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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여명의 눈동자', 우여곡절 끝 초연..근현대사 메시지 통할까

  • 입력 2019.03.08 07:1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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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담은 창작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최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를 재차 극화한 창작 뮤지컬로, 일제 강점기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어낸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 MBC에서 방송할 당시 평균 시청률 44%, 최고 시청률 58.4%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 사건 등을 담아내 화제가 됐다. 특히 애절하면서도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자랑한 오프닝 타이틀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연출 노우성)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변숙희 대표를 비롯해 배우 김진태, 조남희, 김수용, 김보현, 박민성, 김지현, 문혜원, 테이, 이경수, 유보영, 민시양, 구준모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36부작의 방대한 드라마, 2시간여의 러닝타임에 축약하면서 무엇보다 작품의 메시지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변숙희 대표는 “1막의 큰 기둥은 윤홍철 선생님이시고 2막의 큰 기둥은 동진 모로 설정했다. 그만큼 상징적인 인물들이시고, 드라마의 방대한 이야기를 다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핵심인 우리가 역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실 제주 4·3 사건은 저 역시도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그동안 일제 강점기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그 이후의 사건을 심도 있게 다뤘으면 좋겠다는 의도에 집중해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주인공 윤여옥이 위안부 피해자인 만큼 당시 상황의 묘사도 인물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만 10세 이상 관람가로, 더 많은 관객과의 교감을 위해 간접적이면서 상징적인 묘사로 풀어냈다.

극 중 ‘윤여옥’을 연기하고 있는 문혜원은 “그런 부분들이 조심스럽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직접적인 묘사는 삼가고 소녀상을 묘사하면서 앙상블 분들의 안무로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고, 김지현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굉장히 슬픈 장면이 만들어졌다. (당시의 상황을) 다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연기하면서는 최대한 신의 상황 안에서 윤여옥으로 살려고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뭘 더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거나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그냥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런 마음이 객석에 전달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변숙희 대표는 “극 중 사용하는 의자도 소녀상의 의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간접적인 표현과 상징적인 것으로 역사의 아픔을 말씀드리고 있다. 무대도 현재 ‘런웨이’라고 불리는데 ‘길’이라는 의미에서, 예전의 역사가 없었다면 저희가 없는 것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참 가슴 아프지만, 우리의 역사여서 다만 간접적인 묘사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관객이 작품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무대 위에 세로로 긴 형태의 무대를 설치해 ‘런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무대 양쪽으로 객석을 배치했고 그를 ‘나비석’이라 칭했다. 특히 장면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소품 외에 세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100석 이하 소극장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조를 통째로 대극장 무대 위에 옮겨놓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투자 사기로 인한 우여곡절이 겼었다. 그로 인해 애초 2월 7일 개막 예정이었다가 지난 3월 1일에나 공연의 막을 올렸다. 그사이 공연이 아예 엎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큰 비용이 필요한 세트를 제작할 여건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럼에도 제작진과 배우들의 공연 의지가 강해 애초의 방향을 전면 수정한 현재의 형태로 완성됐다. 음악 역시 오케스트라가 아닌 MR로 대체했다.

이에 변숙희 대표는 “아시다시피 굉장히 어렵게 올린 공연인데, 단지 그 이유로 나비석을 만든 게 아니라 앞서 말씀드렸던 ‘길’이라는 의미에서 이 무대가 탄생했고, 저희 제작진이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대극장에서 이런 형태는 보기 힘들지만, 배우들이 땀 흘리는 모습까지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그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관객들과 리얼하게 같이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러한 형태의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민성은 “배우와 관객이 따로 나뉜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재판의 방청객으로, 또는 3·1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에 당시를 살았던 대한민국의 사람들로 같이한다고 생각하니까 거부감이나 이질감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호흡을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어있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저는 오히려 시너지는 받는 것 같고 좋은 것 같다. 연출님께서 구성을 잘해주신 것 같고, 제작진 포함 함께 이끌어가는 앙상블 분들까지 모두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와 반대로 취약점도 분명 있다. ‘나비석’을 염두에 둔 전 방향 형태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정면 객석이 다소 소홀해진다. 제작사 역시 이를 감안하여 중극장 사이즈의 가격으로 책정했다. R석과 나비석이 7만 원, A석이 3만 원이다.

변숙희 대표는 “처음 계획과는 정말로 방향이 많이 틀어졌는데,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MR로써 부족한 것들을 저희 배우들이 다 채우고 계시고, 관객들의 평 90% 이상이 가까이에서 보고, 무대장치가 없기 때문에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말씀해주시더라. 물론 많이 부족하고 더 훌륭한 곡들을 관객들에게 많이 들려드릴 수 있었는데 여러 여건상 그렇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관객분들 역시 저희의 그러한 어려움을 알고 많은 용기를 주고 계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끝으로 변숙희 대표는 “3년 반전에 이 작품을 해보려 했을 때는 사실 남북이 이렇게 화해모드로 갈 줄 몰랐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으로 북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하는데 당시 정말 무모한 생각이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작품 속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는 하나야. 강이 하나로 흘러가듯이 그냥 하나야.’ 계속 그런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것이 저희 작품의 가장 큰 포커스라고 생각한다."며 "제작진과 얘기한 것이 ‘다시는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피해자다, 한민족이다.’ 그런 말씀이었다. 남과 북이 같이 겪었던 역사이기 때문에 서로가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제가 알기로 위안부와 생체실험과 4·3 사건과 기타의 거들을 한꺼번에 다룬 뮤지컬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4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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