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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소현, 뮤지컬 '엘리자벳' 5년만 컴백.."매 신이 다른 느낌"

  • 입력 2018.12.26 09:2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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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5년 전 ‘엘리자벳’은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었어요. 출산하고 1년도 안 돼서 돌아온 무대였기 때문에 부담도 컸고요. 이번에는 원 없이, 표현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다른 엘리자벳들에게 자극도 많이 되고 정말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최근 뮤지컬 ‘엘리자벳’의 타이틀롤 엘리자벳 역으로 지난 2013년 시즌에 이어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5년 만에 돌아온 만큼 굴곡진 삶을 살았던 엘리자벳의 여성으로서의 이해는 더욱 깊어졌고, 그사이 ‘위키드’, ‘태양왕’,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 ‘팬텀’, ‘명성황후’ 등을 섭렵하면서 그만큼 표현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역사와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라는 명성을 가진 비극의 황후 엘리자벳의 삶을 그린다. 스위스 정부가 70년간 기밀문서로 보관했던 엘리자벳의 일기장과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국에 죽음을 데려왔다”는 오스트리아의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Der Tod)’과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황후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보여준다. ‘모차르트!’,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의 스토리텔러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 음악과 무대예술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뤄 국내 관객들에게도 매 시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시즌의 뮤지컬 ‘엘리자벳’에는 엘리자벳 역할에 김소현을 비롯해 옥주현, 신영숙이 트리플 캐스트로 분하고, 죽음 역할에 박형식, 정택운(빅스/레오)과 최근 전역한 김준수가 합류했다.

먼저, 뮤지컬 ‘엘리자벳’은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음악이 너무 좋아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고요.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매 신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고 루케니라는 설명자가 있어서 한 여자의 일생을 쭉 보여주는데, 무게 있는 내용들이 숨 쉴 틈 없이 한 번에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정말 빠져들어서 볼 수 있는. 그리고 엘리자벳이 주인공이지만 앙상블들까지 100%를 해줘야 힘을 잃지 않는 작품이어서 정말 포만감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아요.”

5년 만에 다시 엘리자벳으로 돌아온 김소현의 소회는 남달랐다. 이번 시즌에야말로 원 없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다.

“5년 전에는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었어요. 왜냐면 여배우에게 결혼과 출산이라는 것이, 혹시 이제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아이를 낳고 1년도 안 돼서 하게 되니까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분위기를 새롭게 시도하는 거였기도 해서 부담이 많았어요. 다행히 평이 좋았고 많이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저 나름은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원 없이 표현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해서 정말 열정이 넘쳤고, 아예 다른 느낌으로도 해보고, 옥주현 씨, 신영숙 씨와 많이 얘기하면서 다졌던 것 같아요. 각자 너무나 다른 엘리자벳들이어서 자극도 많이 됐고 서로를 보고 부족한 면을 채워가면서 제법 빨리 안정된 것 같기도 하고요. 분위기도 정말 좋고 표도 잘 나가고(웃음), 다들 행복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전 시즌에서의 부담이나 어려웠던 점이라면 특히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

“일단은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었고, 제가 잘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해서 이번에는 정말 이 사람을 느끼고 싶어서 빈에 다녀왔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5년 사이에 결혼도 하고 ‘명성황후’라는 큰 작품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더 많은 인생 경험을 하다 보니까 이후에는 작품을 대하는 깊이감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저에는 극 중 요제프가 돌아와달라고 했을 때 뭔가 초월한 듯한 느낌을 연기에서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어딘가에서 일부러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순수하고 밝은 어린 시절에서부터 사랑, 배신, 야욕, 좌절, 절망, 죽음에 이르기까지, 엘리자벳이라는 한 여인에게 담긴 서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시어머니인 대공비에게 아들을 빼앗긴 후 그에 맞서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어 성공하지만, 믿었던 황제의 우유부단함과 치명적 배신으로 엘리자벳은 평생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자신 앞에서 절규하는 아들조차 외면하게 된다. 또한, 그녀의 절망은 죽음과의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너무 이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여서, 관객분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반대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아들이 그렇게 무릎을 꿇고 매달리는데 그걸 뿌리치는 모습을 과연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또 죽음이라는 존재가 유일하게 판타지 요소인데 그걸 이해시키는 것도 엘리자벳의 몫이다 보니까, 어린 시절의 엘리자벳부터 어디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고, 어느 캐릭터보다 이해도가 깊어야 해서 그런 점이 힘들더라고요. 해서 어린 시절에서는 진짜 어린아이처럼, 또 나이 들었을 때는 그에 맞게 집중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마냥 밝았던 아이가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진짜 씨씨를 본 것 같다’, ‘갭이 크더라’,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노래 잘한다’, ‘테크닉이 좋다’는 말씀보다 좋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공감해주신다는 것이 가장 감사한 것 같아요.”

