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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남주, "저 이제 배우라고 해도 될까요?"

  • 입력 2018.04.15 08: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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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미스티’ 종영으로 만난 배우 김남주의 인터뷰, 전 편에 이어.

김남주에게 고혜란의 성공은 남다른 성과이기도 했다.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김남주가 결혼 후 MBC ‘내조의 여왕’ 속 푼수 아줌마 ‘천지애’로 돌아왔을 때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반전에 열광했다. 이후 MBC ‘역전의 여왕’ 속 ‘황태희’나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차윤희’로 분했지만 실상 ‘천지애’의 연장선과 같았다. 그러자 당시 김남주에게는 ‘OO의 여왕’이라는 온갖 대본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그것이 김남주가 컴백에 6년의 세월이 묵은 이유이기도 했다. ‘역전의 여왕’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MBC, KBS 연기대상의 대상의 영광을 안았음에도 스스로 “이제는 그와 같은 모습으로는 더 보여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던 차에 ‘미스티’의 ‘고혜란’은 배우 김남주의 연기 인생에 찾아온 또 한 번의 결정적 찬스였다. 그러한 김남주의 성공은 더불어 40대 중견 여배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돌파구를 열어준 계기로 평가받는다.

“‘내조의 여왕’ 천지애는 결혼 후 인생 2막이었어요. 그런데 푼수기 있는 아줌마로 인정받은 것과 이번 ‘미스티’는, 그에 비하면 시청률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재평가를 받았다는 부분이, 오히려 전보다 더 아줌마가 된 나이에 평범한 아줌마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캐릭터로 인정받았다는 거.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천지애 때는 김남주가 아줌마 연기를 잘한다고 했는데 고혜란을 연기하니까 또 아줌마 같지 않다고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저의 평소 모습이 천지애와 비슷해요. 해서 그때는 딱히 뭘 만들어서 연기할 필요가 없었어요. 다만 그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다 보니까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후에 두 작품 비슷하게 이어지면서 너무 비슷한 것만 하는 거 아니냐, 공격적인 질문도 받았고 이제는 아줌마로 굳어진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혜란이 다시 그 이미지를 깨준 거죠. 여러 모로, 정말로 제 인생 최고의 캐릭터인 것 같아요.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연기자로도 가장 행복했던 것 같고요. 그 어떤 작품보다 저에게 없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작품이었어요. 해서 요즘은 어딜 가도 사인도 고혜란으로 하고 있거든요(웃음).”

고혜란을 연기하기 위해 7kg의 체중감량까지 병행했다. 이는 고혜란에게 냉철하면서 날카로운 이미지를 완성해주었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다이어트가 정말 힘들다면서도 한편 연기자에게 다이어트는 숙명과도 같다고. 덕분에 극 중 고혜란의 오피스 룩은 덩달아 화제였다.

“연기자니까, 다이어트는 너무나 당연한 건데, 사실 아이를 낳고 다이어트를 하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캐릭터에 저도 막 빙의돼서, 허망하고 먹먹해서 음식도 잘 안 먹히더라고요. 처음에 고혜란은, 대본에 이미 일도 외모도 완벽한 여자였어요. ‘오랜 운동으로 탄탄한 몸매, 건강한 혜란’ 그런 식으로 쓰여 있었기 때문에 일단 살을 빼야 됐는데 단순히 마른 게 아니라 몸매가 좋아야 되는 거였어요. 지문에서도 ‘굴곡진 몸매를 가진 혜란’(웃음) 이렇게 돼 있으니 안 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단순하게 안 먹고 운동을 했어요. 탄수화물 끊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보이려고 테닝도 하고요. 의상은 뉴스 할 때는 커리어우먼처럼 슈트를 많이 입었고, 멜로를 보여줄 때는 블링블링한 옷을 입었어요. 실제로도 의상이 사람의 자세나 태도를 많이 바꿔놓는 것처럼 연기자들에게도 의상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번에는 멋있게 꾸밀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고, 화면도 예쁘게 찍어주셨더라고요(웃음).

‘미스티’의 고혜란으로 가장 큰 수확을 꼽는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할 나이가 됐는데, 그 전에도 아줌마 캐릭터로 좋은 상도 많이 받았는데, 9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아줌마가 아닌 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큰 기억을 남겨줄 수 있어서 ‘미스티’가 저에게 또 하나의 큰 의미인 것 같아요. 늘 엄마로 있다가 엄마가 아닌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하다못해 앉아 있는 모습, 걸음걸이, 분위기, 모든 것이 배우 같지 않았어요. 사장도 무섭지 않은, 어떻게 보면 건방지거나 자신감에 찬 여잔데, 그런 여자를 표현하기에는 실제 김남주는 너무 아줌마고 겸손하더라고요. 그런 정반대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았고, 이렇게 몇 개월이 걸리기도 처음이었던 같아요. 고혜란은 진짜 현장에서도 고혜란스럽게 있었어요. 고혜란으로 있으면 말도 잘 못 걸더라고요(웃음).”

극중 고혜란은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사내 남녀차별을 겪게 된다. 배우 김남주로도 그러한 경험이 있을까.

