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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김수용, 배우라는 타이틀 "나에겐 여왕의 작위와도 같아"

  • 입력 2017.02.01 14:1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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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난 배우 김수용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김수용의 인스타그램에는 이런 소개가 적혀 있다.

'김수용. Su Yong Kim. 연기하는 사람. 현재 뮤지컬 배우라 불림.'

35년차 배우임에도 그는 스스로를 두고 배우라 칭하는 것을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배우'라는 수식어는 흡사 여왕이 내린 작위와도 같아서 누군가 나를 배우라 불러주어야 진짜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는 그저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칭하기를 고수했다. 무려 35년의 세월을 연기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서 돌아온 말에 '배우'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기자는 배우라는 호칭을 주저하지 않았음이다.

전편에 이은 배우 김수용의 인터뷰, 후속편을 정리해본다.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극중 적이면서 상대역으로 붙는 ‘머큐소’ 역에 박한근, 이용규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두 배우의 매력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한근이는 경험이 많다보니까 극 흐름에 있어서 굉장히 노련하게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 많아요. 한근이랑 저랑 하면서 가끔 합이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서 뭐, 칼을 다른 데로 버려가지고 제가 한근이 팔을 들어서 찔러 죽인다든가(폭소). 며칠 전에는 공연하다가 한근이가 총을 뺐는데 너무 세게 빼는 바람에 총 위에가 부서져 날아간 거예요. 그래서 저걸 어떡하나 했더니 한근이가 그 총을 기어이 찾아가지고 담이한테 줬어요. 근데 위에가 날아갔잖아요, 그러니까 그 윗부분을 가리고 쏘더라고요(웃음). 그런 즉흥적인 때가 있는데 오히려 그게 되게 처절해보였대요. 한근이 팔을 들어서 찔렀던 것도 그게 원래 그런 줄 아셨대요. 그러니까, 한근이는 그런 부분에서도 믿고 갈 수 있는 친구예요. 또 뭔가 머큐쇼를 이루는 집합체랄까 그런 것들을 꽉 채우고 있는 친구예요. 그리고 용규는 완전 날 것, 정말 거침이 없어요. 머큐쇼의 공격성에 있어서는 용규가 더 센 것 같아요. 어떨 때 보면 ‘어우, 진짜 잡아먹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관객 의견 중에, 티볼트와 머큐쇼의 대립을 보여주는 ‘한 쪽이 끝나야 끝나는 싸움’에 대해 언젠가 꼭 제대로 된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는 평이 있었다. 어떤 말인가 했더니 두 배우가 붙었을 때에 성량이 너무 세서 스피커에서 잡음이 같이 들린다고 제대로 된 감상이 어렵다는 말이더다. 어쩌면 그만큼 그 장면이 극중 하이라이트로 꼽히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을 텐데.

“아, 그래요? 저희는 완전 제대로 부르고 있는데(웃음). 어쨌든 책임의식은 가지고 있어요. 저는 공연에 들어갈 때 제가 해야 될 몫이 무언지를 제일 처음에 알아내는 게 버릇 중에 하나거든요.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에 저희가 양념을 쳐줘야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1막에 힘을 주는 장면이 많잖아요. 그래서 초반에 저희가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면 호흡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책임의식을,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들 가지고 있는 거죠. 해서 저나 종구나 한근이나 용규나, 노래로는 솔로 하나와 둘이 같이 하는 딱 두 곡이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우리가 흐름을 놓치지 않게 잡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그 신을 연기하고 있어요. 해서 노래는 단 두 곡이지만 사실 저는 정말 미친 듯이, 죽어라 부르고 있습니다(웃음).”

자신에게 ‘강철 성대’라는 평이 억울하기도 하다고.

“배우라고 하면 무대 위에서 아파도 아픈 티를 안 내야 되잖아요. 제 몸 상태가 안 좋아도 공연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 불가항력이 아닌 이상 애를 쓰는데, 저는 몸이 안 좋으면 약을 먹기도 하고 주사를 맞고 오기도 하고, 정말 처절하게 관리를 해요(웃음). 정말 몸이 안 좋다싶으면 대기실에서는 한 마디도 안 하다가 무대에서 다 해버리거든요. 어떻게든 공연은 해야 하고 누가 되지 말아야 하니까. 근데 보시는 분들은 가끔 ‘아프다면서 다 한다, 정말 아픈 거 맞느냐.’ 그런 말씀을 하세요(웃음). 이게 비꼬는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칭찬이라는 걸 아는데도 속으로는 ‘나는 강철 성대가 아니라고! 진짜 관리라는 걸 하는 거라고!’ 그러죠(웃음).”

