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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송하윤, 콜센터 비정규직 한숨도 사랑스럽게 품은 그녀

  • 입력 2017.07.26 09:13
  • 기자명 홍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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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홍미경 기자] ‘어이쿠 고객님’

이 대사 한 마디로 송하윤은 전국 콜센터 비정규직들의 한숨을 끌어안았다. 너무 현실적인 아픔을 그녀만의 따스하고 순수한 톤으로 완성했다는 평이다.

최근 종영한 KBS2 ‘쌈 마이웨이’에서 열연을 펼쳤던 송하윤은 극중 드림 홈쇼핑 계약직 전화 상담원으로 분했다. 지난 19일 삼청동 모처에서 열린 ‘쌈 마이웨이’ 종영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조심스럽게 연기했고, 초라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방영 내내 비정규직의 설움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리얼한 터치로 그려내 ‘짠내의 아이콘’이라 불리기도 했다. 백설희가 동네북처럼 당하는 모습,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꿋꿋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심금을 울렸다는 반응이다.

“일단 그 설정(콜센터 상당원)이 대본에 굉장히 잘 나와 있었다. 홈쇼핑 직원들의 대화를 굉장히 유심히 들었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작가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조심스럽게 연기했고, 초라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었다. ‘아이쿠 고객님’이라는 표현은 실제로 콜센터의 매뉴얼이라고 들었다. 현장을 갔는데 정말 모니터에 (붙은 매뉴얼에) ‘아이쿠’가 적혀있었다. 억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극중 백설희에게는 6년 동안 연애한 남자친구 김주만(안재홍 분)이 있었다. 같은 홈쇼핑에 다니지만, 각각 정규직 대리와 비정규직 상담원이라는 신분의 차이(?) 때문 연애사도 순탄치 않았다. 

“설희는 극중 다른 캐릭터와 다른 지점을 향해있다. 진부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오로지 설희는 사랑 하나만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위대하다. 삶에서 사랑이 밑바탕에 깔리면 두려움 없는 것 같다. 어떤 답답함도 진부함도 진심이어서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여자들의 마음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더라. 실제 연애? 최선을 다해서 하는 편이다. 그래서 설희가 굉장히 많이 이해가 됐다”

일도 사랑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백설희로 살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던 송하윤 자신은 어땠을까?

“설희를 연기하면서 설희에게 해주시는 위로나 응원, 우려 섞인 말들이 자기에게 하는 위로라고 느껴지더라. 우리 연기했던 사랑과 이별이 이야기는 누구나 경험하는 이야기다. 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울었다. 설희를 응원했던 것도 사는 동안 서글픔에 올라와 눈물지었던 그때의 각자를 응원하고자 했던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주만과 이별 후 설희는 새 핸드폰도 사고, 네일 관리도 받으며 자신을 찾았다. 흔한 일들 같아 보이지만 흔하지 않도록, 짠하지만 짠하지 않은 설희를 만들어 낸 것은 오롯이 송하윤의 힘이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힘든 것을 힘듦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나 행복하다. 연기를 할 때는 배우지만 작품이 없을 때는 드라이브하며 평범하게 지낸다.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아하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좋아한다. 촬영이 보통 아침 스케줄이 많은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곤 한다. 첫차, 막차를 타고 창밖을 보고, 사람들을 보는 등 그때의 감성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한 번은 첫차를 타고 주변을 봤는데 전부 우리네 엄마 아빠 나이의 분들이더라. 그때 울컥했다. 많은 자식들이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도 못 하고 세상에 뒤처진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세상을 여는 건 엄마 아빠들이었다”

송하윤은 올해로 14년 차가 되는 중견급 연기자다. 그녀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MBC ‘내딸 금사월’에서의 오월이 역을 맡고 부터다. 연속 히트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긴 세월 무명 배우로 살면서 꿋끗하게 버틴 보람을 느낀다.

“오월이 때는 길 지나면 주머니에 뭐가 훅 들어왔었다. 할머니들이 귤이나 떡 같은 것을 넣어주신 것이다. 그 드라마를 할 때는 엄마가 엄청 좋아하셨다. 딸이 연기자인데 주변에서 누구인지 잘 모르니까 주말극을 하니까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보시는 것이다. ‘쌈마이웨이’를 한 후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알아본다. 한 번은 내가 지나가는데 누가 ‘설희야 너 되게 예뻐’라고 하더라.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눈물이 났다. 그 말이 극 중에 나오는 대사인데, 그 말을 해주신 것이다. 또 부산 촬영 가려고 KTX를 타서 잠이 들었는데 누가 편지를 대본에 붙여놓기도 했다. ‘내가 이분들에게 드라마로 더욱 좋은 시간을 선물해드려야겠다’싶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이 있을까 싶다. 짠하고 특별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송하윤은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 매번 작품이 끝나면 극중 캐릭터를 빨리 떠나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서서히 설희에게 물들었던 것처럼 또 서서히 그녀에게서 빠져나오려 한다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도 여전히 설희인지 송하윤인지 서로 서로에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설희를 온전히 떠나보내고 새로운 얼굴로 팬들에게 돌아올 모습을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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