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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연극 '알앤제이' 초연의 주역들, "대본이 너무해"

  • 입력 2018.07.19 09:1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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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알앤제이(R&J)’가 국내 관객들에게 드디어 공개됐다.

연극 ‘알앤제이’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이다. 뉴욕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 작품 중 가장 오랜 상영으로 알려진 연극 ‘알앤제이’는 1997년 뉴욕 초연 이후 시카고, 워싱턴D.C 등 미국 전역에서 400회 이상 공연됐고, 2003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를 비롯해 네덜란드, 호주, 브라질,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차례 공연됐다.

연극 ‘알앤제이’는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학교에서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에 심취한 남학생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에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따분한 설교와 학과 공부만이 전부인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자극이 된다.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밤을 틈타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온 학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역할극을 이어가게 되고,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강렬한 일탈과 희열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수업 종이 울리면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환상은 다시 현실과 맞닥뜨린다.

연극 ‘알앤제이’는 극 초반 네 명의 남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단면을 잠시 설명하면, 이후 그들이 벌이는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남-남’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낸다. 학생1과 학생2는 역할극 속에서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키스를 나누거나 그들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등의 모습을 모두 연기하는 만큼 자칫 가볍게는 동성애 코드로 읽을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주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연극 ‘알앤제이’는 배우들 개개인의 에너지와 그것이 한 데 응집된 놀라운 시너지를 만날 수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연극 ‘알앤제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제작사 ‘쇼노트’의 송한샘 프로듀서와 김동연 연출을 비롯해 문성일, 손승원, 윤소호, 강승호, 손유동, 강은일, 송광일, 이강우가 참석해 장면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본이 너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출연 배우들은 크게는 학생1,2,3,4로 분하면서 극 중 역할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줄리엣을 비롯해 머큐쇼, 티볼트, 로렌스 수사, 캐풀렛 부인 등 주요 인물들을 멀티로 맡는다. 그중 학생4의 이강우는, 지난달 말 ‘마마 돈 크라이’ 공연에서 부상을 당해 ‘알앤제이’에서 최종 하차한 정욱진의 바통을 이어 학생4로 새롭게 합류했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이강우는 이날 장면 시연은 없이 간담회만 참여했다. 배우들은 7주 정도의 연습 기간을 거쳐 본공연에 오른 상태라고.

학생1과 로미오 역에는 배우 문성일과 손승원이 분한다. 먼저 문성일은 “‘알앤제이’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설레기도 했고, 겁도 났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이렇게 교복을 입을 줄 몰랐고, 이렇게까지 체력극일 줄은 사실 예상을 못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소네트’ 대사 중에 열병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열병이라는 단어에 꽂혔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열병을 겪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 삶과 이 학생이 겪고 있는 열병에 대해서 공통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 여정이 끝날 때까지 그 열병이 계속해서 활활 불타올랐으면 좋겠다.”며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손승원은 “저도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많이 겁이 났던 것 같다. 맡은 분량과 대사가 너무나 많고,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나 무대장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기댈 곳이 많이 없었고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소품은 책과 천 하나만 사용하는 극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연습 기간은 짧고 외울 대사는 산더미고, 그런 힘든 것들을 이겨내다 보니까 더 정이 많이 들고 무대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감사하고, 굉장히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며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처음 보는 형식의 대본이었다. 해서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었고, 1년에 한 번은 꼭 공연을 하자는 것이 제 마음가짐이고 목표인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정말 좋은 공연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학생2와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 등 4인의 인물은 배우 윤소호, 강승호가 분한다. 먼저 윤소호는 “저희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고전 작품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답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어떤 의도가 있는지, 이 특별한 무대를 통해 더 많이 느껴지실 것이다. 배우들도 이 작품의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승호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게 뭐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되게 매력적인 것 같다.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 굉장히 재밌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3과 머큐쇼, 캐풀렛 부인, 로렌스 수사 등 4인의 인물은 배우 손유동, 강은일이 분한다. 먼저 손유동은 “처음에 작품 미팅을 할 때 들었던 얘기가 첫 공연이 끝나고 생각나더라. ‘시작할 때는 굉장히 멀쩡하게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시작해서 끝날 때는 다 삐져나온 셔츠와 땀 범벅이 된 머리와 헝클어진 채 끝이 난다. 거기에서 오는 희열을 관객과 배우들이 같이 느낄 수 있을 거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공연을 해보니까 정말 관객과 배우들이 다 같이 희열을 느끼는 공연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고, 이어 강은일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어려웠다. 한 명의 역할도 어려운데 세 명의 인물을 다 연기해야 되는 부담감이 있었고, 대본이 굉장히 두껍다. 짧은 연습기간 동안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정말로 고민이 많았다. 원래 활동적이고 땀 흘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 공연은 시작 후 3분이면 땀이 뻘뻘 흐른다. 정말 열정적으로 준비했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학생4와 티볼트, 유모, 발사자 4인의 인물은 배우 송광일과 이강우가 분한다. 뉴 캐스트로 합류한 이강우는 이달 말부터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이강우는 먼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고 영광”이라며 “저는 이 작품을 대본으로 접하기 전에 연습실에서 런으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대본을 읽을 때는 다들 어려웠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친구들이 어느 정도 시각화해서 만들어놓은 것으로 인해서 조금 쉽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늦게 합류한 만큼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게, 제가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준비해서 광일이가 혼자 고생을 하고 있는데 빨리 그 짐을 덜어서 같이 재밌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송광일은 “매 순간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연극 '알앤제이'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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