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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여진구, 이제 막 시작된 스물셋 '진짜 배우'

  • 입력 2019.03.18 08:0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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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종영으로 만난 배우 여진구의 인터뷰, 1편에 이어.

Q. 배우 여진구에게 ‘사극 불패’라는 수식어도 있더라. 아역으로 활약했던 ‘연개소문’, ‘일지매‘, ‘자명고’, ‘무사 백동수’,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에서부터 ‘대박’, 이번 ‘왕이 된 남자’까지 그만큼 사극에서의 활약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특히 이번 ‘왕이 된 남자’는 정점을 찍은 느낌이 모양새다.

“사극이니 잘 될 거다,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고요, 사극이라고 다 잘 된 것도 아니었어요(웃음). 사극이라는 장르도 그렇지만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이번 작품에 확신이 들었던 건데 일단 고민은 너무나 하고 싶고 바라왔던 역할인데 잘할 수 있을까였어요. 아역에서부터 사극을 많이 하다 보니까 다른 장르에서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대 되면서 좀 막막했고요. 앞으로 내가 뭘 가지고 떳떳하게 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왕이 된 남자’를 운 좋게 만나게 됐는데 사극을 잘한다는 이야기에 좀 더 결정을 굳힌 이유는 있었죠.”

Q. 어떻게 보면, 흔히 젊은 배우들이 어렵다 여기는 사극에서 배우 여진구를 필요로 하고, 쉽지 않은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여진구라는 배우의 역량을 높이 사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워낙 어려서부터 가혹한 운명에 휘둘리는 역할을 하다 보니까(웃음) 사극을 좀 더 편하게 느끼는 것도 같은데, 그러면서도 시행착오도 많이 남았을 것이고 앞으로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해서 앞으로, 그렇다고 뻔뻔하지 않게 다른 장르에서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차기작(tvN 예정작 ‘호텔 델루나’)을 좀 일찍 정한 것도 있어요. 판타지 로코를 하게 될 텐데 이번에 새롭게 찾은 감을 계속 이어서 도전하고 싶었고, 이번에 맡은 구찬성 역할이 굉장히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는 강한 남성적인 인물이고, 직업도 호텔리어인데 예의 바르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친구이면서 반면 부드러운 인간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지금까지는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설득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딱 구찬성을 보여드려야 할 거 같아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고요.”

Q. 스물셋에 만난 ‘왕이 된 남자’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정말로, ‘인생작’이다 이런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을 이렇게 빨리 만날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작품을 하는 중에 저 스스로 성장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될 줄도 몰랐고요. 저한테는 두루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20대가 되면서 저만의 색이 무얼까 헤맸기도 하고, 그래서 선배님들이나 감독님들에게 의지했던 것 같은데, 아직 어리고 앞으로도 실패할 경험도 많겠지만, 이번에 찾은 감을 가지고 연기하면서 하루빨리 저만의 고집이나 스타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작품이 이렇게 이른 나이에 왔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또 배우가 이렇게 노력하고 확신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앞으로도 이렇게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방향을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연기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Q. ‘해를 품은 달’에서의 어린 이훤 역할이 워낙 국민적 사랑을 받았는데, 아역 출신 배우라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해품달’ 때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그걸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저는 또 이후의 활동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칭찬받는 것도 좋고 냉혹한 평가가 있다면 또 그걸 발판삼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고요. 이제 성인으로서는 ‘화이’일 수도 있고 이번 ‘왕이 된 남자’일 수도 있을 텐데, 무엇으로라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준다는 게 고마운 거지, 그걸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Q. 풋풋한 나이와 대조되는 저음의 강직한 목소리가 큰 신뢰를 주는 반면 또래 현대극의 역할에서는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은 어떨까.

“그동안에는 주로 진중하고 무거운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이제는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고, 가볍고 코믹도 있는 그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플러스 요소도 있지만 새로운 모습에 있어서는 방해가 된다는 생각도 해요. 해서 어떻게 하면 여러 장르에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를 보여드릴까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이 목소리가 어떻게 보면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Q. 평소 관심사는 무엇일까.

