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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고은성, 솔직하거나 도발적이거나

  • 입력 2016.12.28 18:4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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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고은성의 인터뷰 1편에 이어.

흔히 무대에 서는 사람들에게는 실력 외에 ‘3끼’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 인즉 ‘똘끼’, ‘섹끼(색기)’, ‘광기’를 말하는데, 간만에 그에 딱 들어맞는 패기 넘치는 젊은 배우를 만났다. 김수로 프로젝트 20탄,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 중인 배우 고은성이다.

“Musica라는 빵을 우리라는 소스에 찍었을 때 이 빵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겠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 ‘팬텀싱어’에서 권서경과의 듀엣 무대에 앞서 고은성이 했던 말이다. 방송을 시청할 당시에는 ‘이것은 또 새로운 류의 허세인가’ 피식 웃음이 났지만 실제 그를 만나고야 알았다. 그것이 그의 평소 화법이더라.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에도 그다지 거침이 없다. 연예부 기자로 꽤 오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로서 자신의 화법이 혹여 주변의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둘둘 돌려서 말하는 불편함보다 대놓고 말하고 돌아오는 불편함이 덜하다.”고 한다. 오늘의 이야기가 온전히 기사로 나가도 좋겠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알아서 걸러주시잖아요.”라며 너스레까지 보탠다. 데뷔 6년 차로 이제 막 신인 티를 벗은 배우가 처음 만난 고참 기자에게 초 당당, 자신만만하니 ‘똘끼’ 하나는 제대로다. 여기서 말하는 ‘똘끼’를 버릇이 없다거나 ‘돌아이 끼’라는 따위의 1차원적 단순의미로 해석하는 이가 있을까마는 최근 대세는 뭐니 뭐니 해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예의바름’이 아니던가. 대화 도중 문득 혈액형이 B형이냐고 묻자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답하더니 “저 AB형이에요.”란다. 순간 기자는 박장대소가 터졌다. 물건은 물건이다.

‘팬텀싱어’에서의 고은성에게는 가만히 서서 부르는 노래에도 에티튜드 자체로 ‘섹끼’가 보인다. 인터뷰 사진을 찍는 사이에도 뷰파인더에는 그의 ‘섹끼’가 가득하다. 다양한 포즈가 있는 것도 아닌데 표정이나 눈빛의 작은 변화만으로 이미 충분했다. 그를 두고 자신은 모델이 아니어서 포즈가 어렵다며 쑥스러워하더라. ‘광기’라면 딱히 설명을 더할 것이 있을까. 무대에서의 그를 보면 알 일이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온갖 부연 설명을 더했다. 자신의 생각이 이렇다하는 것을 끝까지 이해시키려는 노력인데,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요령이 없다고 해야 할지, 기사로 전하기에는 모호한 지경까지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만다. 헌데 그럼에도, 그에겐 절대 단답형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하지 말아야겠더라. 보는 이들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되어버리는 마술(?)이랄까.

본편에서는 지난 21일, 26일 이틀에 걸친 그의 이야기로, ‘뮤지컬 배우’ 고은성에 대한, 더불어 ‘팬텀싱어’와 관련한 이야기까지를 풀어본다.

현재 JTBC ‘팬텀싱어’에 출연중이기도 한데, 방송의 위력이 실감이 되던가.

“방송의 위력이라면, 밥을 먹으러 가면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어딜 가도, 당연히 저를 알아보실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해요. 보통 뮤지컬 배우들은 아무리 유명해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니까. 근데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방송 잘 봤어요.’ 그러셔서 깜짝 놀랐죠. 약국에서도 약사분이 자꾸 쳐다보셔서 왜 그러나 했더니 오셔서 ‘합격했어요?’ 그러시더라고요. ‘아, 예. 감사합니다.’ 했는데 피로회복제를 하나 더 주시더라고요. 카페에 가서도 알아보셔서 깜짝 놀랐고, 아무래도 그런 데서 좀 느끼죠.”

본인의 목소리를 두고 드라이하다는 평이 있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뮤지컬 배우로서는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아직은 젊은 성대가 힘을 버텨주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든다.

“음, 제 목소리가 진짜 드라이한가요? 저는 기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사실 그런 부분이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래는 여러 가지 노래를 많이 불러봤어요. 실용음악에 다니면서 뮤지컬 공부를 했었고 뮤지컬도 이것저것 다 봤고요. 음악도 이것저것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락이 좋아서 오아시스나 본조비도 좋아했고 그런 노래를 많이 부르다가, 어느 순간 목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보이스와 색깔을 찾으려고 했죠.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파워 있는 소리를 필요로 하고 또 오페라 같은 소리도 필요해서 여러 가지 짬뽕이 된 건 맞아요.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지금의 소리가 가장 편하고 뮤지컬에 적합하면서 나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요. 체력관리도 체력관리지만 체력이 있어야 목상태도 좋게 유지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어하는 배우들이 베네딕트 컴배비치, 마이클 페스벤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서, 지금도 계속 찾아가고 있어요. 아직 어리니까 뭔가 확실히 성립이 되어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계속 찾아가야죠.”

