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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알앤제이', 문제작인가 화제작인가

  • 입력 2018.07.21 16:5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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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남성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알앤제이'가 국내 초연의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현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알앤제이’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이다.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학교에서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에 심취한 남학생 4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책 속에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따분한 설교와 학과 공부만이 전부인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자극이 된다.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밤을 틈타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온 학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역할극을 벌이게 되고,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강렬한 일탈과 희열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수업 종이 울리면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환상은 다시 현실과 맞닥뜨린다.

학생 2는 말한다. “만약 네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이렇게 생각해. 어떤 환상을 보는 동안 잠들었던 거라고. 그리고 끝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꿈처럼 헛된 일이라고 절망하진 마.”

연극 ‘알앤제이’는 극 초반 네 명의 남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단면을 잠시 설명하면, 이후 그들이 벌이는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남자들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낸다. 다만 이 지점에서 작품의 정체나 메시지는 모호해지는데, 반면 고전의 변주라는 확실한 코드를 만나게 된다. 지난 17일 열린 연극 ‘알앤제이’의 프레스콜에서의 이야기를 빌려 작품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 ‘로미오와 줄리엣’의 역동적인 변주

문성일 “이렇게까지 체력극일 줄 예상 못 했다.”

손승원 “분량과 대사가 너무나 많고, 의지할 곳이 없다. 소품은 오로지 책과 천 하나만”

손유동 “시작할 때는 단정하고 멀쩡히, 끝날 때는 다 헝클어진 셔츠에 땀 범벅으로”

강은일 “공연 시작 후 3분이면 땀이 뻘뻘”

송한샘 프로듀서 “‘알앤제이’는 몸의 연극, 몸의 에너지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메인 무대는 가로로 크다. 이 무대의 양 사이드에는 책상을 쌓아 올렸다. 배우가 이곳에 올라서면 베란다, 발코니와 같은 배경으로 연출된다. 그와 더불어 무대 전면과 후면에 배치된 양 객석이 이들에게 또 다른 무대가 된다. 출연 배우들은 크게는 학생1,2,3,4로 분하면서 극 중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줄리엣을 비롯해 머큐쇼, 티볼트, 로렌스 수사, 캐풀렛 부인 등 주요 인물들을 멀티로 맡는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알앤제이’의 무대 형태를 두고 “액자형 무대는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제로 믿게 하는 장치가 된다. 2층까지 객석이 완비된 극장을 대관할 수 있었음에도 배우들의 신체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 극장으로 왔다. 그렇다면 왜 신체성을 극대화하느냐.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고 몸부림치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소스라치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들에 반응할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몸으로 감정을 끄집어내 객석에 던질 때 역설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건 말의 대명사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알앤제이’라는 작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단점은 동시에 존재한다. 네 명의 남자 배우들만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요 인물들을 소화해내는 놀라운 에너지와 또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 영역 곳곳을 누비는 이들의 역동성은 단연 연극 ‘알앤제이’만의 특장점이다. 이 부분에서 송한샘 프로듀서는 특히 무대 편 객석을 두고 “저희끼리는 4D석이라고 부른다. 전부 목재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뛰어다닐 때 (관객들에게) 온몸으로 다 전달이 되고, 생생한 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그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들의 행동반경이 너무 넓다. 객석 중간 통로까지 무대로 활용되는 탓에 앞쪽 F열까지의 관객들은 특정 장면들에서 무대와 객석 중 한쪽 관람을 포기해야 한다. 전체를 한눈에 들여다볼 관람을 원한다면 거리를 더 두고 뒤편으로 자리해야 해서 다소 모순이 존재한다. 방법이라면 위치를 크게 바꿔 재차 관람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특히 관람 위치에 따라 감흥이 전혀 다를 수 있다.

▲ ‘로미오와 줄리엣’, 남자들만의 세기의 로맨스

윤소호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고전 작품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답다.”

강승호 “공연이 끝난 후에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송한샘 프로듀서 “이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 때 ‘선데이 서울’과 같지 않을까.”

