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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보검, 나를 흔드는 것? "글쎄요.."

  • 입력 2016.03.08 08:3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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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박보검의 인터뷰, 전 회에 걸친 후속편을 정리해본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 한 박보검은 이후 영화 '명량', ‘차이나타운’, 드라마 '참 좋은 시절', '내일도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응답하라 1988‘ 등에 출연하며 2016년 최고의 대세남에 등극했다. 현재 KBS ’뮤직뱅크‘에서는 MC로 활약하며 상큼한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tvN ’꽃보다 청춘‘에서는 보다 진솔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차기작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왕세자 역으로 첫 사극에 도전할 예정.

특히 천재 바둑기사 ‘최택’으로 분한 ‘응답하라 1988’이 희대의 성공을 거두자 드라마 메이킹 영상,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덩달아 화제에 오르면서 그의 바른 인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간의 인터뷰나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인증’ 멘트들이 재조명되면서 그는 현재 ‘착한, 예의 바른’ 청년의 대표 인물로 각광받고 있다.

기자는 그의 ‘착함’의 바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터뷰 스틸 사진까지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의 오묘한 표정은 기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훈훈한 외모와 상큼 발랄함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진짜 얼굴은 이미 소년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나이 스물 넷. 학교 또래들 사이에서는 실로 하늘같은 선배님이시지 않나.

청년 박보검을 이루는 그 무엇, 인터뷰 전회에 이어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자는 박보검에게 “박보검은 착한 사람인가, 좋은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착한 사람’은 1인칭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사람’에는 다분히 2인칭, 3인칭의 의미를 내포한다. 스스로는 법 없이도 살만한 착한 사람으로 살 수 있지만 ‘그 친구 사람이 참 좋더라.’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그 어떤 선한 영향이 상대적인 작용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해도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치거나 융통성이 없다면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란 결국 그를 평가하는 ‘누군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해서 착하기만한 사람은 “사람은 참 착한데 맹해, 속 터져” 소리를 듣기도 십상이다.

기자는 다시 물었다. 착하다는 것이 혹시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보검은 이 질문에 눈이 동그래졌다. “어, 글쎄요? 그건 좋은 사람일까요..? 흠......”이라고 운을 떼놓고 한참을 생각한다. 그러더니 “부담..? 왜요?”라고 되묻는다. 그의 질문은 실로 진심이어서 기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는 잠시나마 때 아닌 난상토론을 불러왔다. 그는 선의 파장은 오로지 선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했다. 기자는 질문의 취지를 연신 설명해야 했고, 박보검은 어떻게든 그를 이해하려 했다.

“그 사람이 정말 착한 사람이면 정말로 좋은 사람일 수 있을 거고, 그 사람이 뭔가 착한 이미지를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좋은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요? 근데 저는 저로 인해서 사람들이 뭔가 좋은 영향을 받고 좋은 기운을 받았다면 그걸로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거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당연히 모든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알고,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그런 능력과 그런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무조건 내가 옳아, 내가 착하니까 내 말이 다 맞는 거야,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가 평소 “감사하다”는 말을 되새김질처럼 연발하는 것은 흡사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분히 훈련으로 다듬어진 결과물 같은 말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 정말로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빨리 깨닫게 됐고, 부모님께서도 늘 정직하고 분명하면 떳떳하고 당당하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을 때 더욱더 겸손하라는 말씀도 해주시고, 해서 그런 말씀을 항상 염두고 두고 명심해서 생활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저의 의지나 믿음, 그런 것이 흔들리더라도 중심은 잘 잡혀있는 것 같아서 그게 참 감사한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회사 식구들도 무조건 내 아들, 내 동생이라고 칭찬해주시는 게 아니라 못한 게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씀해주시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셔서 그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그게 되게 복 받은 것 같아요.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혹시나 거만해질 수도 있었을 거고 태도나 말투나 행동들이 전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구나, 좋은 회사 식구들과 가족들의 영향을 참 잘 받았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얼핏 다른 인터뷰들에서도 들어봄직한 말들이지만 기자는 이쯤에서 그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은 저마다 특유의 인격의 나무를 가지고 산다.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주고 때마다 돋아나는 잡풀도 제거해주어야 곧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데, 아무리 정성을 다한다 한들 하나의 몸통만으로 자라는 나무는 없다. 성장기를 거치고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잔가지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잔가지를 모두 쳐내야 할까? 아니다. 적당히 쳐내고 남은 그 가지들로 인해 나무는 더 크고 높고 넓은 하늘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융통성이다.

박보검은 이 가지들을 넓게 펴는 대신 하나라도 떨어질 새라 차곡차곡 안으로 웅크려 놓은 듯했다. 멀리서 보기엔 그저 덩그런 기둥 같은 모양새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가지들이 나무 주위를 휘감고 있을 광경.. ‘착하다’, ‘예의 바르다’로 대표되는 몸통이 너무 커 그것을 바로 알아 채지 못할 뿐일지도..

아직 자신을 설명하는 말들이 수려하진 않지만 예습된 답변으로 치부하기에도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이에 기자는 다른 질문을 하나 추가했다. 박보검을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박보검은 이 질문에도 잠시 생각했다. “음.....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흔들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또 한참을 생각한다. “흔들림...? 흔들림이라...” 고개까지 갸웃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에 기자는 정체 모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각까지도 초 긍정적이란 말인가, 분명 살면서 크고 작은 흔들림을 만났을 터인데 그렇다고 그는 그 무엇들로 자신이 흔들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와.. 뭐 이런 생명체가 다 있지?” 기자의 한 마디에 그는 얼쯤한 미소를 띠며 멀뚱멀뚱 눈만 껌벅인다.

기자는 박보검에게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언급되었던 부분들을 일례로 꼽아봤다. 그러자 박보검은 차라리 이건 대답이 편하다는 듯 “그건 제가 아닌 거니까 흔들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라며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저를 그렇게 크게 흔들거나, 힘들게 하거나,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거? 고민을 하게 했던 것들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작품을 했을 때, 역할에 있어서 영화의 분위기는 다 어두운데 저 혼자 한줄기 빛 같이 하니까, 아.. 자칫 잘못하면 뭔가 튀고, 또 잘 묻힌다 싶으면 너무 묻혀버리고, 그것을 조절하는 게 조금 힘들었고. 연기를 하면서 아..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그때 연기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힘들다기보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니 샤방샤방한 그의 모습에서 어째 애늙은이 같은 느낌도 든다.

기자가 이 기사를 한참 마무할 때, 또 다른 일로 박보검이 검색어에서 하루 종일을 머물렀다. 여느 때 같으면 젊은 친구가 또 이러저러 심란하겠구나 생각했겠지만 그 와의 인터뷰 이후에서였을까 기자 역시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을 피해 기사 발행을 며칠 미뤄주는 것으로 그를 응원하기로 했다. 시끌시끌하던 당일을 지나 이튿날 소속사 한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 박보검은 당시 CF 촬영 중이었단다. 종일 시끄러웠을 텐데 괜찮더냐고 묻자 관계자는 “보검 씨야 뭐, 늘 그냥 열심히 잘 하죠”라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24살 청년이 스스로 주변을 안심시키는 힘을 발휘하니 그저 대견하다 할 수밖에.

그런 박보검에게 배우란 무엇일까.

“배우는 정말 말 그대로 배우는 직업인 것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하면서 배우는 것도 정말 많고 ‘응답하라’를 하면서는 바둑을 배웠고, 선배님들과 호흡하면서는 연기적인 면이나 삶의 지혜를 많이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말 감사했고 저는 그냥 제 연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으시면 좋겠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자 그런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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