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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연극 '대학살의 신', 다시 뭉친 주역들.."너 아니면 안 돼"

기사승인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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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블랙코미디의 진수, 연극 ‘대학살의 신’이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 등 2017년의 멤버들 그대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부유함, 고학력, 충만한 자신감, 품위, 고급스러움으로 포장된 중산층과 지성인의 이중성을 코믹과 통렬함으로 비판한 블랙코미디다. 2008년 웨스트엔드 초연은 2009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코미디상을 수상했고,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면서 2009년 토니상 연극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석권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돼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동아연극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평단과 관객에게 고루 호평받았다.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해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와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하면서 엉뚱하게도 부부간 대립으로 번지거나 남편들, 아내들이 의기투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삿대질과 막말은 기본에 난장판 육탄전까지 치닫는다. 우아하게 가식을 떨던 그들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보는 이들은 폭소가 터지지만 차진 호흡으로 폭발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혹사극’ 쯤 되겠다.

현재 공연 중인 ‘대학살의 신’의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은 2017년 시즌의 멤버들이다. 이들은 특히 이번 시즌에 그대로 재합류하면서 출연 기준이 ’이 멤버들‘이었다고 밝혀 주목을 모았다. 그만큼 배우들의 호흡과 합이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작품이 다름 아닌 연극 ’대학살의 신‘이다.

   
 
   
 

19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아네뜨’ 역의 최정원,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 ‘알랭’ 역의 남경주, ‘미셸’ 역의 송일국이 참석해 작품 전막을 시연하고 이후 질의응답에 참석했다.

먼저, 2년 만에 다시 뭉친 소감을 묻자 남경주는 “연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며 “저희 네 사람이 같은 캐스트로 공연을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공연하게 됐다. 그 이유는,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공연이고 네 사람이 굉장히 친밀해야 하는데 친밀함은 2017년에 아주 돈독히 다져놨기 때문에 거기에 더 이상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있고 해서 같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가장 우려했던 점은 이 네 사람이 호흡도 잘 맞았고 결과도 좋았던 것이, 우리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공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웃음 포인트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미리 앞서가면 어떡할까. 해서 최대한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고 하지 말자. 거기에 모든 것을 걸자.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순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임했다.”며 “이번 시즌으로 몇 회 공연했는데 전 시즌과 반응이 조금 다르더라. (반응이) 나빠진 건 없지만 웃음 포인트가 조금 달라진 것은 앞서 말씀드린 부분이 그래도 좀 개선됐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자평을 해본다.”고 밝혔다.

현재 멤버들 중 한 명이라도 출연이 불발됐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초연의 멤버를 아예 볼 수 없었을지 모르겠다. 워낙 현재 멤버들이 초연에서부터 팀워크가 좋기도 하거니와 각자 다양한 활동 중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품으로 새롭게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베테랑 배우들로서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 하여 배우들의 1순위 출연 조건이 ‘초연 팀의 재합류’였다고 한다.

   
 

만약 이 출연진이 아니면 출연을 고사했겠는가 하는 질문에 남경주, 최정원은 곧장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최정원은 “저쪽 두 분은 잘 모르겠는데 저희는 이번 시즌의 출연 조건이 그랬다. 연락을 받고 남경주 씨에게 ‘전 멤버들이 같이하는 거 아니면 하지 말자’고 했었다. 처음부터 완고하게 같이했던 우리 팀 아니면 저는 아예 참여를 안 하겠다고 했었다.”고 밝혔고, 이에 이지하는 “저희는 하지 말자고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남경주는 “송일국 씨도 전화 받자마자 ‘원래 했던 분들 다 같이 합니까?’라고 물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저에게는 배우들과 다 통화가 된 후에 ‘같이했던 멤버들이 같이합니다’라고 하셔서 그럼 저도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지하 씨가 문제였다. 바로 직전에 너무 힘든 작업을 하셔서 연극을 하는 자체가 힘드셨나 보더라. 그런데 세 명의 멤버가 그대로 한다고 하니까 또 기꺼이 하겠다고 하셨더라.”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대학살의 신’, 연습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혹은 전과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

최정원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긴 하다. 조금 더 과장해서 블랙코미디로 표현하고자 처음에는 교양이 가득 차 있고 위선과 가식으로 시작하지만 자기 본성 안에 숨어있던 속마음, 진심들을 이후에 술에 취하거나 속을 비워냈을 때 나오는 모습들을 통해서, 사실은 아이들보다 더 유치하고 폭력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네 명의 캐릭터 안에 혹시 나는 어떤 류에 속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굉장히 철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온전히 잘 표현해내는 게 저희의 목표였기 때문에 거기에서 서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연습하면서 끊임없이 같이 단합했던 것 같다. 팀워크는 최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지하는 “저도 마찬가지로, 이번에 다시 연습하면서 ‘그때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앵콜을 꼭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번 연습과정을 거치면서 작품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돼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확실히 대본이라는 게, 연기라는 게, 연극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이번에도 미처 몰랐던 것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공연까지 잘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송일국은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연습실에 있는 게 행복했고 무대에 있는 게 행복한, 그런 작품”이라며 “2017년 공연 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소리만 지르다 끝났었다. 평소 선배님들이 ‘배우가 우는 연기와 웃는 연기만 되면 반은 된 거다’라고 했는데 사실 웃는 연기는 우습게 생각했었다. ‘왜 나는 우는 게 안 되지? 우는 연기만 되면 반은 된 걸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더라. 저는 솔직히, 이 세 분이 공연예술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들 아닌가. 저는 그냥 이분들 쫓아가기 바쁘다. 해서 세 분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이분들이 워낙 열심히 하셔서 간극이 좁혀지질 않더라.”고 전하기도.