사실 고은성의 발성은 본인의 말대로 짬뽕 스타일이기는 하나 스트레이트 락 발성에 오페라 발성을 동시에 구사하는 경우여서 뮤지컬 배우로는 최상의 조건이기도 하다. 성악 전공자 출신의 배우들은 안정된 넘버 소화력은 단연 으뜸이지만 대사와 노래의 톤에 어쩔 수 없는 다소의 갭이 발생하는데 캐릭터가 달라진다 해서 여기에 쉽게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또한 뮤지컬의 넘버라는 것은 결국 멜로디에 얹은 대사라 할 수 있는데 자칫 이 대사가 대사를 넘어 ‘좋은 노래’, ‘훌륭한 실력’만으로 잔상이 남는 경우도 많다.

고은성이 ‘팬텀싱어’ 첫 경연에서 불렀던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구와르의 ‘대성당들의 시대’는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넘버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이는 브루노 펠티에가 불렀기에 가능했을 게다. 풍성하면서도 짱짱한 성량을 자랑한 그의 노래는 흡사 락 발라드에 드라마를 입힌 느낌이 강하다. 뮤지컬 넘버로서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배우의 말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쭉 뻗어 나가는 고음의 감흥은 오페라 발성에서의 그것과는 또 다른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작품이나 캐릭터마다 여러 다른 창법을 구사하고 있나.

“그렇죠. 작품마다 해석에 따라 곡 창법이 많이 달라져요. 특히 ‘인터뷰’에서는 인격이 다섯 번이 변하니까 변화된 인격의 차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고, 작품마다에도 노래 스타일은 변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나의 색깔, 이 노래에는 어떤 식으로 불러야 캐릭터에 부합할지 그런 걸 중점적으로 생각하고요. 그리고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는 그렇게 하지만 또 ‘팬텀싱어’에서는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고은성으로 하다보니까 제 본래의 색을 좀 더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가수는 각자 특유의 색깔이라는 게 있어서 오히려 중창에서는 그 색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텀싱어’ PD님이나 심사위원님들 말씀도 여기는 성가대를 뽑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다 드러내면서 노래하는 게 4중창이 아니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팬텀싱어’에서 선보인 무대 중,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를 꼽아본다면.

“저는 ‘Musica’라는 곡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잘 맞는 노래였던 것 같고. 이쪽도 공연이랑 겹쳐서 연습시간이 얼마 없었는데 이 곡은 권서경 형과 운명적인 어떤 휩쓸림으로 순식간에 3일 만에 만들어진 음악이에요. 요새도 비는 틈이 있으면 형이랑 매일 만나는데 형이랑은 그냥 잘 맞아요. 오늘도 이따가 형 만나러 갈 거예요(웃음).”

권서경과는 브로맨스로 화제이기도 한데, 남자들끼리 만나서 주로 뭘 하나.

“형이랑 만나면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음악 얘기밖에 안 해요. 그러다 오늘 뭐 먹을까, 같이 밥 먹고 연습하고 삶에 대한 얘기도 하고 다 그런 것들뿐이에요. 가끔 사진을 올리면 ‘럽스타그램’이라고들 하시는데 뭐 별건 없고요, 그냥 진-한 우정인 걸로(웃음). ”

‘팬텀싱어’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 심사위원의 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을까.

“아무래도 윤상 선생님 말씀이었죠. 첫 무대 때 굉장히 떨었거든요. 그때 윤상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게 지금까지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윤상 심사위원은 본인을 두고 ‘앞으로 고은성의 파트너를 찾겠다.’, ‘결혼하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들으며 어떤 생각이 들던가.

“근데 윤상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말씀을 해주신 적이 많은데, 아무래도 첫 회 때 제가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가 그런 말씀을 듣다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웃음). 다른 분들한테도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그런 말에 크게 의미를 두진 않고 있어요. 아마 앞으로도 제가 잘 했을 때는 칭찬을 해주시겠지만 잘못하면 또 그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겠죠. 해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출연진들 중 다수가 최종 4인의 후보로 본인을 지목하고 있던데, 스스로는 라이벌이라고 느끼는 참가자가 있나.

