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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재원, 배우로 근 20년..비로소 깨달은 것들

  • 입력 2019.01.27 06:4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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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종영을 통해 만난 배우 김재원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출발에서부터 최근까지 줄곧 주연으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이끌었던 그다. 그러나 이번 ‘신의 퀴즈5’의 현상필은 중후반에 합류했다. 롤의 축소가 배우 개인으로서는 아쉬울 법도 한데 그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셨던 친한 형님들, 당시에 주인공을 하셨던 분들이 이제 삼촌, 아버지 역할을 하신다. ‘형님이면 그래도 주인공 하셔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너도 그런 시간이 와. 너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초조해져. 시간의 변화에 잘 적응할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어’라고 하시더라. 저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주인공이니까 전체를 내가 다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이나 압박이 굉장히 강했고, 작품이 안 됐을 때 감정의 소비도 너무 심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 것을 완벽하게 잘 해보자. 분량이 얼마가 됐든 이 역할로 드라마가 잘 굴러갈 수 있게 태엽의 날의 역할을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 분량이 많은 것도 좋지만 오히려 분량이 작으면 생각할 시간이나 연습할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것 같더라. 그런데, 그렇다고 앞으로 한 신만 주시면 안 된다(폭소).”

김재원은 2001년 SBS 시트콤 ‘허니허니’, MBC 금요 단막극 ‘우리집’에 이어 2002년 김하늘과 멜로 호흡을 보여준 MBC ‘로망스’로 단번에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그에 힘입어 같은 해에만 SBS ‘라이벌’, MBC ‘내 사랑 팥쥐’ 등에도 출연한 덕에 1년 내내 안방극장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얻은 '미소 천사', ‘살인 미소’라는 애칭은 현재까지도 김재원을 대표하고 있고, 현재는 ‘원조 살인 미소’로 통한다. 김재원은 2002년에만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 10대스타상, SBSi상, 인기상을,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인기상을 차지했다. 신인 배우로서는 이례적인 싹쓸이에 가까운 상복도 따랐다.

그렇게 근 20년간 ‘살인 미소 김재원’이었던 그가 첫 악역 현상필의 도전에서는 ‘브레인 또라이’, ‘에코 상필’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자칫 국한된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행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그러한 모든 관심이 감사하다고 한다.

“김재원이라는 배우가 20년간 잊혀지지 않고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꽃미남’, ‘살인 미소’, 그렇게 뭐라도 하나 있어서 계속 기억해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배우가 얼마나 많으며, 모두가 정말 열심히 하지만 그런 별명을 얻는 배우도 많지 않고 곧 잊혀지는 배우도 많다. 하나의 이미지를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제 이미지에 발목을 잡는 일은 없다. 발목을 잡는 건 내 스스로일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에코 상필’이라고 하시더라. 이 별명도 저는 좋다. 환경 정말 중요하고 관심도 많다. 아들을 키우는 아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더라(웃음). 저 어렸을 때는 물을 사 먹는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은 미세먼지가 큰 문제이지 않나. 다들 조금씩이라도 자각하면서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 운전만 벌점이 있는 게 아니고 에코 벌점을 좀 주든지(웃음).”

어쨌든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혼돈의 시간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신의 퀴즈5’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주었다. 그러한 영향이어서일까, 김재원은 앞으로 논스톱으로 달리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그 중에도 멜로는 못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들은 대부분 배우 생활을 평생 하겠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은 스톱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많다. 이면에 있는 내면적인 아픔을 다 표현할 수 없고, 그런 모든 것을 다 배제하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이제 저는 스톱 버튼을 아예 뜯어버린 것 같다. 앞으로 차기작으로 뭘 할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논스톱으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멜로는 못 할 것 같다. 멜로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멜로 감정을 모르겠더라. 멜로는 10대, 20대, 30대, 각각 나이에 맞는 애정의 감정이 있는데 중간에 실미도가 됐다(폭소). 지금은 애정전선 자체가 없어졌다. 일반 대중들도 일에 전념하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과는 좀 떨어지게 되는 것처럼 제가 요즘 그런 것 같다.”

김재원은 신드롬에 가까웠던 초기 활동에 비해 영화와 유독 인연이 멀다. 2004년 하지원과 함께한 ‘내사랑 싸가지’가 김재원의 영화 출연작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참 활동할 당시 워낙 건달 영화가 많아 출연을 꺼렸다고 하는데, 그러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드라마 활동으로 축이 쏠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투캅스’, ‘넘버3’, ‘조폭 마누라’, ‘공공의 적’,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이 90년대부터 2000년대를 풍미하며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냐 드라마냐, 지금도 경계를 구분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배우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인데 그게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어떤 방법이든, 장르를 구분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특히 이제는 드라마도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고 있어서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제가 한참 활동할 당시에는 건달 영화가 정말 많았다. 대본을 보면 전부 욕이더라. 그게 좀 싫어서 미뤘었는데 이제는 욕도 아주 차지게, 피나게 할 수 있다(웃음). 처음 하는 사람보다 많이 해본 사람이 더 잘하듯이 이번에 해봤으니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시카리오’에 출연한 배우 베니치오 델 토로의 눈빛을 좋아하는데 그냥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리더라. 그런 눈빛을 가지고 싶다.”

마지막으로, ‘신의 퀴즈5’는 스스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번에 뭔가 ‘악역도 해도 돼’, ‘다른 거 해도 돼’ 그런 평을 좀 받은 것 같아서, 배우로서 다양하게 넓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건 이래선 안 돼’, ‘저건 저래선 안 돼’, 저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보수적인 부분들이 많았는데 스스로도 저의 가능성에 대해 ‘진짜 마음을 먹고 할 수 있구나’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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