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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천정부지 출연료부터 내려야

  • 입력 2018.08.04 10:3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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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1일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하 ’서른이지만‘)’의 한 남성 스태프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과연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알면서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인가.

지난 2일 오후,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스태프 A씨가 1일 자택에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사병 혹은 과로로 인한 사망을 의심했지만, 3일 경찰 측은 A씨의 사망 원인을 내인성 뇌출혈로 밝혔다. 내인성 뇌출혈이란 외부적 영향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던 기존 질환에 의해 발생한 뇌출혈을 일컫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SBS 측은 직접적인 사망 원인 제공에서는 멀어졌으나, 그렇다고 인과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서른이지만 열일곱’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는 이례적인 폭염 속에서도 많은 드라마 현장이 여전히 하루 평균 10시간에서 14시간 정도의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그나마 밤샘 촬영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는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촬영 스케줄은 여지없이 빡빡해진다. 대본이라도 늦어지면 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한 몰아찍기를 피할 수 없다. 하여 최근에는 드라마의 촬영 시작이 비교적 빨라진 추세다. 최대한의 여유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100% 사전제작과 같은 방식으로 드라마 제작 구조 자체가 바뀔 수는 없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 드라마 제작 다수의 관계자들은 제작비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촬영일수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는 것. 스타급 연출가, 작가, 배우가 모여 판권 등의 해외 선판매가 확실한 작품이 아니고서는 그만큼의 투자유치가 어렵고, 더욱이 통상적으로 제작비의 절반을 연출가, 작가, 배우가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수 개월의 현장을 꾸려야 하는 시스템에서 촬영일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작 일선의 관계자들은 개런티 중에도 배우들의 출연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 출연료만 낮아져도 현장은 훨씬 숨통이 트일 것이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배우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지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특히 보도부문이 없어 콘텐츠에 방송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케이블 채널과 같은 방송사는 좋은 작가, 스타급 배우들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한다. 동종 업계도 입이 쩍 벌어질 출연료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가 있을까. 그렇게 업계 최고의 대우가 상승할수록 누가 가장 높은 출연료의 주인공인가 하는 부분은 스타급 배우들 사이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10년, 20년 전에 비해 드라마 제작비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면서도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나 제작환경은 대부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비지상파 쏠림현상도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보도,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 등을 고루 제작해야 하는 지상파로서는 드라마 한 편 제작에 올인하듯 제작비를 투입할 수 없어 모험을 하듯 신인급 배우들로 드라마의 주연급 캐스팅을 꾸리고 있는데 이는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시청률이 낮으면 비싼 광고가 붙지 않아 적자로 이어진다. 10에 9은 이를 피할 수 없는 제작사 측은 초기부터 예상 적자 폭을 좁히기 위해 작가, 작품, 배우, 현장 등 최대한의 부분에서 제작비를 낮추려하고 이는 또다시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외주 제작사를 활용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방송의 꽃은 드라마이건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드라마를 뛰어넘은지도 오래다.

이번 ‘서른이지만 열일곱’ 스태프 사망 소식과 함께 대중은 물론 언론노조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앞서 수 차례 폭로된 바 있는데,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故이한빛 PD가 드라마 종영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시, 그 원인에 근무기간 내내 과도한 업무, 인격 모독, 스트레스, 권위적인 조직문화 등이 제기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 tvN 드라마 ‘화유기’에서는 한 스태프가 부실하게 제작된 세트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개선없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의 스태프 사망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원인제공은 아니라 해도 역시 과도한 업무가 그의 건강악화로 이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성토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답은 어쩌면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과도하게 치솟은 출연료 경쟁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한다. 배우들은 드라마, 영화 출연료 외에도 광고, 콘서트, 팬미팅, 음원 등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드라마 현장의 많은 스태프들은 그것이 생업이고 모자라서 부업을 뛰는 실정이다. 하여 영화쪽에서 먼저 생겨난 방법이 러닝개런티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후 순이익에서 몇%의 금액을 추가로 받는 것인데, 이 경우 애초 출연료는 평소의 출연료보다 낮게 책정된다. 작품이 잘 되면 잘 된 만큼 더 받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경우도 극히 일부에 그치는 수준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한 드라마의 경우 한 명의 배우에게 돌아가는 출연료가 회당 1억 5천만 원, 총 36억 원을 출연료로 받는다는 소식은 그래서 한편으로 허탈감을 자아낸다. 해당 드라마의 작가 역시 그에 버금가는 회당 집필료를 챙기고 있다. 이는 웬만한 외주 제작사가 16부작 드라마 한 편에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총 순이익금에 견줄 금액이다. (최근에는 외주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이익금이 회당 최고 1.5억-3억원 정도의 정가 책정이 추세다.)

스태프들의 숨은 노고가 있어야 비로소 드라마는 안방극장에 탄생한다. 현장은 방송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실상 노동시간 주 52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또한, 프리랜서나 일용직 계약의 경우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벌지 못하는 구조여서 이 또한 간단히 차치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당장 급여를 올려주거나 인원을 보충하려면 다시 제작비가 문제 된다. 역시 도돌이다. 

그러나 현장의 안전과 스태프들의 처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법이 노동의 시간을 줄여주었다면 이제 현장은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을 '나만 아니면 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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