특히 후반부는 역사를 바탕으로 하였다고는 하나 관객의 이해를 구하기는 다소 어렵다. 엘리자벳은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은 아들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황제의 돌아와달라는 마음은 끝내 외면한다. 김소현 역시 그 부분에 관한 고민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이제는 그냥 다 놓아버린 것 같았어요. 자신의 아이를 시어머니가 보지도 못하게 하고, 첫 아이는 죽고, 남편은 사실상 나의 편이 안 됐고, 시어머니는 나를 너무 괴롭혔고, 힘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미모에 집착하게 되고 거식증에 걸리게 되고, 여자가 느낄 수 있는 불행이란 불행은 다 있었던 것 같아요. 급기야 남편에게서 성병에 걸리게 되고. 그런 힘든 삶이 너무 무겁고 고단해서 결국 아들을 받아주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황제의 마음도 끝내 외면하죠. 이때는 정말로 이미 다 놓아버린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저도 이해를 잘 못 했는데, 이번에 연습 중에 손준호(황제 역) 씨가 연출님께 여기서 자꾸 눈물이 나는데 그래도 되느냐고 하니까, 연출님이 또 다른 해석이라고 굉장히 반기시더라고요. 애초에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는. 그런 안타까움이랄까. 토드도 그렇고 새로운 캐스트들이 와서 그런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보게 되면서, 이전에 같이했던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만난 그 시너지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서로 그렇게 많이 다져진 느낌이 들어요.”

판타지 요소이자 뮤지컬 ‘엘리자벳’의 특별한 매력이기도 한 죽음과의 관계에서도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저는 토드가, 내가 힘들 때 나타나는 또 다른 자아 같은 느낌이었어요. 현실의 남자는 아니지만, 전에는 남자 같은 느낌이 컸는데 이번에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지킬앤하이드’처럼 또 다른 자아와의 싸움 같은 한 가지 느낌이 아니라 다양한 느낌을 주려고 해봤는데, 그렇다 보니까 깊이감이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에 토드가 왔을 때는 그냥 반가운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후에는 조금씩 두려워지는 존재, 점점 다른 존재가 되어가고 그 감정이 쌓여가면서 이후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데, 죽음과 키스를 하면서 나는 모든 걸 다 놓았다, 이루었다는 느낌으로 죽음을 맞고 이후에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정말 다른 느낌이었어요. 정말 다른 감정이구나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죽음 역으로 호흡하고 있는 김준수, 박형식, 정택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돌이라 하면 연습도 대충 와서 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연습도 매일 왔고, 준수 씨도 제대하자마자 계속 와서, 그냥 계속 같이하던 사람처럼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죽음이 마지막 춤을 출 때 멋있는 척을 하면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 다들 한 번에 관객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게 해주니까 어떻게 보면 엘리자벳도 비현실적인 존재여서 생뚱맞게 보일 수 있는데 같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준수 씨는 카리스마가 있으시고 레오 씨는 되게 섹시한 매력이 있고 형식 씨는 굉장히 솔직하면서 치명적인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다들 멋있어서, 장난으로 엘리자벳끼리 모여서 엘리자벳이 토드랑 사랑에 빠진 것으로 다시 해야 한다고(웃음), 그런 얘기들도 많이 했었고요.”

※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만난 배우 김소현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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