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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민영, "'7일의 왕비'로 치열하게 배운 연기자의 몫"

기사승인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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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문화창고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7일의 왕비’에서 단경왕후 신채경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배우 박민영이 드라마 종영기념 인터뷰에 나섰다.

안방극장에서 시청률제조기로 통하던 박민영이다. 이번 ‘7일의 왕비’는 시청률 면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단경왕후를 연기한 박민영 만큼은 배우로서 재조명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연기를 선보였고 드라마 중, 후반을 넘어가면서 보다 깊은 감정 연기와 많은 눈물로 '사극 여신'에 이어 ‘눈물의 여왕’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박민영 스스로 이번 ‘7일의 왕비’는 흡사 ‘진짜 사나이’를 촬영한 듯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기분이란다. 특히 이번 신채경으로는 배우 ‘박민영’의 20대를 장식한 상큼, 발랄한 ‘캔디’에서 한 꺼풀을 벗고 배우로서의 깊은 고민을 가져 본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7일의 왕비’ 종영으로 만난 배우 박민영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유난히 더운 여름을 사극과 함께했다. ‘7일의 왕비’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이번 여름이 유난히 좀 무더웠어요. 여름 사극이 처음은 아닌데 촬영을 하면서 느끼는 게 우리나라가 여름 습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작품을 통해서 그걸 알아요(웃음). 한복은 다른 작품에서도 별 다를 게 없이 비슷하게 입으니까. 이번에는 유독 습도가 높아서 땀이 정말 많이 났어요. 이너가 흥건하게 젖어서 매일 한 네 번은 갈아입어야 했고 메이크업을 해도 5분이면 축 쳐져서 계속 수정을 해야 했어요. 저는 연기하면서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한번 메이크업을 하면 수정하기를 싫어하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수정을 해야 했죠. 중반부부터는 눈물 연기가 많아서 또 계속 분장을 수정해야 됐고요. 날이 더우면 불쾌지수도 올라가잖아요. 그런데도 큰소리 한 번 없이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들 더워죽겠으면서 서로 나는 안 덥다고(웃음). 현장 분위기가 그랬어요.”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는데, 계속 감정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어렵진 않던가.

“촬영하면서는 제가 그렇게 많이 운지 몰랐어요(웃음). 워낙 생방처럼 진행이 되다보니까 크게 못 느꼈는데 이제 끝나고 보니까 정말 많이 울었더라고요. 감정신이 있는 날은 워낙 대사가 많고 신이 많아서 아예 ‘채경 데이’라고 불렀어요. 촬영감독님이 대본 보시면서 채경이 오늘도 하루 종일 울겠구나,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촬영할 때는 뭔가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만들거나 하진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힘들진 않더라고요. 해서 눈물 연기는 사실 힘들지는 않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 분장을 수정하는 게 힘들었죠. 일단 한 번 찍으면 휴지로 계속 닦아내고 수정을 하는데 하도 많이 해서 이후엔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서 했을 정도예요. 그리고 힘들었던 게 눈물을 흘릴 때 왜 콧물은 같이 나오는 건가, 정말 깊은 고민이(폭소). 감정은 좋은데 자꾸 콧물이 나서 계속 카메라 안 잡히게 몰래 닦고, 닦고 했었죠.”

‘단경왕후’라는 인물을 첫 연기한 사례가 됐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면서 특히 유의했던 점이 있을까.

“일단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는 조심하게 되죠. 최대한 해치지 않아야겠다, 기록에는 단 한 줄 남아있는 인물이지만 사랑스러우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주관이 있는 인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배우로서는 제 캐릭터를 좀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토리나 연기에 따라 캐릭터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점에 신경을 쓰고 분석을 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또 남자 둘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고, 그것으로 모든 갈등과 화해가 이루어지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갈팡질팡해서는 제 캐릭터는 물론이고 캐릭터들의 전체 관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말에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보태준다면.

“역이(연우진 분)와는 어려서부터 평생을 사랑한 이들인데, 둘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는 아역들의 모습부터 설명이 되어 있어서 이 사람은 무조건 나의 사랑이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기 때문에 나름 편했어요. 헌데 융(이동건 분)과의 관계는 처음에는 좋은 가족으로 모시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환상이 깨지면서부터는 주군으로 생각하게 되고 또 그 이후에는 나를 여인으로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융은 어쨌든 조선의 왕이기 때문에 채경으로서는 자신의 거절을 확고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거든요. 자칫 나의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으로 그의 마음을 거절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일관성을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나의 사랑은 역, 거역할 수 없는 주군 융. 해서 혹시나 중간에 융에게 남자 대 여자로, 이성으로 흔들리는 신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걸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했고요.”

