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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채시라, 두근거리는 작품 만나면 "1년에 두 편도 해야죠"

  • 입력 2018.08.13 10:2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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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종영을 기념한 배우 채시라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극 초반 한창 상승세를 탔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 여파로 맞은 결방은 못내 아쉽다. 채시라의 표현으로 상승세가 꺾였다기보다 끊어졌다고 하는 말이 딱 맞다. 5.6%(닐슨 전국)에서 출발한 ‘이별이 떠났다’는 하루 2회 연속 방송이 3%대부터 9%대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도 허다했다. 그러나 주말, 평일 미니시리즈까지 연신 최저치를 경신하던 MBC 드라마국의 깜깜했던 상황에 ‘이별이 떠났다’의 선전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최고시청률은 10.6%를 기록했다. 그사이 제작비만 430억 대작 ‘미스터 션샤인’까지 등장했는데, 그럼에도 9.8%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끝까지 내 시청자를 지킨 셈이다.

“사실 결방이 정말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우리 선수들 응원해야 하는데 중계방송을 안 하면 안 되고(웃음). 한창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가 월드컵 중계로 딱 한주 쉬어갔던 게, 잠깐 상승세가 꺾였다기보다 그냥 맥이 끊어지더라고요. 정말로 그렇게까지 여파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너무 아쉽죠. 만약 방송이 가을에, 좀 찬바람이 불 때 나왔으면 훨씬 좋았지 않을까(웃음). 그래도 MBC에서는 굉장히 효자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광고 판매도 잘 됐다고 하고요. 다른 방송사의 방송이야 할 수 없는 거니까 자체적으로는 일단 월드컵이 가장 아쉬웠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야 뭐 다행이다 생각하죠(웃음).”

‘이별이 떠났다’가 시청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까.

“이번에 특히 정말 좋은 말씀의 기사들이 많이 나왔었고. 힐링 드라마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봤는데, 처음에 이 작품을 만들 때부터,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으면 만족이야’, 제작진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남은 것 같아서, 정말 뭔가 하나를 생각할 수 있게, 따뜻하게, 그런 느낌이라면 배우로서는 더없이 만족이죠. 촬영하면서 제가 의견들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게 정말로 나쁜 얘기가 없더라고요. 감사했죠.”

‘이별이 떠났다’는 특히 여성 중심적 이야기를 그린 흔치 않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도 영화도 남성 중심적 이야기가 초강세를 보이는 요즘, 로맨스 드라마이면서도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손예진, 정해인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선전했고, 아예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한 김희선, 김선아의 ‘품위있는 그녀’, 김남주의 ‘미스티’의 뒤를 이어 ‘이별이 떠났다’를 이끈 채시라의 활약 역시 명불허전이다. 애초 이 작품을 선택했던 이유에도 여성 중심적 드라마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한다.

“요즘이 특히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작품이 드라마고 영화고 거의 사라졌다고 해요. 그만큼 여자가 주체가 돼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작품이 흔치 않은데, 이 작품은 각자 다른 상황에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어서 아무래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여성 중심의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이별이 떠났다’가 또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해서 사실은 처음에 대본을 보면서도 ‘아, 이걸 내가 해야 되겠다’, ‘내가 해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일단 내가 끌리고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이걸 했을 때 ‘이런 모습이겠구나’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그림을 염두에 두면서 시놉을 읽는데, 이번에는 슬립을 입고 있는 영희의 그림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딱 이 여자의 그림이었어요. 그것을 드라마 안에서 현실적으로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었죠.”

채시라는 1982년 하이틴 잡지 표지모델로 데뷔했다. 공식적으로 데뷔 만 36년차다. 당시와 지금의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음은 당연하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활약했던 톱 여배우들이 결혼과 함께 자동 은퇴 수순을 밟았다면 채시라, 김희애, 김희선, 김남주 등 90년대를 풍미한 스타들은 급변하는 시대적 기류를 타고 속속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다.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제 여배우들도 결혼과 출산 후 수개월이면 다시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정도로 여배우 경력단절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됐다. 물론 여전히 남성캐릭터 주변에서 소비적인 캐릭터로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가 82년도에 잡지모델로 데뷔했는데,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 있는가를 새삼 느끼죠. 전에는 누구의 누나, 이모, 엄마, 그러고 말았지만, 지금은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나 그 배우의 힘, 매력, 무게감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이, 앞으로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계속 중심에서 갈 수 있는, 그런 변화가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꼭 중심이 아니라 하더라도 좋은 연기로 인해서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배우로, 선배라는 위치가 되면 점차 그런 느낌으로 가게 되는데, 그런 환경이나 배우들의 역할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제는 여배우들도 충분히 작품의 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최근에도 주변에서 전문직이나 악녀, 그런 것도 잘하시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저도 악녀도 했었고요(웃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어요.”

