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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리뷰] '박경림의 리슨콘서트', 관객이 주인공..듣는 토크쇼의 밀착 공감

  • 입력 2018.10.20 14:3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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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세상 살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딱 한 사람만 있어도 큰 힘이 되지 않습니까. 살다 문득 먹먹해지고 헛헛해지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한 사람, 그것이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방송인 박경림이 지난 19일 저녁,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듣는 콘서트 ‘박경림의 리슨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박경림은 영화 행사 진행자 섭외 1순위로 꼽힐 만큼 말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뽐내는 방송인이지만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이번 토크콘서트는 ‘듣는’ 콘서트로 콘셉트의 방향을 바꿔 관객들의 사연에 보다 밀착한 형태의 토크콘서트를 보여줬다. 특히 박경림의 홀로서기 이후 첫 콘서트라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인공은 오로지 관객들이었다. 박경림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20년을 전한 첫 순서 이후로 관객들의 20년을 듣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사이 박경림의 친근하고 푸근한 입담이 함께하면서 관객들은 다른 관객의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으며 모두의 힐링을 만들어갔다. 2부 순서에 등장한 게스트 박수홍과의 시간에서도 박수홍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에 주력했다. 왜 ‘듣는 콘서트’일까 하는 물음은 그렇게 해소되었다.

공연 시작 전, 관객 입장이 지연되는 사이 공연장 안에서는 스크린과 자막을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지연된 5분여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줌과 동시에 선물 획득의 기회가 됐다. 박경림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박경림이 무대에 오르고, 박경림은 “2년 만에 다시 콘서트로 이 자리에 왔다. 정말 너무나 기다렸던 무대”라며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어 자신의 20년을 소개하면서, 왜 말하는 이가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이어졌다.

박경림은 “어려서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말하기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그런데, 대회가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다음해에 없어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면서 “참 고맙게도 저의 이야기에 많은 친구들이 웃어줬다. 해서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줄 알았다. 그 마음은 어른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며 “나처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뇌는 보통 사람들의 뇌와 다르지 않을까. 그랬더니 내 머릿속에는 온통 내 얘기가 있더라. 남의 얘기는 작게, 그렇게 내 말만 하다가 어느덧 마흔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할 즈음, 어느 날 관리소장님 이야기, 동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 한 30분을 듣게 되더라. 그때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제 안의 작은 경림이가 제 귀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흘려들었던 것”이라며 “나만 말하고 싶은 게 아니구나. 누구든 말하고 싶은 거구나. 그때 결심했다. ‘말하는 사람에서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서 여러분의 삶에 깊이 들어가야지’. 그렇게 말하기를 좋아하던 제가 리슨콘서트로 다시 이 자리에 선 이유다. 물론 굉장한 모험이라는 걸 알고 있다. 모두가 저를 말렸다. 그러나 저는 자신 있다. 좋은 리스너가 되겠다.”며 진행자로 무대를 이끌던 토커 박경림이 듣는 이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리슨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좋은 리스너가 되겠다는 계기와 포부를 전한 후, 박경림은 곧바로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 순서에서는 자신과 무엇으로든 인연이 있는 관객을 소환했다. 여기에는 박경림과 이름이 같은 관객, 과거 한 공연장에서 박경림과 앞, 뒤에 앉게 되면서 박경림이 임신을 축하해줬다는 관객, 하정우 팬이어서 혹시나 오늘 게스트로 오지 않을까 예매 창이 열리기를 ‘대기타며’ 기다리다 1열을 예매한 여고생 관객의 사연까지,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웃음이 함께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이번 리슨콘서트의 부제이기도 한 ‘20’에 초점을 맞춘 토크가 이어졌다. 박경림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태어나서 20년쯤 살아본 젊은이, 자기 힘으로 20년쯤 벌어본 능력자, 결혼해서 20년쯤 견뎌본 부부들, 짝없이 20년쯤 버텨본 혼자들 등, 특별한 범위가 없이 그저 묵묵히 20년을 버틴 자신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이에 먼저 박경림은 “데뷔 19년만 해도 괜찮았는데 20년이 되니까 자꾸 되돌아보게 되더라. 데뷔부터 뉴논스톱, 스물셋에 MBC 최연소 연예대상까지 정점을 찍었고 이후 나의 인생그래프는 수직 하락했다.”고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내면서 “누가 그때와 지금 어느 쪽이 더 행복하느냐 묻는다면 지금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당시에는 맨 꼭대기에 있다 보니까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제는 앞도 보고 옆도 보고, 당시를 추억도 하고 반성도 많이 하면서 철이 들어가는 제가 좋다. 저의 20년은 이랬다.”며 이어 자신의 20년의 이야기를 들려줄 관객을 찾았다.