“딱히 누구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가는 건 없는 건 같아요. ‘팬텀싱어’는 한 명의 우승자를 뽑는 게 아니고 중창 팀을 만드는 거고, 만약에 떨어져도 노래를 못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중창에 어울리지 않아서 떨어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라이벌이라 하면 다 같이 경주를 하는 느낌인데 ‘팬텀싱어’는 경주의 느낌이 아니라 뭔가 각자의 다른 꽃이 심어진 화분들을 가지고 어떤 화분을 조합했을 때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되느냐, 그런 걸 고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뭔가, 들꽃이라고 보면 개나리가 들국화를 질투하진 않잖아요. 각자가 그냥 다른 종자이지 않나 생각해요. 다만 앞으로 사람들은 더 완벽한 걸 원할 텐데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한 것만 보여줄 수는 없어요. 저희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단지 모든 일들이 그 순간에 있기 때문에, 평가도 순간이고, 네 사람이 만나서 매일 밥도 먹고 연습도 하는 것이 그런 순간이 모여서 결국 삶이 되는 거니까 웬만하면 모든 것들이 순조롭고 아름다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원래 매사에 즐거운 편이거든요(웃음). 그리고 매번 좋은 밴드들과 무대에 서고 있잖아요.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밴드들과 합주를 하는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뮤지컬 이야기로 돌아와서. 2011년과 2016년 사이, 배우 고은성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딱히 뭐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덤비는 건 마찬가진데 그때는 무서운 걸 모르고 무데뽀(막무가내)로 덤볐던 것 같고, 조금 달라졌다면 지금도 덤비는 건 마찬가지지만 무서운 걸 알면서 덤빈다는 거죠.”

‘무서운 것’이라는 표현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가.

“보통은 사람들의 시선, 혹은 배우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생각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에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 것들보다는 배우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죠.”

대학로가 주 무대인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면 일명 ‘퇴근길’이라는 팬들과의 만남이 잦은데, 본인도 그런 시간을 갖기도 하나.

“자주는 못하는데 가끔 해요. 퇴근하다가 기다리시는 팬들이랑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리고 하는데 스케줄에 맞춰서 할 수 있는 날은 하고 안 되면 못 하기도 하고요. 근데 그런 부분은 배우니까 공연이 주가 되는 거지 퇴근길이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만약 퇴근길 때문에 공연을 보러오는 분이 있다면 저는 그 분은 공연에 안 오셔도 좋다고 생각해요.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공연에 더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저는 배우로서 무조건 공연을 잘하자는 주의예요. 그래서 저는 퇴근길도 좀 짧은 편이에요.”

그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매우 단호했다. 이미지 관리가 절실한 스타보다는 무대에서 멋진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 속내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제 막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터임에도 실력으로 말하겠다는 도발적인 자신감. 그것이 2016년의 고은성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말인 듯하다.

자칫 팬들이 서운할 수도 있겠다. 화법이 굉장히 직설적인데 평소 그로인한 불편함이나 오해를 사진 않나.

“저는, 오히려 둘둘 돌려 말해서 얻는 불편함 보다 일단 대놓고 말하고 돌아오는 불편함이 좀 덜하더라고요. 일단 제 속은 속편하니까. 그래도 이러저러 상황을 보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말을 가리기는 하는데 원래가 좀 직설적인 것 같기는 해요. 평소 원래 성격이 그렇기도 한데 그렇다고 뭔가 해를 끼치지는 않아요(웃음). 아직은 유교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 문화에서의 리스크라면 좀 건방져 보인다는 거? 스스로 알고 있기도 한데 그렇다고 그런 부분을 의식을 해서 억지로 가식을 떨고 싶진 않거든요. 일부러 예의를 갖추면서 해도 어차피 저를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더라고요(웃음). 굳이 그렇게 살진 말자.”

그렇다면 평소 팬들과의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나.

“팬 분들이 만든 팬카페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에 올려주신 글을 보기도 하고 인사말을 남기기도 하고, 제 SNS에도 올린 글을 보기도 하죠.”

방송의 여파로 미디어에서의 러브콜이 있을 듯한데, 뮤지컬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에 딱히 이유가 있나.

“그냥 현재로는 그래요. 요새는 노래에 미쳐있어서, 일단 공연이 너무 즐거워요. 그동안 드라마 쪽에서 연락이 안온 건 아닌데 앞으로 뭐, 들어올 수도 있겠죠. 저와 맞는 거면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뚜렷하게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어서 지금은 주어진 걸 잘 하자는 생각이에요.”

SNS를 보니 기타 연주에 노래 연습을 담은 영상도 있던데 평소 악기를 자주 다루나.