특히 이번 ‘이별이 떠났다’에 출연하면서는 엄마로서는 소홀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어설프게 둘 다 놓치느니 한 쪽에 제대로 몰두하자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부모가 되면 아이가 우선이 되는 건 당연하고요, 저는 특히 아이들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이 많은 엄마예요.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만약 그런 게 안 되면 뭔가 직무유기가 되는 것 같아서, 이후에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그렇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귀찮아도 지금 이걸 해야지, 그러는 편이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게 다 깨졌어요.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밀도가 되게 단단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괜히 어설프게 했다가는 둘 다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았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고, 이번엔 이기적으로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해서 집에서 아이들이 다가오면 계속 밀어내고 멀리했어요. 한 마디로 나쁜 엄마였죠(웃음).”

채시라는 지난 3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전문 매니지먼트사에 새롭게 둥지를 튼 만큼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채시라는 일정 부분 그런 의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와 같이 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회사가 막 다작을 하게 하는 회사는 아니라고 알고 있고, 남편과 대표님이 원래 친하시고, 일단 배우를 편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말씀하시는 그런 의도가 물론 있었죠. 이번에 쫑파티 하면서, 다들 1년에 한 작품씩만 해달라고 하는데, 이번 작품처럼 제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이 있다면 1년에 한 편이 문제겠습니까, 두 편도 할 수 있죠. 남편에게도 얘기했더니 ‘왜 한 편이냐 두 편 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인터뷰 말미, 스스로 가장 애착이가거나 인상적이었던 출연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야말로 난감하다. MBC 90년대 역사를 읊어야 할 판이다.

“일단은 많이들 아시는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또 ‘미망’이나 ‘야망의 전설’, ‘아들의 여자’도 많이 좋아해주셨고요. ‘샴푸의 요정’은 단편인데도 반향이 컸고, OST가 굉장히 사랑을 받았고요. 이 작품으로 제가 MBC에 가게 됐고 황인뢰 감독님하고 인연이 됐고요. 또 ‘왕과 비’에서 인수대비도 잊을 수가 없어요. 특히 ‘왕과 비’ 인수대비로는 댕기머리 한 아가씨부터 할머니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3년을 했거든요. 그 대작을, 그런 작품은 정말 마라톤을 하는 기분이 있고요(웃음), 반면 ‘최승희’는 2부작인데 45일을 춤을 배우면서 실제로 대역을 거의 안 쓰고 했어요. 잠깐이지만 춤꾼으로, 무용가로 살 수 있었고요. ‘해신’에서 자미부인은 정말 분장이 매일 화제가 됐어요. 요즘으로 말하자면 스모키 화장 같은 건데, 거기다 눈꼬리를 바짝 올렸어요. 머리카락도 하나로 최대한 바짝 묶었고요. 여배우가 눈꼬리를 그렇게 세게 당긴 건 거의 처음이었는데, 촬영 중에 감독님은 괜찮겠냐고 하시고, 제가 괜찮다고 했어요. 그동안 없던 분장이기도 했고, 얼굴도 쉐딩을 많이 깎고 굉장히 날카로운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사극 속 스타일이 그렇게 화제가 된 것도 처음이었죠(웃음).”

‘이별이 떠났다’를 보내며, 이제 당분간은 다시 엄마의 역할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좀 쉬면서 영화도 보고 싶고, 읽다 만 책도 좀 보고 싶고요. 생각해보니까 이번에 작품하면서 아이들에게 나한테 오지 말란 말을 가장 많이 했더라고요. 해서 일단 급선무는 아이들과의 일상을 좀 되찾고 싶어요. 둘째 아이가 항상 엄마랑 같이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데, 물론 가장 큰 목적은 장난감이고요(웃음). 시험 잘 보면 사주겠다고 했었는데, 참 별 거 아니지만, 아이들과 그런 소소한 일상을 같이 즐기려고 합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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