김동연 연출은 연극 ‘알앤제이’에 대해 “네 명의 남학생이 학교 내에서는 금지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책을 읽고 연극 속에 빠져듦으로 해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쌓여있는 것들이 분출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극이 끝난 다음에서의 고민이 시작되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작품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의 대사들, ‘한여름 밤의 꿈’의 대사들이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한여름 밤의 꿈’에 있고 그 안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어느 순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그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연극 ‘알앤제이’는 극 중 극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엄격한 규율에 갇힌 남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책을 통해 마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듯 그들만의 역할극을 만들어간다. 금지된 사랑의 대명사이기도 한 ‘로미오와 줄리엣’이건만 남자 배우들만의 그것이라고 다르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속 아름다운 대사와 명장면들이 붉은 천을 오브제로 아름답게 묘사된다.

▲ 남-남 '로미오와 줄리엣', 그러나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들은 연습기간 동안 동성애 코드 보다도 일반 학생들이 연기할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디까지 표현하느냐를 두고 가장 고민했다고 한다.

윤소호는 “이 친구들이 가톨릭 학교의 명문 학생들이지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연습기간 동안 그것과의 싸움이 굉장히 치열했던 것 같다. 학생을 연기하는 배우의 감정과 학생들이 역할극 속 인물들을 연기하는 감정을 어디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그만큼 학생들은 지극히 호기심 많은 10대 남학생들이고 친구들이다. 작품 속 현실에서 학생1, 2에게는 동성애적 코드는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금기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역할극을 벌이다 보니 로미오든 줄리엣이든 자신이 맡은 인물을 연기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결국 남자들의 로맨스를 만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동성애 코드가 확실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극 속 연극’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굳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두고 역할극을 벌이는가. 이는 앞서 언급되었듯 가톨릭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의 남학생들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감정과 욕망의 솔직한 신세계를 금기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어 윤소호는 “이 작품을 쓰신 작가님께서 저희 대본 앞에 적어주신 많은 글 중에, ‘이 작품은 결코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보여져서는 안 된다. 그냥 이 작품은 남학생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다.’라는 말들이 있었다. 해서 역할로써 빠져들 때, 동성애로 생각했다면 아마 저의 연기의 방향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저희가 강조하고 보여주고 싶은 확실한 부분은, ‘이 남학생들이 이 작품에 이토록 빠져들고 열광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극 중 대부분의 분량을 ‘로미오와 줄리엣’이 차지하는 만큼 줄리엣을 연기하는 동안은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다소는 가지고 간다고 한다.

손승원 역시 마찬가지다. 동성애 코드는 ‘극 중 극’일뿐이라는 설명이다. “저도 작가님의 글을 보고, 절대 동성애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지만 학생1, 2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것들을 풀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제가(학생1) 학생2를 좋아한다거나 학생2가 저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알앤제이’ 속 학생1, 2에게 사랑과 같은 감정은 결코 없다는 이야기다.

손승원과 윤소호는 모두 ‘베어 더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는데,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남학생들의 비밀 연애를 담고 있어 언뜻 ‘알앤제이’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알앤제이’의 출연에 별다른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애초 두 작품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것.

▲ 남성 4인극 ‘알앤제이’와 ‘로미오와 줄리엣’, 근본 상관관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작품이 가진 애초의 본질, 기획 의도가 무엇일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몸으로 감정을 끄집어내서 객석에 던질 때 역설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건 말의 대명사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알앤제이’라는 작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송한샘 프로듀서의 말과 “‘알앤제이’는 네 명의 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책을 읽고 연극 속에 빠져듦으로 해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쌓여있는 것들이 분출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극이 끝난 다음에서의 고민이 시작되는 연극이다.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어느 순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그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했던 김동연 연출의 말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색다른 변주를 위해 남자 배우들만의 에너지가 필요했느냐, 가톨릭 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에 속한 남학생들의 일장춘몽으로의 성장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필요했느냐. 이는 엄연히 다른 전제다.

그러나 제작진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모양이다. 가장 크게는 전자이면서 그것이 곧 후자라고 한다. 어쩌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후자를 논하기엔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비중이 크게 쏠려있어 학생들의 서사는 매우 부족하다.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극이 끝난 후의 고민이 시작된다.”는 점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말하고 싶을까마는 수 초의 장면, 몇 마디의 대사가 등장한다고 그것을 제대로 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의미는 다르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일일드라마의 경우 제작진은 대부분 가족의 의미, 인간의 성장과 도리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평균 150회 분량 중 148회를 온갖 악행을 쏟아내고 남은 1-2회에 응징과 참회가 등장한다고 이를 성장드라마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붙인 다른 이름이 ‘막장’ 아닌가. 그만큼 충분한 개연성과 설명(분량)이 뒤따라야 그를 만족할 수 있는 법이다.

