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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장혁, '돈꽃'으로 만개한 연기인생 20년

  • 입력 2018.02.20 08:4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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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돈꽃’에서 강필주 역을 맡아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과 함께 24부작을 마무리한 배우 장혁을 만났다.

드라마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극중 장혁은 청아그룹의 손자라는 실체를 숨기고 청아그룹의 개 노릇을 하며 20년의 복수를 완성한 강필주로 분했다. ‘돈꽃’은 애초 주말드라마로 편성되면서 막장의 우려를 받았지만 가족이라는 허울 아래 돈을 목적으로 얽히고설킨 탐욕과 심리를 집요하게 보여주면서 점차 시청자들을 빨아들였다. 여기에는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를 필두로 이미숙, 장혁, 장승조, 박세영까지 구멍 없는 연기력의 시너지가 크게 한 몫을 보탰다. 또한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이명희 작가의 극본과 그를 최대치로 부각한 김희원 연출의 스타일이 더해져 드라마로는 흔치 않은 명작으로 탄생했다.

장혁이 분한 강필주는 복수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던 만큼 비중에서도 많은 분량과 롤을 담당했다. 강필주의 복수의 대상인 정말란(이미숙 분)은 청아가의 집사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장부천(장승조 분)을 청아가의 자손으로 속이고 그를 그룹의 후계자로 만들겠다는 탐욕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강필주는 거기에 편승해 장부천을 청아그룹의 꼭대기에 올려놓고 정말란 최고의 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복수의 계획을 세워 20년의 세월을 그들의 곁에서 ‘개’가 되어 함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강필주는 오랜 세월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결코 원수만은 될 수 없었던 미묘한 심리가 존재했는데, 시청자들은 그런 강필주를 연기한 장혁에게 “장혁이어서 가능하다.”, “역시 장혁이다.” 등의 호평을 쏟아내며 열광했다.

장혁은 2010년 ‘추노’ 이후 ‘뿌리깊은 나무’, ‘운명처럼 널 사랑해’, ‘뷰티풀 마인드’, ‘보이스’ 등에 출연했는데 ‘추노’의 영광이 너무 큰 탓일까, 장혁의 기본 탄탄한 연기력에 논란은 없었지만 ‘추노’ 이후로 연기 톤이 비슷하다는 평이 제법 따랐다. 시청률 제조기로 통했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3.2%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뼈아픈 경험도 있다. 그러다 지난해 초 방송된 OCN ‘보이스’에서 5.6%의 시청률을 챙겨 이전의 명성을 회복했고 이번 ‘돈꽃’은 다시금 장혁이라는 배우를 톱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1997년 드라마 ‘모델’로 데뷔해 어느새 20년의 세월을 넘겼다. 다사다난한 경험들을 통해 초연함도 배웠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는 여전히 갈고 닦는 과정이라고 한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돈꽃’의 종영을 기념해 장혁이 인터뷰에 나섰다.

먼저, 장혁은 드라마 종영소감을 묻는 질문에 23.9%의 높은 시청률보다 작품 자체가 큰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시청률은 실상 개연도 부연도 없는 막장드라마도 20%를 넘기기 다반사니 그보다는 좋은 작품을 선보였다는 자부심이 드러난 대목이다. “아무래도 사건에 의한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인문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 많이 보여지고 끝나다보니까 배우들이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어서 참 좋았던 것 같고, 그래서 그만큼 아쉬웠던 것 같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또 하고 싶었던, 두루두루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돈꽃’은 주말드라마 편성이면서 24부작의 중편드라마였다. 이점에서부터 애초 여타의 주말드라마와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는데, 작품은 웬만한 미니시리즈보다도 더욱 미니시리즈 같은 매력을 뽐냈고 특히 1일 2회 연속편성이 신의 한 수라는 의견도 자자했다. 하루에 두 편을 몰아보면서 작품에 보다 깊게 몰입할 수 있는 호흡을 만들어줬다는 것. 이에 장혁은 만약 ‘돈꽃’이 주말드라마 구성인 50부작이면 출연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워낙 스토리도 캐릭터도 쉽지 않은 작품이어서 과연 50부작이라면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이유였다. 그래서 더욱 작품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작품 자체가 시작이 쉽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파업의 영향이 있어서 아마 ‘돈꽃’ 촬영 중에 MBC 카메라 감독님은 다 만났던 것 같고 김희원 감독님도 ‘돈꽃’이 입봉작이었는데 그래도 믿고 시작했어요. ‘즐겁게 망하자. 우리가 재밌게 만들어 가면 되는 거고, 이순재 선배님부터 많은 배우들이 캐릭터가 좋아서 온 사람들인데 뭔가 만들 수 있지 않냐.’ 했죠. 그리고 두 시간이라는 편성이 색달랐던 것 같고, 또 주말인데 흔한 주말스럽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네? 그런 것들을 색다르게 느껴주신 것 같고요. 사실 시작 전에 3,4회 정도를 만들어놨는데 우리끼리도 ‘이렇게 가도 돼?’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저 자체가 주말 마인드가 아니었으니까요. 주말은 항상 설명이 있어야 되고 느려야 되고 자극적이어야 하나 싶었죠. 하다 안 되면 방향을 틀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그렇게 뭔가 다르게 만든 작업이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라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 것 같고요.”

