아니면 못 한다는 것들을 많이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어디서든 빛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죠.”

한편, 이주광이 출연 중인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는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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