어쨌든 김동연 연출의 추가 설명은 이러했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왜 ’로미오와 줄리엣’을 남자 네 명이 해?’ 이 질문으로 시작하면 오독 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남자 네 명의 이야기를 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하지?’ 이 질문이 더 맞는 질문이고 그것이 작품의 의도”라며 “남학생들의 특징이 거친 면이 있다. 툭탁툭탁 싸우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뭔가 해결점을 보고, 생각보다 폭력적인 것들이 드러나고, 그런 10대 남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연성과 도발성, 폭력성, 무더운 여름날에 짜증과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살인,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해서 그냥 이렇게 보시면 된다. 남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얼마나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풀어가는가.”라고 했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그렇게 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 친구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한 장면, 한 장면 아름답게 멋지게 느껴야 되고, 격정적이어야 되고 사랑은 사랑이어야 되고, 그것으로 이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이 같이 느껴야 그다음에 그것을 벗어날 때 ‘꿈이었구나’라고 풀어지는 이야기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했다.

제작진의 이야기로 다시 정리해보자. ‘로미오와 줄리엣’을 남자들이 한다고 동성애 코드는 아니다. 그들은 연기 할 뿐이다. 그렇다면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하는가.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10대 남학생들의 특징들이 다 녹아있고, 남학생들이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얼마만큼의 에너지로 풀어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럼 왜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몸의 에너지가 필요한가. 인간의 모든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몸이라고 생각했다. 남성들만의 몸의 에너지로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가 무엇인가. 그것이 역설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건 말의 대명사인 셰익스피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몸의 에너지로 풀어낼 셰익스피어의 변주에 꼭 ‘로미오와 줄리엣’만이 가능한가? 굳이 10대 남학생들의 이야기로 고전의 변주를 택한 이유는?

결국, 이 물음은 남학생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나로 묶어서는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애초 제작사 측에서 언급한 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짜릿한 변주” 거기까지가 딱 좋았다. 원작자가 따로 있다고는 하나 국내에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하면서 작품의 의도를 간결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 그렇다면 왜 ‘알앤제이’인가.

실상 앞선 논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가. 창작극도 아닌 1997년 초연된 ‘알앤제이’를 현시점에 들여온 의도를 무엇으로 받아들일지는 이제 순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을 보지 못했다 한들 큰 줄기를 모르는 이가 드물 것이고,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고전의 변주는 여러 시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도 하필 동성애 코드로 비칠 소지가 큰 ‘알앤제이’인가 하는 의문이다. 

‘알앤제이’와 같이 남자 배우들로만 구성된 작품은 꽤 많다. ‘마마 돈 크라이’, ‘라흐마니노프’, ‘형제의 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트레이스 유’, ‘나쁜자석’, ‘광염소나타’, ‘모범생들’, ‘도둑맞은 책’, 최근의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킬롤로지’ 등이 대표적이고 내달엔 뮤지컬 ‘살리에르’가 첫선을 보인다. 소수의 남자 배우들이 무대를 장악하는 힘과 쫄깃한 밀도가 이 작품들의 특징이다. 나아가 ‘쓰릴 미’, ‘M.버터플라이’, ‘베어 더 뮤지컬’ 등은 아예 남성 동성애 코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류의 작품을 두고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 관객을 타겟으로 한 ‘덕극’, ‘게이극’쯤으로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다. 비단 이를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관객이 찾는다는 소린데, '알앤제이' 역시 초연임에도 빠른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특히 '4D석'의 한 위치는 전용 ‘덕존’이나 다름없어서 마지막 공연까지 이 위치가 빈 좌석으로 남을 일은 없어 보인다. 물론 남성극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더러는 수가 빤한 캐스팅도 존재한다.

그러니 BL물(남성 로맨스물)이나 남성극이 이미 많은 이때 굳이 ‘알앤제이’인가 하는 의문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덕극'이냐는 시선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다만 이들 스스로가 자랑하는 바와 같이 연극 ‘알앤제이’는 극 전체에 요동치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단연 압권인 작품이다. 혹여, 수입의 배경에 다소의 노림수가 실제 존재한다 해도 충분히 속아줄 법하다. 어차피 상업극이라는 것이 그를 아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작품이든 연출이든 배우들의 호연이든 관극 포인트만 잘 갖춰져 있다면 관객이 찾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편, 연극 '알앤제이'는 오는 9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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