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①] 주상욱, '대군' 속 이강.."진짜 수양대군이었으면 못 했을 것"

  • 입력 2018.05.28 16:25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대군‘)’에서 진양대군 ‘이강’을 영기해 또 한 번의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배우 주상욱이 인터뷰에 나섰다.

‘대군’은 동생을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그 여자를 둘러싼 그들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을 그린 드라마로, 동생인 은성대군 이휘(윤시윤 분)와 성자현(진세연 분)을 둘러싼 핏빛 로맨스를 그렸다.

주상욱은 극 초반 옴므파탈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당한 풍채에 은연 중 독기를 품은 그의 눈빛은 밝고 맑은 심성을 가진 이휘와 극명한 대비를 만들어냈고, 이후 그의 야망에 숨은 외로움과 결코 자신의 사람이 되지 않은 성자현과의 비운의 사랑을 통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 마디로 ‘이유 있는 악역’의 절대 정석이었다.

주상욱은 그런 ‘대군’의 성공을 두고 자신의 연기 인생에 두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주상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군’은 마지막 회에서 5.627%(닐슨 유료 전국)의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시청률에 해당한다. 시청률이 잘 나온 드라마의 종영 인터뷰는 아무래도 이야기부터 분위기가 경쾌하다. 이날 주상욱 역시 연신 너스레를 동반한 호탕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 공식 첫 단골 질문인 종영소감부터 보자.

“생각지도 못하게 드라마가 잘 끝나서 너무나 감사하고, 시청자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잖아요, 칭찬도 많이 해주고,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배우들도 더 힘을 내서 더 즐겁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해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오랜만에 시청률도 잘 나오니까 기분이 너무 좋고요(웃음). 실제 5.6%라는 수치가 지상파면 잘 안 됐다 할 수 있는 수치인데 TV조선에서 오랜만에 한 드라마가 최고시청률이라니까 그만큼 큰 의미가 있는 시청률이 아닌가. ‘예쁜 누나’ 쪽도 5%대 나오더라고요, 근데 그 상태에서 우리는 끝났고(웃음), 그쪽은 계속 가고, 뭐 그런 차이죠. 그게 더 아쉽더라고요. 그냥 욕심인데, 몇 회 더했으면 시청률이 조금은 더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죠.”

시청률 5% 공약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주상욱에게서 나왔다. 목표 시청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주상욱은 5%는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그 공약으로 광화문 프리허그를 약속했고, 드라마 종영 후 윤시윤, 진세연과 함께 기분 좋게 공약을 이행했다. 또한, TV조선 측은 ‘대군’ 팀에 포상휴가를 제공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5%를 얘기했는데, 사실 공중파였으면 20%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실상 나오기 힘든 수치여서, 제가 만약 그 자리에서 10%, 20%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현실성이 없는 것 같고, 한 5% 정도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어서 5%를 얘기한 건데, 오히려 5%를 훨씬 넘어서 실제 광화문에서 팬들을 만나니까 더없이 영광이고, 너무나 즐거운 자리였고 행복한 자리였습니다.”