“악기는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웠고, 엄마가 가르쳐주셔서 바이올린을 했는데 바이올린은 지금은 다 까먹었어요. 그리고 기타는 고등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배운 건데 한동안 안 쳤다가 뮤지컬 ‘그리스’를 하면서 이상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다시 치게 됐고, 그 친구랑 2-3년 같이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서 저희끼리 콘서트도 하고 그랬어요. 화제는 안 됐지만 항상 주변 어디선가 노래를 하고 있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이 ‘팬텀싱어’에 나오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웃음). 사실 저에게는 그래서 ‘팬텀싱어’가 좀 수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상이랑 둘이 이런저런 공연을 하면서 되게 재밌었고 즐기면서 했었거든요. 그 때도 외국 노래들 많이 했었고요.”

SNS에 애완견과의 사진도 많더라. 이름도 ‘고대니’라고 지어준 모양인데.

“뮤지컬 ‘그리스’ 할 때 분양 받은 강아지인데 원래는 신바로 할까 하다가 고대니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얘를 딱 보고 운명적으로 좋아하게 됐죠. 평소에 길을 가다가 다른 강아지들을 봐도 그냥 못 지나가는 편이에요. 원래 강아지를 엄청 좋아해요.”

셔츠에 캐주얼 슈트, 뮤지컬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공통 스타일이더라. 그러다 인터뷰가 끝나면 변신이라도 하듯 자죽재킷을 입고 퇴근하던데, 공식적인 스케줄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딱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 그래요? 저는 그게 그냥 평소 스타일이에요. 평소에 그러고 다니고 원래 좀 캐주얼 정장하고 셔츠를 좋아해서 옷장을 열면 주로 그런 옷들이 많아요. 헤어도 그냥 그때그때 저한테 편한 스타일을 하고요. 그래도 어떤 노래를 할 때 필요하다면 변신할 마음도 있어요. 뭔가 하나를 고수하는 편은 아니에요. 꼭 해야 하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것에는 완전 그것에만 빠지는 스타일인데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웃음).”

방송 이후 아무래도 전과는 달라진 입지를 가질 텐데, 배우로서 앞으로의 행보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저는 그냥 지금처럼 하던 대로, 배우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가진 느낌을 진실 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가 많이 변할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저는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면서 항상 괴상하고 독특한 아이였거든요. 이상한 음악을 많이 듣는? 뮤지컬 음악도 많이 알지만 다른 언어로 노래하는 애? 분장실 안에서도 항상 다른 음악들을 듣고 노래하고 있으니까 동료들도 제가 불어나 독일어로 노래하면 가끔 웃어요, 진짜 있는 말이냐고(웃음). 근데 어쨌든 방송이 나가고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그런 것에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분들이 생기니까 비주류 음악 쪽으로도 조금 더 인정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서 방송을 통해서 그런 음악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그것으로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 분들이 또 그런 음악을 좋아하면서 뮤지컬을 보러오셨다가 뮤지컬 팬이 되실 수도 있는 거고, 반대로 뮤지컬 팬들이 그런 음악을 좋아하게 되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잘하고 싶어요.”

만약 ‘펜텀싱어’ 프로젝트 팀에 최종 합류한다면 팀 활동도 병행할 생각인가.

“그럼요. 뮤지컬도 하면서 팀 활동도 열심히 해야죠.”

마지막으로, 배우 고은성에게 팬이란 어떤 의미인가.

문제적 질문이 나왔다. 그는 이 질문에 ‘고은성에게 팬이란 풍선의 바람과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잠시 생각해보자, 독자들은 이 대답에서 무엇을 느낄까.

기자는 이 부분에서 하루를 꼬박 고민했다. 과연 그의 이 짧은 답변을 기사로 승인해도 좋을까. 결국 기자는 다시 그에게 전화를 연결해 같은 질문을 재차 물었다. 그는 오히려 초 당당 멋진 말이 아니었느냐며 갸우뚱하더라.

그의 말의 진위는 이러했다. “풍선의 바람과 같은 존재라는 것은, 왜 바람 빠진 풍선 같다는 말이 있잖아요. 바람, 그러니까 공기가 있어야 풍선이 제 모양을 갖추고 바람에 힘을 실어서 하늘로 더 높이 날아갈 수 있듯이 저에게 팬이란 그런 의미가 아닐까, 저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하지만 꼭 필요하면서도 과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풍선이 너무 하늘 높이 올라가면 터져버리듯이 풍선이 풍선으로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으려면 적당한 위치에서 천장이 필요하겠죠. 그런 천장은 또 제가 잘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한 줄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던 거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원래 좀 표현이 천재적이긴 해요, 하하하..” 

한편, 배우 고은성이 돌연변이 로미오로 변신한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17년 3월 5일(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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