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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오연서, 30대 여배우 "당당하게 도전하고 파"

  • 입력 2017.08.07 08:3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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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로 만난 배우 오연서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삼십춘기’를 직격을 맞았다는 말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20대 초, 중반일 때는 서른 되면 좋다는 게 거짓말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스물아홉에는 서른이 된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믿기지 않았고요. 막연하게 삼십대면 뭔가 진로가 확고하게,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지금 어떻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가 이 일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쉽지만은 않구나, 그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른이 되고 또 1년이 지나니까 뭔가 알 수 없는 여유가 생기는 것도 같고요. 배우로서는 서른하나이기 때문에 이십대부터 삼십대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고, 성숙한 여인으로 낼 수 있는 느낌? 그런 섹시한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연기로서도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연기력과 존재감을 동시에 뽐낼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확실히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10년, 20년 전만해도 이십대 후반, 삼십대면 완전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서른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 느낌이 있잖아요. 지금은 서른에 결혼한다고 해도 일찍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됐으니까. 그렇다보니 배우 개인도 20대에서 뭔가 완성된 분위기를 가지기가 힘들어진 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도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고요. 점점 영해지는 게 장점이기는 하지만 특유의 개성이나 분위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들기도 해요.”

예쁜 외모에도 불구하고 고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연기의 맛을 제대로 느낀 캐릭터나 작품이 있었다면.

“음, ‘아직은 이게 연기의 맛이다.’라고 느낀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좀 많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다가 저에게 굉장히 야박한 편이거든요. 주변에서 너무 그러는 거 아니냐고들 하시는데 아직 저 스스로한테는 완벽하게 만족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경우에는 제가 가진 역량보다 더 잘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편집이든 상대 배우의 호연이든, OST든, 예쁜 배경화면이든, 뭔가 그런 것들이 잘 버무려졌을 때 결과도 좋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 정말 내가 이번에 제대로 느꼈어. 이번에 좀 연기의 맛을 안 것 같아.’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낀 작품은 아직 없지 않나. 물론 순간순간의 희열도 있고, 시청자분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같이 울고 웃고 한다는 말씀을 들으면 굉장히 보람을 느끼지만 딱 꼽아서 인생작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직인 느낌? 아직 배우는 입장인 것 같고 아쉬움이 많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그런 느낌을 느껴보고 싶고요.”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을까. 주연배우로 입지를 굳힌 지가 꽤 오래이지 않나.

“연기하는 것이 창피하진 말아야겠다, 그 생각이 가장 커요. 그래서 어떻게든 현장에서 아등바등 열심히 하는 거고, 그래도 제에게 부족한 부분은 감독님께서 채워주실 거라고 믿고 가는 거죠. 해서 촬영 중에는 정말 앞뒤 안 가리고 해요. 가끔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망가졌나 후회를 하지만요(웃음). 그리고 사실 제가 주인공을 한지가 그렇게 되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다만 ‘장보리’ 이후에 출연한 몇 작품이 계속 주연이다 보니까 그렇게들 봐주시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 주연이라는 생각보다 어떤 역할이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우로서 참 잘했다, 좋다는 건 평소엔 아직 잘 못 느끼지만, 가장 감격스러운 건 제가 지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지만 배우는 항상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캐릭터 면에서도 좋은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는 참 운이 좋았기도 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드라마 잘 봤어요, 잘 보고 있어요.’ 하는 인사가 확실히 큰 힘이 되는 것 같고요.”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저는, 커리어 우먼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백수 아니면 일 없는 공주였어서(웃음). 전문직 종사자?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연기하면서는 그냥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대사가 돼야 되는데 메디컬, 법정, 수사물의 경우는 어려운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해야 해서 부담은 좀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 들어온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최근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인데,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

“저는 아직 연하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그동안 상대 배우의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스스로도 많이 의지했고요. 해서 아직까지는 더 배워야 하고 의지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가 의지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주원 씨는 동갑이지만 연기적인 면으로나 인간적인 면으로도 제가 의지해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배우였거든요. 해서 꼭 상대역을 꼽는 게 아니라면 저는 여진구 씨가 멋있더라고요. 전에 영화 ‘화이’도 정말 재밌게 봤고요. 당시에도 배우로서의 힘이 대단해서 되게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에 드라마에서도 연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해서 그냥 한 작품에서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는 정도?”

평소, 인간 오연서를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음.. 새벽? 정말 좋아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때에요. 낮에는 뭔가 행복한 상태로 있다가 밤에 잠 못 이룰 때면 새벽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거든요. 그런 때 뭔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다고 그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금방 리셋되기도 하지만 다음날 비슷한 상태로 일어나서 그걸로 한동안 계속 생각하게 되기도 해요. 술도 안 마시는 편이어서 혼자 생각이 많거든요. 배우로서의 오연서는 어느 정도 규격이 지어지는 것 같은데, 인간 오연서는 과연 무엇일까. 20대에는 마냥 재밌던 오연서, 이제는 30대니 결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요. 또 전반적인 인생은 어떻게? 그런 생각들로 새벽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끝으로, 30대 여배우 오연서의 행보는 어떤 모습이고 싶을까.

“일단은 삼십대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뭔가를 이뤄야한다기보다 그냥 꾸준하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뭐든 당당하게 시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분명 어떨 때는 심하게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싶고,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고 싶고요. 아직 못해본 역할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잖아요. 해서 앞으로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전과는 또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찾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늘 관심가지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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