주상욱이 연기한 ‘이강’은 실제 역사에서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김정민 감독의 첫 중편사극 ‘공주의 남자’에서 이미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의 로맨스를 그려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 이번 ‘대군’ 역시 수양대군과 계유정난을 모티브로 차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나 방송 전만 해도 같은 이야기가 또 통하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감독님이 초반에는 고민을 하셨던 같아요. ‘공주의 남자’가 아마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였잖아요. 이번에는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을 모티브로, 설명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인물구성이라든지 그렇게 하신 것 같고, 전체적인 이야기에서는 역사적인 사실과 다른 부분이 더 많죠. 이름도 그냥 휘, 강이었고 자현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고. 해서 제가 처음에 이 작품에 들어왔을 때, ‘수양대군을 연기하는 건 부담스럽다. 기존에 수양대군이 너무 많았는데, 그리고 ‘관상’도 있었는데‘ 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당시에 그런 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건을 따라가기보다 그 시대에 전혀 다른 로맨스를 그리고 싶다’고 설명하셨고, 오히려 수양대군을 하라고 했으면 더 부담되고 더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수양대군과 상관없이 그냥 이런 드라마에 이러한 역할, 강이라는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드라마 ‘대군’에서 주상욱이 연기한 ‘이강’은 극 초반 팔랑팔랑한 젊은 세대와 극적인 갈등을 안고 있는 어른 세대의 괴리감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 현재 주상욱의 나이, 외모, 그의 연기력과 카리스마 등이 응집된 탓에 그러한 역할이 가능했다. 또한, 악인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이강’의 숨은 상처와 외로움을 오롯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도 성공한다. 실상 주상욱의 캐스팅이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말씀처럼, 사실 실제로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턴가 어른들과 후배들 딱 중간 위치에 걸려있는 나이가 되더라고요. 심지어 이번에는 작품 속에서는 정확하게 딱 중간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선배님들과 후배들에게 더 고마웠던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은 자신들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만들어줘서 저까지 같이 어필했던 것 같고, 선배님들은 워낙에 잘 하시는 분들이고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고, 저에게 중간 역할을 잘 했다고 하시니 너무나 감사드리고(웃음), 그냥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외로운 성장에서부터 계유정난의 주역이 되기까지, 또한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기까지, 변화무쌍한 ‘이강’을 연기하면서 ‘욕만 먹는’ 악역이 아니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실 악역이죠. 배우들은 처음에 작품을 시작할 때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보고 앞으로 흘러갈 방향을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시작을 하니까, 그런데 악역이래요. 악역이라면 ‘이 나쁜 새끼야’ 욕을 먹는 게 최고의 찬사인데, 그렇다고 악역을 해서 욕을 먹어본 적은 없고, 그리고 아무리 연기를 잘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냥 욕을 먹는 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욕만 먹지 말자는 생각으로(웃음)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이 더 넓게, 넓게 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응원 댓글 하나, ‘너무 슬프다’, ‘짠하다’, ‘공감된다’부터 길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잘 보고 있다’, ‘왕 너무 멋있다’ 그런 말씀들까지, 그 모든 응원이 제가 자신감을 가지고 더 여러 가지로 펼쳐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어요. 사실 제가 지금까지 본 왕 중에 가장 멋있는 왕은 ‘광해’의 이병헌 선배님. 그 분위기라든지 이게,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들을 좀 따라 하려고 했나(웃음)? 정말 너무 멋있었어요.”

영화 ‘광해’ 속 광해가 그렇게나 멋있었던가 보다. 주상욱은 오죽하면 ‘대군’ 미술팀에 왜 영화 ‘광해’에 등장하는 용포와 다르냐며 항의(?)를 했을 정도란다.

“광해 용포가 너무 멋있잖아요. 근데 우리는 좀 다른 거예요. 그래서 의상팀에 가서 보여주면서 ‘우리는 용포가 왜 이렇지 않냐, 이거 봐라, 이거 진짜 금 아니냐, 너무 멋있지 않냐’ 했더니 한마디 하더라고요. ‘오빠. 거긴 영화고요(폭소)’. 그래도 저희 작품도 모든 인물들의 의상이 다 예뻤어요. 그게 저는 사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분장, 의상, 미용, 미술. 사실 제작비에서 제일 많이 쓰는 부분이 미술이니까. 알고 보면 놀랄 일인데, 대비마마 앞에 있는 그 작은 교자상 가격이 1억 5천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작품이래요. 그런 소품들까지도 하나하나 많이 신경을 쓴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광해’의 영향일까, 사극이 첫 출연은 아니지만, 전부터 왕이 해보고 싶었단다.

“예전에 인터뷰할 때도 ‘사극 하고 싶다’, ‘왕이 하고 싶다’ 그런 얘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사극이라는 장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해서 나에게 사극이 왔을 때 몸도 좋고, 분위기나 연기나,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면 좋겠다 했는데 이번에 잘 돼서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고. 역시 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극. 사극만의 매력은 분명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 다들 앞으로 또 현대극을 할 텐데 현대극에서 보면 아마 전혀 다른 사람들이 되어있지 않을까.”

‘이강’은 동생인 ‘이휘’와 ‘성자현’을 두고 핏빛 로맨스를 그렸다. 지독한 짝사랑이었으나 현실에서의 사랑이라면 쇠고랑 신세가 아니겠냐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극이고 조선 시대였으니 가능했지 않을까요, 2018년에서라면 사실상 구속이죠 구속(폭소). 그 정도로 싫다고 하는데 이거는 짝사랑도 아니라 집착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이야 현실성이 없지만 조선 시대로 돌아가 보자면, 제가 나겸(루효영 분)이와 결혼을 했음에도 소가 닭 보듯 대하는 태도라든지, 자현이를 짝사랑하면서 행해졌던 모든 것들, 조선 시대였다며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현실에서는 구속감입니다. 그건 명쾌하죠(웃음).”