얘기를 듣다보니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면 저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이것 빼고는 정말 허당이에요. 진짜 허당의 끝판이거든요. 오죽하면 저는 그날 공연하면 그 다음 스케줄이 언젠지 보고 가요(웃음). 하여튼 저희 어머니가 참 어이없어 하세요.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진짜 치밀하게 하는데 그 외에는 세월아~네월아~ 하고요. 근데 연기는 이제는 뭐 제 인생이 됐잖아요. 그리고 또 하면 할수록 재밌는 거예요. 연기하면서 많이 깨져보기도 하고 정말 바닥까지 내려가 보기도 하고 어떤 성과를 누리면서 기뻐한 적도 있었고. 그렇다보니까 더 소중해지는 거죠. 그리고 제가 뭔가를 해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거고요. 책임을 지지 못할 바에는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거는 기만하는 거라고, 저 스스로한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요.”

마흔을 넘긴 나이임에도 어떻게 보면 요즘 트렌드의 노래, 젊은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유지 비결이 있을까.

“저는 일단, 항상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요. 따뜻한 물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 채우면서 늘 성대가 마르지 않도록 노력하고요. 기본적으로 제가 아직 철이 없는 것도 좀 있고요(웃음).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서 연기도 유행이 있다고, 해서 트렌드에 뒤떨어지면 안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부터는 음악을 많이 못 듣다가 그 말씀을 들은 뒤에 한 십년 만에 대중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어요.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보다 트렌드를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음악 말고도 방송이나 드라마도 많이는 못 보지만 가리지 않고 보려고 해요. 일단 ‘무한도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고요(웃음). 그리고 가끔 다른 공연을 보면 아, 저런 식으로 연기들을 하는구나, 그런 면을 많이 보기도 하죠. 그리고 집에서는 뭐 게임도 하고, 평소에 그냥 그렇게 지내요. 후배들하고도 그냥 편하고요. 선배라고 뭘 어떻게 할 성격도 일단 못 되고, 그냥 재밌어요. 후배들이 잘 대해주면 ‘고맙다 얘들아. 너희들이 어른 공경을 해주는구나. 너희들의 마음이 참 밝고 맑아. 너희들 진짜 착해.’ 막 그러고요(웃음).”

규모의 크고 작음이나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서고 있기도 한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

“주인공을 하면 당연히 좋죠, 좋아요. 하지만 주연이든 조연이든 무대 위에 올라가서 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행복하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생각했을 때, 그 역할로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렇다면 그들을 봐서라도 제가 못하면 안돼요. 그들이 보기에 ‘아 뭐야, 별 것도 아니네.’ 이렇게 되면 무조건 제가 잘못한 거예요. 적어도 ‘아, 그래. 저렇게 하니까 쓸 만하네.’ 이정도 얘기만 들어도 저는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에게서 ‘믿보배’라는 평을 듣는 대에는 어떤 생각을 할까.

“‘믿보배’라는 말은 정말 감사하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코멘트 중에 하나가, 아무리 이해가 안 되는 작품이나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는 캐릭터여도 김수용이 하면 이해가 된다는 말씀이 있었어요. 그 말씀이 진짜 저에게는 가장 큰 자랑이면서 훈장처럼 기억하고 있는 말인데 그래서 더 잊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 연기를 해나가면서 그런 말씀을 계속 들을 수 있게 해야겠다는 다짐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한 시간, 두 시간 무대에 서있는 동안에 뭔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진짜 행복한 일이 아닌가. 해서 앞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이를 더 먹더라도 그 나이에 걸맞게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간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음, 관객분들이 많이 회자해주시는 것 중에 하나가 ‘햄릿’인데요. 이건 제 자랑이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웃음). 제가 가슴 속에 안고 사는 말이기 때문에. 뭐냐면, ‘연극 ‘햄릿’에 유인촌이 있다면 뮤지컬 ‘햄릿’에는 김수용이 있다‘는 말씀이었어요. 지금도 뭔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햄릿‘이고요. 근데 올해 라인업에서 빠졌더라고요. 있다가 빠졌어요(한숨 푹). 그래서 어떻게 전화를 좀 해볼까(웃음).”

