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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대학살의 신', 세상 재밌는 싸움 구경.."같이 보실래요?"

  • 입력 2019.02.20 04:3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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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SKY 캐슬’ 개싸움에 버금가는 고상한 이들의 웃픈 육탄전이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된다. 블랙코미디의 진수, 연극 ‘대학살의 신’이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 등 2017년의 멤버들 그대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부유함, 고학력, 충만한 자신감, 품위, 고급스러움으로 포장된 중산층과 지성인의 이중성을 코믹과 통렬함으로 비판한 블랙코미디다. 2008년 웨스트엔드 초연은 2009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코미디상을 수상했고,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면서 2009년 토니상 연극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석권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돼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동아연극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평단과 관객에게 고루 호평받았다.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해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와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하면서 엉뚱하게도 부부간 대립으로 번지거나 남편들, 아내들이 의기투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삿대질과 막말은 기본에 난장판 육탄전까지 치닫는다. 우아하게 가식을 떨던 그들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보는 이들은 폭소가 터지지만 차진 호흡으로 폭발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혹사극’ 쯤 되겠다. 현재 출연 중인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201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19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아네뜨’ 역의 최정원,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 ‘알랭’ 역의 남경주, ‘미셸’ 역의 송일국이 참석해 작품 전막을 시연하고 이후 질의응답에 참석했다.

특히 배우들은 2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 배우들 개개인의 성장을 꼽았다.

먼저 최정원은 “2017년 때는 열정만 가득했던 것 같다. 다시 대본 들여다보고 똑같은 배우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적어도 가식 안에 진심을 꼭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내 아들에 대한 진짜 진심으로, 이건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는 것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에너지가 좀 달랐던 것 같다. 훨씬 편하고, 하면 할수록 이 작품을 내가 했었나 싶을 정도로 대본이 좀 달리 보이더라. 더 좋아지는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남경주는 “지난번에는 알랭에 남경주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상대방이 감정을 격하게 가져오면 제가 그걸 참지 못하고 격하게 대했던 게 있는데, 실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알랭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봤더니 말을 정확하게 귀 기울여 들어야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경주를 많이 빼자. 그리고 알랭이라는 인물을 조금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찾아서 집어넣어 보자고 했는데 그래도 어쨌든 알랭에게서 남경주를 아예 지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지하는 “이 작품은 재밌는 지점과 어려운 지점이 동일한 것 같다. 대사에도 있지만, 단어 하나 때문에 모든 게 다 달라지기도 하고 아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그런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 네 명의 앙상블이, 작품의 결과물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리는 경험을, 연습 때부터 지금 매번 공연에서도 느끼고 있다. 물론 라이브니까 당연한 건데 상당히 격차가 있는 것 같다.”며 “2년 전과 비교해보면 베르니끄를 다르게 분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때는 배우로서 좀 코믹하게 해보고 싶은 욕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고 어떻게든지 관객의 웃음을 더 끌어내자는 마음이 있었고, 해서 관객들이 박장대소하게끔 캐릭터를 좀 더 희화화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지점을 최대한 절제하고 좀 더 리얼하고 훨씬 이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어쩌면 우리 나이의 관객들, 현대인들에게 조금 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게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송일국은 “2017년 공연이 끝나자마자 아내 연수를 따라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는데, 1년 동안 24시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보내면서 느낀 것들, 어려움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는데 그 시간 때문에 이 연극을 다시 접했을 때 다르게 느껴지더라.”며 “특히 아내와 싸울 때 아주 그냥 확 와닿더라. 작품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송일국은 지난 시즌보다 한결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그에 대해서도 지난 1년의 시간이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송일국은 “2017년에는 소리만 지르다 끝났는데 이번에는 그 안에서도 아내에게 눌리기도 하고 풀기도 하고 디테일을 좀 찾으려고 했다. 확실히 1년의 공백기가 배우로서는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가족하고 겪었던 그 순간들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해서 그런 여유로움이 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이지하는 “송일국 배우가 하는 늘 자랑스럽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아니면 이건 어떤 배우도 할 수 없어’. 한번은 너무 뛰어올라서 날아갈 뻔한 걸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적도 있는데, 제가 뛰어올랐을 때 저를 단단하게 받아서 내동댕이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는, 그건 사실인 것 같다.”고 칭찬하면서 “어떤 남자 배우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안정적으로, 제가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너무 완벽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보시는 분들은 격렬하게, 그게 다 송일국 배우님이 해 주시는 거고 저는 척만 하는 거다. 그건 정말 다른 배우는 못 할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칭찬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송일국은 “평소에 저는 아내에게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늘 지고 산다. 집에서 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많이 누르고 서로 존대를 하니까 큰소리치기도 그렇고 한데, 여기 와서 아내와 싸우면서 평소 쌓였던 걸 다 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제가 느낀 그런 통쾌함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연기하면서 아주 그냥 속이 후련해진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대학살의 신‘ 속 두 부부의 모습은 현실 부부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로지 일이 최우선에 가정은 뒷전인 남편에게 아내는 속이 뒤집힌다. 내 남편이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남보다 못한 중립적인 남편은 남편인가 남인가 싶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이는 그들의 삶도 한 꺼풀 벗겨놓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대학살의 신‘ 속 난장판 역시 그저 그간 쌓였던 것들이 하나의 계기를 통해 폭발하는데 그것이 박장대소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 애잔하다.

이에 이지하는 “(이야기가)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어떤 한 포인트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베르니끄로서는 오늘의 이 모임이 끝장났다는 게 가장 결정적이다. 내가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심오하게 1박 2일간 잠 안 자고 남편을 교육해서 이 사람들을 불러왔는데 이따위로 끝났다는 게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이렇게 되는 데에 완벽하게 일조한 남편을 용서할 수가 없고, 또한 저 싸가지 없는 커플을 용서할 수가 없는 거다. 해서 자폭하게 되는 쪽으로 캐릭터를 잡았기 때문에 사실은 이 모임이 깽판 나는 그 순간이 어쩌면 저 자신을 완벽하게 벗어던지는 순간으로 나름 포인트를 잡고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남경주는 “일단 여기 배우들이 연극도 하지만 방송도 하시고 뮤지컬도 하시고, 그럼에도 연극 작업을 하는 이유가 저는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 손해를 보는 듯하고 굉장히 어렵지만, 기꺼이 모험을 감행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 배우의 길을 우리가 보여줌으로써 그런 연극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해서 정말로 뜻깊은 작품이고 소중한 작업이다. 또 연극뿐만 아니라 공연 자체가, 그리고 배우들도 다양해지는 시대가 빨리 됐으면 좋겠고 저희의 이런 활동과 작업이 조금이나마 연극계에 힘이 돼서 다시 관객들이 연극 무대로 올 수 있는, 그리고 재밌는 연극뿐만 아니라 조금 진지한 연극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오는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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