그런 ‘이강’의 사랑이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만 이강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다소 어려웠다고 한다.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까 극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100%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짝사랑, 외 사랑, 그런 사랑을 하다보면 아무리 그 사람이 왕이 됐어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너무나 어려운 선택에 놓이게 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는 현실감이 있다고 생각은 해요. 물론 방식은 잘못됐지만 그런 사랑이 분명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랑. 다만, 극중에서 휘를 어려 번 죽이려는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악행을 사실은 양안대군(손병호 분)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죽이려고 하는, 해서 ‘핏빛 로맨스’ 그렇게 됐는데, 전쟁터로 휘가 떠날 때 칼을 쥐어주면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하는데 이게 진심인지를 몰라서 굉장히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연기도 굉장히 애매하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웃음), 진짜 그 답을 저도 못 찾더라고요. 연기하다 보면 그런 상황이 생각보다 꽤 많아요. 그럴 때 저는 그냥 애매하게(웃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 답은 시청자들이 내주시는 거죠. 만약 그 장면을 보고 ‘이 뻔뻔한 놈’ 하시면 그렇게 되는 거고, 어떤 분은 ‘슬프다’ 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땐 시청자 의견을 적극 수렴합니다(웃음).”

이강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왕좌에 올라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고독은 풀리지 않았다. 주상욱은 그의 죽음이 ‘이강’다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이 날 촬영은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진행됐다고 한다.

“저는 가장 강이다운 죽음,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감사해야 될 부분이, 마지막에 강을 너무 멋있게 그려주셨더라고요. 죽는 과정도 그렇고 죽는 순간도 그렇고. 보통 결말에서의 죽음은 가장 하이라이트고 배우들도 거기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죽는 게 마지막 회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간이 없어서 두 시간 만에 찍었어요. 기회는 단 한 번. 그것도 밤 신을 낮에 찍었어요. 그 장면 앞에 루시개(손지현 분) 죽는 거 다 찍고 새벽 4시에 찍기 시작했는데, 리허설하고 뭐 하니까 5시인데 벌써 해가 뜨더라고요(웃음). 6시 반, 7시쯤에는 완전히 해가 다 떠서 그 장면을 밤 신으로 보정을 한 거예요. 방송이 일요일인데 금요일 새벽에 찍은 거라 다시 찍을 시간도 없었고. 그 부분은 아마 감독님도 굉장히 아쉬울 거예요. 연출적으로도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저도 다시 찍고 싶었거든요. 시간관계상 아쉽긴 했어요. 아, 더 멋지게 죽을 수 있었는데(웃음)”

‘대군’은 초반은 젊은층을 포섭할 만한 밝고 경쾌한 로맨스가 중심을 이루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설명이 많아지고 반복적인 대사들이 등장한다. 본래 사극의 주 시청층인 50-69로 방향을 틀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젊은층에서는 소위 ‘오글거린다’고 표현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이 반복적인 구조가 이해를 돕는다.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친절한 드라마가 되었다는 것. 그런데 이때 주상욱은 드라마가 연장을 하는가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실 제일 힘든 게 친절한 드라마예요(웃음). 대본을 보면 ‘어우, 이거 어떻게 해’ 그런 게 있는데 그것을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보시는 분들도 그 오글거리는 걸 부담 없이 진지하게 보게 만드는 게, 아마 그게 연기력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오글거리면 보는 사람도 그렇고, 해서 최대한 상황을 진지하게 만드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또 의외의 반응도 나오고 그래요(웃음). 근데 저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중간에 대본이 갑자기 설명이 많아지고 사건이 좀 사라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 딱 드는 생각이 ‘어! 4개 연장하려고 그러나?’ 사건들이 갑자기 스톱한 것 같은 느낌이, ‘여기서 좀 아껴줬다가 연장하면 뒤에 보여주려고 그러나?’ 했는데, 17회 대본이 딱 나왔는데, 갑자기 막 난리가 난 거예요. ‘아, 연장은 없구나(폭소)’. 그때 약간 시청률이 주춤했는데, 거기서 만약 4%가 나왔으면 무조건 연장이었죠. 사실 극중 인물들이 각자 다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설명해 줄 부분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딱 4개 연장해서 24회로 갔으면 더 완성도 있게 끝나지 않았을까. 그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사진제공=윌엔터테인먼트, 씨스토리, 예인 E&M]

※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종영으로 만난 배우 주상욱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