“저는 평소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든 드라마든 많이 봐요. 당연히 결제하고 봅니다(웃음). 작품을 보면서 수많은 배우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에게서 장점을 배우려고 하고요. 뭔가 극복한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이번에 ‘왕이 된 남자’에서는 특히 장광 선배님 연기를 보면서도 많이 배웠어요. 연기로 따뜻하고 웃음을 드릴 수 있고,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는, 선배님 웃는 모습이 정말 귀여우시잖아요. ‘어떻게 저렇게 귀엽게 웃으시지?(웃음)’, 그런데 또 실제 그런 촬영을 하실 때도 너무나 행복해하시고 즐거워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배님처럼 즐거운 신을 할 때는 저렇게 즐겁게 접근해야겠구나, 내가 전에는 생각 보다 즐기지 못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던 것 같고요.”

Q. 지난 14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배우 여진구, 비결이 뭘까 자평해본다면.

“우선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았던 역할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들이 많았고 그런 작품이 계속 있었다는 게, 정말로 저는 작품 복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그런 역할로 제 나이를 필요한 작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거니까. 해서 지금까지는 운이 따라준 배우였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이 쌓여서 오늘날 ‘왕이 된 남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해서 앞으로도 그냥 지금처럼 꾸준하게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앞서 20대 전후로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슬럼프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슬럼프는, 그냥 모든 작품마다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제 연기를 보면 뭔가 후련하지 못하고 답답하고, 그냥 제 연기가 별로였어요. 뭐가 문제일까 했는데 정말 답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제 연기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길이 풀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낼 때 손에 땀도 나고(웃음), 긴장되기도 한데 앞으로 좀 마음을 굳게 먹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제 역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모태솔로지만 사랑을 모르지 않는다고 한 언급이 화제가 되기도 했더라.

“얼핏 말이 이상한데 정말이에요(웃음). 연기하면서 연애감정뿐만 아니라 많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연애를 해보진 않았어도 그 감정이 뭔지는 알 것 같거든요. 이번에 특히 절절한 감정을 연기했고 그러면서 평소 사랑에 대한 정의도 많이 달라져서 ‘나는 과연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물음도 있었고요. 해서 이 연기라는 게 인간 여진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배우와 인간 여진구를 떨어뜨릴 수 없겠구나. 배우로 활동하면서 인간 여진구가 사회생활을 배우기도 하고 제 모습이 연기에 보이기도 하고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해서 모태솔로인 게 맞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아예 모른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웃음).”

Q. 배우가 아닌 인간 여진구를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인간인 여진구조차 배우의 삶에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서 저를 흔드는 게 있다면 연기인 것 같아요. 그만큼 이번에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지금까지 알던 연기와 다른 것도 느꼈고요. 그동안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질린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니까 연기를 더 잘하고 싶고 하고 싶은 생각만 들더라고요.”

Q. 그렇다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을 꼽아보라면.

“너무 빤한 대답인 것 같아 죄송한데, 저는 그것도 연기한 것 같아요(웃음). 제가 뭔가 하나를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연기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해도 해도 질리지 않아요. 그래서 연기가 좋아요.”

Q. 끝으로 대중이 바라보는 배우 여진구. 어떤 이미지로 남길 원할까.

“뭔가 하나로 정의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요즘 말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야 할 텐데(웃음) 그러려면 계속해서 도전하고 저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긴 시간 시행착오도 있을 거고 실망을 안겨드릴 일이 더 많지 않을까,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오히려 여유가 생기고 좀 편해지더라고요. 나중에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한편, 여진구는 차기작으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통해 아이유(이지은)와 호흡을 맞춰 오는 8월 안방극장에 컴백을 예정했다. '왕이 된 남자'로 이룬 스스로의 성장을 시험해보게 될 '호텔 델루나'에서의 활약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스물셋 배우 여진구의 행보를 주목해본다. [사진제공=JANUS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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