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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OW(바우)' 안무가 전미숙, 당신의 인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 입력 2017.09.13 11:3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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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현대무용 안무가 전미숙의 신작 ‘BOW’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9월 9일-10일 양일간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전미숙무용단(예술감독 :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의 신작 'BOW, 바우'가 공연됐다. 무용가 안남근, 임샛별, 윤나라, 이주희, 양지연, 이지윤, 한윤주, 송승욱, 최승민, 배현우가 함께했다.

작품 'BOW‘는 보는 사람에 따라 무한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온갖 인사의 형태가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되고 인간관계 내지 계급, 또는 깍듯한 인사 뒤에 숨은 미묘한 속내들이 찻잔, 술잔, 멍석, 부채 등의 오브제를 이용한 춤사위로 고요한 듯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노련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 조명, 솔로부터 군무까지 완벽한 짜임새를 이룬 안무구성은 6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여백의 미는 이번 ’BOW’의 백미다. 이 여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로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굳이 대중적인 장르와의 협업이 없이도 지극히 대중적이면서도 대가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BOW’는 실로 ‘고퀄리티 대중적 현대무용’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연예투데이뉴스는 이틀간의 공연이 마무리된 뒤, 안무가 전미숙 교수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전미숙 안무가는 “일단 이번 작품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이번 작품은 특히 안무가들이 흔히 책임이나 의무라고 여기는 형식의 파괴, 파격, 새로움, 변신 등을 내려놓고 절제, 편안함을 추구했다. 무용수들도 안으로의 절제된 춤을 추기를 요구했는데 워낙 숙련된 무용수들이어서 겉으로보다 안으로의 힘을 잘 발휘해준 것 같고, 의상, 조명, 음악까지 그런 공통된 컬러가 섬세하게 같이 스며들었던 것이 작품을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며 성황리에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BOW‘는 보는 사람의 개성, 취향, 사회적 입지, 가치관 등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해 작품시연이 끝난 후 삼삼오오 자신의 해석을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눈길을 모았다. 이에 대해 안무가 전미숙은 대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현대무용이라든가 기타 창작 예술의 경우는 창작자들이 뭔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작품이나 예술품으로 만들어놓으면 보시는 분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상상을 더할 수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번 작품으로 애초 나의 의도에서 보다 많은 방향으로의 파생된 생각, 상상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나는 이런 의도로 만들었으니까 이 작품은 이런 거야.’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여러 의미의 해석으로 작품을 관람하면서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무용으로써도 좋은 일이다.”라고 전했다.

30년간 현대무용 외길을 걸으며 국내 최고의 안무가로 각광받고 있는 전미숙은 최근 들어 전에 비해 ‘쉬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로 나이에서 오는 여유로움을 꼽아 눈길을 모았다.

“나에게도 이제 나이가 주는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다. 그동안 작품을 만들면서는 항상 남이 안하는 것, 보다 실험적인 것, 형식의 파괴, 나만의 개성, 그런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 의무감 내지 책임의식 같은 것들이 늘 있었고 또한 매 작품마다 앞선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 남들의 시선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것들 때문에 늘 힘들었다. 그러다 이제 나이가 들고 수십 년 작품을 해오면서 자신감과는 다른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해서 이제는 그런 모든 시도를 넘어서서 작품을 보는 사람이 평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객들이 현대무용에게서 갖는 난해함, 부담감,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무용공연도 굉장히 평온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안무를 만들게 됐다. 해서 (이번 작품에서) 보다 세밀하게 추구한 부분이 조형미와 여백의 미였고 멍석이나 부채 등의 오브제를 사용해 다양한 형태의 인사를 보여줌으로써 ‘내가 저 인사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그렇게 흔히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행동, 습관, 인사들에 숨은 미묘함을 보다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무용은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꾀하는 현대무용조합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젊은 안무가들 사이 대중의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춤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BOW’는 현대무용의 대가가 선보인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미숙 안무가 역시 이를 의식한 작품으로 ‘BOW’를 선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중화를 위한 작업은 아니었으나 여유와 편안함을 추구한 작업이 대중이 선호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나는 사실 대중화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무용의 대중화가 우리의 숙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측면에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아모레 아모레미오’나 ‘바우’를 통해서, 나 스스로도 작품을 만들어 놓고 나니 알게 됐다. 나는 늘 하듯이 만들었는데 그런 여러 말씀들을 해주시는 걸 보면서 무용의 대중화라는 게 굳이 재미나 오락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우리의 춤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동안 안무의 방향이나 스타일이 10년 정도의 주기로 바뀐 것 같은데 이렇게 여유 있게,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한, 두 작품을 더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편, 전미숙 안무가는 오는 10월 9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될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에서 안무가 차진엽, 김보라와 함께 여성무용가 3부작 시리즈로 다시 한 번 무용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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