   
▲ 사진제공=문화창고

그런 많은 고민으로 만들어진 단경왕후, 전반적인 자평을 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조선시대 여인으로서 역할의 제한, 왕이 아닌 여왕으로서의 제한, 여인이기 때문에 뭔가를 주도적으로는 이끌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있어요. 해서 이번에는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극중 대사가 정말 많고 어려운 신들이 주어진 적이 있는데, 특히 19회 편전 신에서는 저를 몰아내기 위한 세력과 저를 붙들고 버티려는 세력 사이에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뱉으면서 그걸 반대 세력에는 진심이라고 느껴지도록, 그러면서 역에게는 나를 그만 놔달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하나의 대사로 목적이 둘 이상인, 하나의 대사를 하면서 두 사람에게 다른 소리를 내야하는 상황이었죠. 해서 처음엔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절로 나오는 액션이 있더라고요. 저도 몰랐는데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요. 그게 엔딩 컷으로 쓰였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그런 부분이 저의 숙제였던 것 같아요. 뭔가 대본에서는 지문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그런 빈틈을 연기자가 메우는 것이 아닌가, 그런 걸 배워보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그 부분에서도 소녀의 눈물이 아니라 보다 성숙한 여인의 눈물, 슬픔, 뭔가 바닥을 찍고 온 여자의 슬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연기하기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진짜 사나이’를 찍고 온 것처럼 하드트레이닝을 받고 온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촬영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렇게 또 하나씩 연기로 풀어가는 재미가 정말 커서, 그런 부분을 또 새롭게 얻어가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동건과 연우진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동건 오빠는 리딩 때, 원래 뵙던 분과 다른 분이 리딩에 와 계시더라고요. 해서 그냥 한 번에 몰입이 됐어요. 평소에는 정말 매너 있는 분인데 워낙 화를 내는 장면이 많아서, 그런 상의를 감독님과 많이 하시면서 찍으셨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고, 초반에 1,2회를 한, 두 달에 걸쳐 길게 찍다보니까 저와 연우진 오빠는 중간투입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웃음).”

극의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30여년 후의 만남으로 그려졌는데.

“저로서는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는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해피엔딩을 가장한 새드엔딩이 아니었나 싶어요. 좋은 시절 다 지나서 노인으로 만나는데, 38년 동안을 못 보면서 그리워하고 애틋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는 자체가 너무 안타까워서 해피인척 한 새드가 아니었나. 아이들과 잘 사는 것 같은 모습도 실은 그냥 상상이었잖아요. 어쨌든 저는 굉장히 안쓰럽더라고요. 이 사람이 과연 처형대 앞에서 떠올릴 수 있는 추억 중에 마냥 웃고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나? 역이와의 과거를 떠올려도 항상 그 뒤에는 뭔가 비밀이 있거나 누군가 울거나 그런 경우여서 너무 안타까웠죠.”

실존인물로 구성된 허구라고는 하나 스토리에는 기본적으로 개연성을 필요로 하는데, ‘왜?’ 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융이 채경을 그렇게나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역과의 혼인을 허락하면서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는데.

“저도 ‘왜?’ 라는 부분은 더러 있었어요. 말씀처럼 왜 혼인은 시켜놓고(웃음). 어쨌든 저는 채경이로만 보자면, 일단 의구심을 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채경은 한 줄에 불과한 역사적 인물이고 나머지는 작가님의 해석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받아들이고 연기한 편이에요. 만약 이해가 다소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연기로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떤 대사를 할 때 이것이 누구에게 필요한 이야기인가, 그걸 가장 많이 신경 썼고요. 해서 촬영하면서도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이 부분을 채경이가 어떻게 연기를 할지 궁금했는데 이후에 설득됐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기도 했어요. 어쨌든 역사의 인물 단경왕후가 아닌 채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부터 이해하고, 제가 이해한 부분으로 시청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그 다음이니까, 대사 하나하나에 저의 말로서 설득력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대본에도 이것이 거짓말이다 아니다, 그렇게 지문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이 대사가 진짜로 가지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를 계속 보고 또 보고, 심지어 자면서도 대본을 안고 잤을 정도였고요. 3달 정도는 핸드폰도 아예 안 봤어요. 그만큼 책임감이 크기도 했고 제가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어쨌든 기사를 안 보니까 정말 정신건강에는 좋더라고요(웃음).”

그런 의미의 대사들이 극 중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랬어요. 한 번은 융과의 신에서 8페이지짜리 독백을 하는데 그게 실은 거짓말이었죠. 처음 목적은 이 사람을 붙들고 시간을 끄는 거였는데, 말을 하다보니까 이후에는 그 거짓말 중에 진심이 묻어 나와야 해서 이걸 어떻게 연기할까 다들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거의 둘의 인생사를 읊은 장면이었거든요. 이후에 왕에게 ‘같이 죽어요’ 하는 건 정말 센 대사인데, 그냥 우리 같이 여기서 끝내자 하는 그 말이, 나중에는 정말 그냥 나의 말이 되더라고요. 정말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만큼 또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 드라마 '7일의 왕비'로 만난 배우 박민영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은진 tvj@tv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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