참 오래 연기활동을 해왔는데 자신의 연기에서 ‘이것 하나만은 꼭 가지고 간다.’하는 소신이 있다면 무엇일까.

“저는요, 음.. 자웅동체? 그니까,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인물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해요. 해서 결국엔 ‘왜’에 대한 해답? 이 인물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해서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그게 저한테는 제일 큰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뮤지컬 하면서 1/3정도는 ‘이 역할을 김수용이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헌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좀 반골기질이 있어서 그런 걸 뒤엎는 걸 좋아해요(웃음). 물론 완벽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걱정했는데 되네?’라는 얘기라도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어떤 캐랙터든 간에 도전해보고 싶고요.”

그렇다면 혹시, 그렇게 해도 해도 어렵더라, 가시같이 걸리는 캐릭터도 있을까.

“근데 저는, 정말 단 한 번도 쉽게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납득이 안 되면 안 되니까. 아, 어렵다기보다 ‘인터뷰’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있어요. 인격이 변하는 과정에서 제가 풀지 못한 숙제. 초연 때와 앵콜 때 분명히 달리하였지만, 더 뭔가 인간의 정말 감정의 본질적인 부분을 더 건드리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좀 아쉬워요. 초연 때는 시간이 없다보니까 손을 많이 썼어요. 움직임으로 많이 표현했다면 앵콜 때는 조금 다르게 간 게, 손의 움직임을 많이 줄이고 표정과 소리로 많은 걸 해결했어요. 그 다른 인격들의 감정들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서. 해서 다른 친구들과 아마 좀 달랐을 거예요. 연습을 같이 못해서 그 부분에서 공유를 못했어요. 최종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신체적인 도움을 최대한 적게 받으면서 각자의 인격들의 더 진실한 내면으로 그 사람들을 표현해보고 싶은 것, 그게 지금 제일 떠오르네요.”

뮤지컬 배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스스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저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통틀어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배우라고 생각하고요. 기본적으로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이고요. 그럼에도 저한테 있어서 배우라는 말은 제 스스로 감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이에요. 왜냐면 저희는 늘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저를 본 사람들이 저를 배우라고 인정해줘야 저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연기라는 결과물을 보여줬을 때 ‘아, 저 사람 연기 잘한다. 와 저 사람 진짜 배우야’ 이렇게 얘길 해줘야 배우가 되는 것이지 사람들에게서 반응도 안 오고 호응도 없는데 ‘나는 배우입니다! 어, 나는 이런 배우예요.’ 그런 거는 망발밖에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해서 저는 제 직업군을 얘기할 때만 배우라고 얘기하고, 뭐하시냐고 물어오면 ‘아, 저 연기해요’라고 하지 ‘저 배우예요’ 그렇게 얘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그건 저에게는 뭔가 여왕이 내려주는 작위 같은 느낌이에요. 사실 그렇잖아요, 야구선수 누구라고 치면 ‘저 어느 팀의 누구입니다.’라고 하지, ‘제가 연봉이 얼마에 올해 홈런을 몇 개 친 최고의 홈런타자 누구입니다.’ 그렇게 얘기하지 않잖아요(웃음). 해서 뮤지컬 배우가 무엇이냐고 하신다면 저는 그냥 배우고,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해서 항상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그 연기 안에는 뮤지컬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 포괄되는 게 연기자의 연기라고 생각하고요”

끝으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가만히 보면 저는 주로 문제작 겸 화제작들만 만나는 것 같아요(웃음). 뭔가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길 수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최근에 제가 했던 게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인터뷰, ‘페스트’. 그것이 좋은 이야기든 아니든, 정말 사람들의 이야기의 상위권을 차지하는(웃음), 그런 작품들만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세 작품의 공통점이 뭐냐면, 쉬이 볼 수 없는 작품이라는 거죠. 특히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떤 모든 뮤지컬 요소의 향연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극장이 아닌 중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스탭들부터 배우들까지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큐와, 이렇게 많은 음악과, 이렇게 많은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다 느낄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 작품은 마블영화처럼 즐길 수 있다. 정말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김수로프로젝트 20탄,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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