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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초점] ‘미다스의 손’ 최진 대표 사망.. 공연계 관행 사라질까.

  • 입력 2017.08.22 12:3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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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공연제작사 아시아브릿지콘텐츠의 故최진(49) 대표가 90억의 부채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로 ‘미다스의 손’의 씁쓸한 마지막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아시아브릿지콘텐츠의 최진 대표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 번개탄을 태운 흔적과 전날 회사 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점을 들어 경찰은 최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경위를 파악 중이다.

최진 대표가 이끄는 아시아브릿지콘텐츠는 2008년부터 가수들의 콘서트를 주로 선보인 공연기획사였으나 2011년, 한 소속사 식구이자 동국대영상대학원 동문인 배우 김수로와 손잡고 연극 ‘이기동 체육관’을 선보이면서 본격 연극, 뮤지컬 제작사로 변신했다. 이후 ‘김수로 프로젝트’는 아시아브릿지콘텐츠가 제작한 20여 작품의 타이틀이 되었고 대학로에서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김수로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최진 대표는 학원, 식음료, 해외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가 90억 원의 부채를 안게 되면서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을 냈다. 채권자는 무려 115명에 달한다. 최근 아시아브릿지콘텐츠가 제작한 작품의 투자자부터 전 직원, 출연 배우, 배우들의 소속사, 스태프 등이 대거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아시아브릿지콘텐츠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공연을 올렸다. 뮤지컬 ‘광염소나타’와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데스트랩’은 이 명단에 속해있지 않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수 작품 째 정상적인 페이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공연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공연계의 돌려막기 관행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빚을 내거나 투자자를 모아 일단 작품을 진행하고 공연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먼저 투자금을 반환하는데 그러다 수익이 모자라면 스탭들과 배우들의 페이는 다음 작품의 수익에서 지급하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한, 두 작품이 BEP(손익분기점)를 넘지 못할 경우 제작사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제작사는 이를 메꾸기 위해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 아시아브릿지콘텐츠는 보다 덩치를 키워 공격적으로 활로를 뚫고자 했다. 2016년에만 연극 ‘까사 발렌티나’, ‘헤비메탈 걸스’, ‘택시 드리벌’, 음악극 ‘밀당의 탄생, ‘유럽블로그’, 뮤지컬 ‘머더 발라드’, ‘고래고래’, ‘친정 엄마’, ‘곤투모로우’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뮤지컬 ‘곤투모로우’는 아시아브릿지콘텐츠가 선보이는 최초의 대극장 창작뮤지컬이었다. 올해에도 아시아브릿지콘텐츠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광염소나타’, 연극 ‘데스트랩’으로 만회에 나섰다.

그럼에도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앞선 적자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덩치만 불린 행보는 더 큰 누적적자를 만들었고 특히 공연 외 사업에서의 적자가 더해지면서 일부 공연의 흑자로는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 것. 이는 ’김수로프로젝트’의 수장 김수로까지도 프로듀서비를 포함 출연료가 미지급 상태여서, 프로듀서비의 85%, 출연료로는 배우들 중 최다 작품에서 지급이 전혀 없었던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브릿지콘텐츠가 회생절차를 밟았다는 보도에 앞서, 최근 공연된 작품 중 대극장 뮤지컬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실제 오케스트라, 출연진들의 공연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이후 제작사는 임금문제를 해결하고 가까스로 공연은 정상화됐다. 최근 공연되고 있는 작품 중에서도 일부 출연진의 조기하차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도 속사정은 임금체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와중에 보도된 아시아브릿지콘텐츠의 회생신청 소식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더욱이 115명에 달하는 채권자 명단이 온라인 상에 공개되면서 임금체불의 범위가 너무나 큰 실체에 공연계 팬들은 경악했다. 또한 이러한 패턴이 비단 아시아브릿지콘텐츠만의 사태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성토의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최진 대표로서는 작품의 판권을 해외에 팔거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회생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역시 뚜렷한 결과를 낳지 못해 싸늘한 시선만이 가중됐다. 그나마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아시아브릿지콘텐츠와 공동 제작사였던 연우무대와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작품과 관련한 체불을 대납하는 것으로 판권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번 최진 대표의 사망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 낳은 비극으로 결론지어질 확률이 높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탭, 배우들의 임금을 몇 달 미루는 것을 당연시하는 인식, 공연수익이 선 지급되어야 할 곳을 두고 또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을 노리는 제작사, 앞선 임금이 달린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재출연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악순환이 갑과 을의 관계로 지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비극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아주 당연한 이치. 제작사와 스탭, 출연진은 공생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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