특히 ‘돈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인물들과 복수라는 관계로 얽혀있으면서도 결코 복수가 전부일 수 없었던 ‘강필주’의 심리가 장혁을 통해 완벽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끝끝내 이 캐릭터가 좋았던 것은, 복수를 하려는 남자가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복수를 안 하려는 남자였다는 거예요. 되게 모순되지만 복수를 하고 나서 모든 곡간 열쇠를 다 쥐고 있음에도,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죠. 강필주로서는 가장 최고의 순간에 터뜨린다는 명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에 플러스 알파로 지금 왜 하지 않는 것인가. 워낙 다른 인물들과 여러 이야기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사실 장부천(장승조 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고 나모현(박세영 분)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사랑하는 여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우유부단 할 수밖에 없는 거였고, 정말란(이미숙 분)과의 관계도 복수와 증오가 기본이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애증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사건의 포커스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이 더 많이 보여진 것이 아니가 싶고. 오로지 복수룰 향해 달려왔지만 막상 그렇게 만은 할 수 없는 것들이 그 전의 패턴과는 많이 달랐죠.”

‘강필주’를 연기하면서 역시나 그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어렵다는 느낌보다 다르다는 느낌이었어요. 전형적인 것은 피해야 되고 극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차가운 것들이 많았죠. 기본적으로 강필주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는 순간 모든 게 끝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그의 심리를 보여줘야 했으니까. 이미 본인이 싸늘해져있는 느낌을 가져가면서 여러 상황들에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많이 표현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았고 화면 자체가 활력이 있는 것보다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는 듯한, 그런 톤이 다른 작품들과는 달랐던 거고요. 어쨌든 ‘더 나가지 말자.’ 그런 건 있었죠. 사실 전작들에서는 표현을 하려고 했던 것이 많은 배우였던 것은 맞아요. 해서 그걸 누르려는 느낌을 계속 가져가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또 연기는 매순간 상대와의 느낌이나 리액션으로 완성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번 ‘돈꽃’은 선배님들이나 후배 배우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특히 강필주는 마지막 회에서 한 남성의 칼에 찔린다. 그는 자신 역시 청아그룹의 혼외자 '장유천'이라며 청아그룹을 찾아와 분노를 쏟아내는데 강필주는 그에게 “노력을 해요. 이렇게 살지 말고”고 멸시한다. 그에 격분한 남성이 이후 강필주를 찾아와 칼을 휘두른 것이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있었다. “그동안의 ‘돈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뜬금없다.”는 의견부터 “강필주라는 이름으로는 이제 죽었다, 끝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돈꽃’이 해왔던 흐름대로 ‘사건’이 아닌 ‘관계’로 이를 들여다보면 그는 강필주와 같으면서도 다른, 또 다른 돈꽃을 향한 인물로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 장면에서 강필주의 “노력하라”는 대사는 장혁이 직접 넣은 장면이라고 하는데 이 대사는 실상 ‘돈꽃’ 자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세습의 허울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강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렇게 대본의 허점을 찾아 작품의 완성도까지 끌어올린 그다. 장혁은 자신의 ‘강필주’를 관통하는 한 가지로 ‘모순’을 꼽았다.

“모순이죠. 관계와 상황들이 워낙 다양하게 있었고 또 그 오랜 세월을 함께했기 때문에, 정말란과는 애(愛)라는 감정과 증(憎이)라는 감정이 같이 있지 않을까. 장부천이라는 인물도 자칫 형제애를 느낄 수 있지만 내 동생이 되어버리면 복수가 흔들리기 때문에 자꾸 멀리하려고 하는 게 있었고요. 마지막 장면에 칼에 찔리기 전에 ‘애썼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아마 칼에 찔리지 않았어도 다시 오지 않았을까. 딱 찔리는 순간 극단적인 모습이 다시 일어서서 다시 나아가는, 또 마지막 엔딩이 과연 해피엔딩인가. 세습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강한 놈이 살아남자는 것이 강필주의 이야기여서 그 남자에게도 ‘노력을 해라‘라고 넣었어요. 이건 대본에는 없던 건데 내가 이만큼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당신도 뭔가를 가지고 싶으면 노력을 해라. 그렇게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엔딩에서 결국 청아그룹의 손자인 강필주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또한 모순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평소에도 작품이나 대본에 관련해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라고 한다. 그것이 또한 배우의 역할이라는 소신이다. “원래 같이 하는 편이예요. 그래야 얘깃거리가 있으니까. 이 작품에서는 (대본에 없는 걸 넣은 게) 그 대사 하나였는데, 보통 그럴 때는 작가님과 상대 배우와 같이 상의를 하죠. 연기를 하는 목적 자체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저의 목적도 거기에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 드라마 '돈꽃'으로 만난 배우 장혁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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