그러나 이 순서에서는 선뜻 나서는 관객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경림은 “당연한 거다. 기다려야 한다. 저는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를 했지만 여러분들은 지금 처음 아니시냐. 충분히 기다려드려야 한다. 처음이 어렵지 한 분이 시작하시면 또 이어질 것이다. 기다리겠다.”며 관객이 스스로 용기를 내주길 기다렸다. 진행상에서는 분명 돌발상황이었으나 박경림의 센스가 또 한번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구원투수는 ‘바이브’ 초기, 래퍼로 활동했던 유성규였다. ‘바이브’ 활동 당시 정통 힙합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룹을 탈퇴했다는 그는 이후 이적한 소속사에서도 트러블이 생겨 나오게 되고 그를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현재는 엔터사업, 요식업을 하면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순 우리말로 된 랩을 가르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tmi(Too Much Information)급 자기소개였으나 이 역시 박경림의 재치 있는 멘트가 가미되면서 웃음이 동반됐다.

이어진 관객의 사연은 쌍둥이 엄마였다. 쌍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TV에 나온 이준기의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 사연자에 따르면 “오늘 저는 좀 불순한 생각으로 왔다. 전에 이준기 씨가 박경림 씨 콘서트에 게스트로 오신 적도 있고, 요즘 이준기 씨가 좀 쉬고 계셔서 혹시 오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박경림은 “저도 아기를 낳고 우울증이 왔다. 방송 나와서 왜 그렇게 우느냐고 한때 눈물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 우울증이 언제 온다고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다. 아기를 낳을 때도 그렇지만 유산했을 때는 정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털어놓으며 “지금은 우울증도 없어지고 많이 밝아졌다.”며 자신의 사연을 보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어 현재 트로트 가수를 꿈꾼다는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는 노래를 청해 듣기도 했다.

사전신청으로 진행된 특별한 순서도 있었다. 무대에 등장한 할머니와 손녀의 사연은 실로 애틋했다. 할머니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시어머니에 조부모까지 모시며 삼남매를 키우고 손자들까지 키웠다. 무려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었다. 할머니와 각별할 수밖에 없었던 손녀의 삶의 목표는 오로지 돈을 많이 벌어 할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연신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없다, 이 정도 살았으면 이제 가야한다. 손자들도 다 잘 돼서 맛있는 거, 좋은 게 있으면 사다주고, 지금은 편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를 꼭 끌어안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가족의 버팀목으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초연함은 관객들의 눈물을 동반한 먹먹한 감동을 자아냈다. 박경림은 그런 할머니와 손녀를 위해 그들이 원하는 제주도 고사리밭을 배경으로 인생 포스터를 촬영해 선물했다.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게스트로 박수홍이 함께했다. 한창 이어진 유쾌한 수다 토크에 이어 두 사람은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박수홍의 피아노 연주에 박경림이 노래했던 ‘미스티’ 무대를 재현하기도 했다.

끝으로 박경림은 “세상 살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딱 한 사람만 있어도 큰 힘이 되지 않나. 살다 문득 먹먹해지고 헛헛해지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한 사람, 그것이 제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더 가깝게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 내년부터는 작은 극장에서 만나려고 한다. 그때도 많은 분들과 함께하길 바란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박경림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공감 콘서트 ‘박경림의 리슨콘서트’는 오는 2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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