연극 ‘대학살의 신’의 관객 접근 포인트, 배우들에게 어떤 점을 바랄 수 있을까.

이에 남경주는 “사실 배우는 주제 전달을 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를 얼마나 더 명확하게 드러내느냐에 따라서 네 사람의 앙상블이 이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가 주제의식을 주려고 애를 쓴다면 아마 관객들은 재미없거나 지루할 수 있다. 저희는 그냥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허영심, 위선, 이기적인 모습, 가식,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드러내서 보여드리는 게 우리 배우들이 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저도 지난 공연에서는 조금 감정적으로 했던 것들을 이성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있고, 세 분도 마찬가지로 전 시즌보다 개선해서 연기하려고 하고 있다.”며 “연출적인 입장에서 전체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현재의 우리가 올바르게 설 자리가 어디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롭게 잘 살아가는 것인가, 또 현재 내가 어느 위치에 와 있는가, 이런 것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 깊이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박장대소하는 웃음 속에서 뭔가 진한 페이소스 같은 것이 생길 거라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정원, 이지하는 극 중 활약이 실로 하드캐리급이다. 고상하고 우아한 사모님에서부터 격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구토하거나 화병을 집어 던지며 폭발하고, 못 마시는 술을 원샷한 뒤 육탄전까지 불사한다.

   
 
   
 

이에 최정원은 “연습 때부터 굉장히 힘들었던 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베로니끄가 만들었다는 사과와 무로 만든 파이가 굉장히 맛있는데 공연을 딱 시작하면 정말 너무 역겹고 맛이 없다. 그리고 정말 계속 속이 울렁거리는데, 이 모든 난관을 빨리 벗어나서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쇼핑도 가고 싶은데 계속 일이 해결되지 않다 보니까 식은땀도 나고. 해서 토하기 전까지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게 재미도 있지만, 처음엔 좀 어려웠다. 그런데 워낙 세 분이 잘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할 수 있었고, 마지막 날까지 매일 똑같은 양의 토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런데 정말 토하고 나면 몸이 굉장히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공연 끝나면 집에서 꼭 술 한잔한다.”고 말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지하는 “원래는 술을 못 마시는 캐릭터인데 원샷을 하고, 이후에 자신의 본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설정이 워낙에 대본에 그렇게 되어 있다 보니까 그 힘으로 하고 있는데, 연습하면서 ‘나 지금 너무 추한 거 아냐? 이렇게 추한 모습까지 가야 하나?’ 그런 자의식이 발동돼서 대사를 잊은 적도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하면서 하고는 있다. 작년에 여러 일로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그때 우리 남편이 ’네가 평생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은 너의 죄를 생각해봐라. 네가 혓바닥으로, 얼굴 근육으로, 행동으로, 말로 지었던 너의 죄를 생각하면 지금 너의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닐 거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위로하더라.”며 “그 생각을 하면서 언니가 꽃으로 총탄을 날리듯이 저도 혓바닥과 몸으로 한번 총탄을 날려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보탰다.

같은 출연진에 같은 배역으로 다시 무대에 서고 있는데, 역할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실제 연습과정에서 역할을 바꿔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캐릭터의 맛이 제대로 살지 않더라며 캐스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먼저 최정원은 “저희가 사실 연습할 때는 역할을 바꿔서 해봤다. 그런데 못 쫓아가겠더라. 베로니끄 역할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지하만이 할 수 있는 느낌이다. 이게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어떤 연기든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며 “서로의 호흡이나 타이밍은 연습량에 비례했던 것 같다. 그건 저희가 훈련을 통해서 맞췄던 건데, 사실 매번 잘 되진 않지만, 타이밍이 잘 맞은 날은 공연 끝나고 네 배우 모두가 뒤에서 환호를 지른 적도 있다. 이게 축구와도 비슷해서, 어시스트 잘 받고 골을 넣으면 그때 같이 기뻐해 주는 게 팀워크이고 하모니인 것처럼 그런 느낌으로 계속 잘 맞춰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송일국은 “2년 전에 제의를 받았을 때 당연히 알랭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연습 처음 나가니까 알랭이 아니고 미셸이더라. 깜짝 놀랐다. 연출님이 저희 중에 막내인데 굉장히 예민하고 저한테 없는 걸 끄집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연습할 때 육중한 사극 톤으로 했더니 (남경주) 선배님이 ’일국아, 너 그렇게 안중근처럼 대사하면 안 돼‘ 하시더라(웃음). 연습하면서 그나마 이 무대에 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쫓아온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소리치기 바빴고 이번에 하면서는 그 안에서의 디테일을 다시 찾아가고 있고 다시 느껴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완벽한 호흡과 팀워크로 전 시즌을 넘어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오는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은진 tvjnews@tv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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