“그럼요. 신인 때는 ‘그래서 연기자 할 수 있겠느냐’부터 굴욕적인 말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정말 딱 참을 수 있을 만큼 겪고 견뎌내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할 수 있죠. 연예계는 그나마 유리천정은 없는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고,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죠. 대신 또 반대로 시청자가 반응을 해주시면 누가 막더라도 스타가 되기도 해요. 또 제가 엄마다보니까, 엄마들은 다 알 거예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커리어우먼들은 다 힘든 것 같아요. 또 한국 사회가 아직은 가부장적이기도 한데, 요즘은 그래도 좀 많이 바뀌어서 제 딸이 결혼할 때는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고혜란과 실제 닮은 부분도 있을까.

“고혜란과는 성격이 비슷해요. 가장 좋아하는 말이 선택과 집중인데 선택했으면 최선을 다하고, 포기가 빨라요. 아닌 건 아닌 거다, 빠르게 포기하죠. 고혜란처럼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비슷하다면 저에게 당당한, 그런 면은 있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밀어붙여요. 적당히 타협하는 건 당연히 없는 것 같고요.”

90년대만 해도 일부 스타들의 장기집권 세대였지만 최근에는 해마다, 분기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추세다. 6년의 공백 동안 혹여 불안하거나 조급함은 없었을까.

“다른 사람이 뭘 한다고 나도 뭐 해야지, 조급증을 부리는 편은 아니에요. 어떤 사람이 잘 되면 당연 배 아플 때가 있지만 이렇게 큰 딸은 없을 것이고, 이렇게 큰 딸이 있는 연기자가 고혜란 같은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하고 제 나이도 자랑스럽고,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저와 만나려고 오시는 것도 자랑스럽고. 사실 ‘내조의 여왕’ 후에 정말 온갖 여왕들이 다 왔어요. 뭐의 여왕이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더 이상 그 캐릭터로는 보여드릴 것도 없고 저로서도 더 이상 재미가 없었고 그래서 다른 시나리오를 찾고 있었어요. 이제 그만 여왕이고 싶다. 그래서 다시 나오는 게 좀 늦어진 이유도 있고요.”

이번 ‘미스티’를 참여하는 동안 남편인 배우 김승우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처음부터 김승우 씨가 '미스티'를 추천했고, 제가 ‘미스티’를 잘 해주길 누구보다 바랐기 때문에 분석부터 설정, 대본 리딩까지 같이 해줬어요. 혼자 강태욱이 됐다가 케빈 리가 됐다가(웃음), 그렇게 맞춰줬고. 사실 연기자들은 뭔가 자신이 잘 못하는 건 아는데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거든요. 그런데 남의 건 되게 잘 보여요(웃음). 해서 김승우 씨가 그런 부분들을 코치해주고, 여러 방면으로 많이 도와줬죠.”

배우로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 요즘이지만 김남주의 인생 최종의 목표는 역시 아이들이었다.

“제 인생 최고의 목표는,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일도 일이지만 나이 들면 아이들이 잘 되는 게 더 좋더라고요. 일주일에 받아쓰기를 한 번 하는데 100점을 받아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웃음).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세상 어떤 것보다 좋아요. 제 (연기)상 열 개보다 아이들 상 하나가 좋고요.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욕심을 내거나 뭘 바라지는 않아요. 단지 건강한 사람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이들도 키워놓고 김승우 씨와는 나중에 와인 한 잔 마시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항상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라고 얘기하고 있고. 김승우 씨 핸드폰에 2040년 사진이 있어요(웃음). 2040년이 아이들이 독립할 때라고.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배우자들이 생기고, 이후 완전히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해서 사진 제목이 ‘2040년을 기다리며’라고, 항상 그러고 있어요.”

그렇다면, 남편 김승우는 어떤 존재일까. 김남주는 김승우의 이야기를 전하며 울컥 눈물을 쏟았다. 주책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게 더없이 든든한 남편의 존재가 역으로 홀어머니의 고생을 떠올리게 한 모양이다.

“지금은 김승우 씨가 없으면 뭘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너무 좋은 친구고. 뭔가 그 이상의 표현을 말하고 싶은데... 음.. 정신적 지주? 그런 것 같아요. 결혼한 지 13년 됐는데, 저도 처음에는 아들 둘에 딸 하나 있는 것 같은(웃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지금 느끼는 가장 큰 의미는 진짜 친구, 술친구, 수다 친구, 그래요. 김승우 씨도 수다 엄청 좋아하거든요.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해도 ‘너 그때 얘기 했었어’ 그러면서도 그냥 들어주고 지금은 그것도 닮아가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눈물이 많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이번 ‘미스티’도 저보다도 남편이 더 기뻐해요. 본인이 추천했는데 잘 됐으니까. 해서 가급적 좋은 작품이 있으면 빨리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그런 여러 결정을 또 남편이 해주다보니까, 제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가 서른네 살에 혼자 되셨는데 참.. 어떻게 견뎌오셨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끝으로 김남주는 연기 인생 24년 만에 이번 ‘미스티’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실 저는 연기가 꿈도 아니었고, 연기는 직업일 뿐이다 그런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연기혼이랄까? 그런 게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더구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정말 열정을 다 쏟았는데, 하면서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이제 감히 배우라고 해도 되나’ 그런 자신감? 또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던 건 아닌데 그래도 24년 동안 연기력이 좀 쌓였나? 오히려 ‘미스티’를 통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고혜란이 너무 멋있는 역할이어서 다음 작품을 고르는 게 더 어려워질 것 같기는 해요. 솔직히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빨리 다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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