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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보검, "'응팔'은 나에게 축복..영광이었다 생각해"

  • 입력 2016.02.27 17:5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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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바둑기사 ‘최택’으로 분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24살 청춘, 배우 박보검을 만났다.

박보검은 현재 최고의 대세남이다. 드라마의 흥행에 힘입어 tvN 대표 예능 ‘꽃보다 OO’ 시리즈 속 청춘들의 배낭 여행기 ‘꽃보다 청춘’에까지 등장하면서 드라마와는 또 다른 ‘청춘’ 박보검의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더욱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또한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수한 인성을 겸비한 덕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히 국민적인 사랑을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23일 저녁,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검은 그간 방송에서 드러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 취재가 종일 이어진 탓에 정시를 넘겨 도착한 기자는 실로 간단한 악수로 인사를 대신하고 사진을 찍음과 동시에 질문을 시작했다. 박보검은 처음 맞는 경험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런저런 포즈를 참 열심히 취한다. 대답하랴 표정 잡으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무거운 원목 테이블을 직접 치워주는 정도의 매너는 거의 자동반사 수준이다. 숨고르기처럼 간간히 터지는 그의 웃음에서는 천진난만함이 묻어나건만 렌즈에 포착된 그의 표정들은 실로 예사롭지 않았다.

기자는 평소 그의 무표정의 근원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의 나이 이제 만 22세. 그는 대체 어떻게 그런 표정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무표정은 단순한 무념(無念)이 아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에도 저마다 특유의 표정을 가지는데 그 마저도 순식간에 툭 떨어뜨린 느낌. 그 감정의 실체를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무표정을 만든다는 것은 부러도 결코 쉽지 않다. 헌데, 평소 빙구웃음에 ‘감사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24살 순수청년에게서 이 같은 모습이 발견되니 실로 놀랄 노자다. 특히 박보검의 무표정은 어딘지 처연한 눈빛부터 꾹 다문 입술까지 매우 오묘한 분위기를 내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그의 입을 통해 한 마디 말이 떨어지기를 소원하게 한다. 직업조차 배우인 그에게는 실로 어마어마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작 ‘응답하라 1988’에서 그의 무기는 특히 빛을 발했다. 흔히 눈빛연기가 좋았다는 평으로 이어진 장면들은 대부분 바스트샷을 넘어 얼굴을 최대한 당긴 클로즈업에서 발현됐는데 17회에서 잠결에 깼다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덕선(혜리 분)을 바라보던 그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제작진에서는 이를 놓치지 않았고, 보란 듯이 정면 클로즈업을 방송 장면으로 택했다. 사실 너무 정직한 정면 클로즈업은 그 어떤 도움도, 피해갈 여지도 없어 배우들에게는 꽤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칫 가벼운 연기력이 들통 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 그러나 박보검에게는 오히려 득이 됐으니,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각설하고, 기자는 오로지 ‘배우’ 박보검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궁금했다. 그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결과일까 다분히 교과서적인 답변이 즉각적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말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솔함이 있었다. 이제 그의 말을 들어보자.

기자는 먼저 매체들과의 인터뷰로 ‘응답하라 1988’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물었다. 거창한 답변을 줄줄이 늘어놓을 법도 하건만 박보검은 “‘응답하라’로 많은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되게 재밌었고,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뜻밖에 명료한 답변을 내놓았다.

‘응답하라 1988’ 속 ‘최택’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만족했던 내지 대견했던 때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버지 ‘최무성(김무성 분)’과의 대화를 꼽았다. “대견했다? 솔직히 자기 연기를 보면서 만족을 느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 내가 정말 택이였구나, 택이 같았구나 생각했던 건 최무성 선배님이랑 저랑 같이 밥 먹으면서 ‘아들이 하지 말라면 안 할게, 나도 내 옆에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선영 엄마(김선영 분)랑 재혼하고 싶다는 말씀을 꺼내실 때, 그 때 선배님 눈을 보면서 연기할 때 굉장히 울컥하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펑펑 울어가지고.. 찍을 때도 여러 각도로 많이 찍었었거든요. 그 때는 진짜 택이 같았어요.”

그렇다면 그에는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려준 최무성의 힘이 작용했을까, 최무성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낸 박보검의 힘이었을까. “두 개가 다 조화롭게 잘 된 것 같아요. 선배님 눈을 보면서 연기하는데 일단 머릿속에 대사는 입력이 되어 있는 상태잖아요. 그 말에 대한 반응을 한 거니까, 그 때만큼은 정말 온몸이 찌릿찌릿할 정도의 감정을 느꼈던 거 정말 감사했고, 해서 최무성 선배님과 나중에 또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또 많이 아쉬웠어요. 왜냐하면 최무성 선배님도 그렇고 성동일 선배님이나 다른 아버님들도 그렇고, 저는 거의 혼자 있는 장면이 많아서.. 혼자 자거나 바둑 하러 기원에 가거나, 그래서 선배님들이랑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게 좀 많이 아쉽더라고요.”

그와의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 뒤를 이었다. “뭔가 나답게 편하게 연기하는 것들을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말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서 참 감사했고 복 받았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는 대본에 워낙 자세한 지문이 있어 연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부연을 덧붙이긴 했지만 극 초반 친구들 앞에 기껏 대령한 빵과 우유가 쓸모없어진 얼쯤한 표정에서나 친구들과 한잔 걸친 술에 노곤하게 잠이 든 모습에서나 그는 이미 쌍문동 ‘등신’ 택이로 등장했다. 초반 적은 분량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만큼 그는 생활연기에서도 탁월한 매력을 어필했다. ‘응답하라 1988’로 마침내 자신의 진가가 발휘되었을 뿐 그는 이미 지난 전작들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을 받으며 비교적 다작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는데, 그런 그에게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깨달음이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 그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 할 이야기임에 분명했다.

박보검에게 ‘응답하라 1988’은 어떤 의미였을까,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축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응답하라’는 저에게 축복 같은 작품이었어요. ‘응답하라’를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제 얼굴을 알리게 됐고, 제 이름도 알리게 됐고, 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됐고, ‘응답하라’를 통해서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까지도 연장선으로 이어지게 됐잖아요.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도 나가보고 싶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친한 식구들끼리 많이 가잖아요. 만약 내가 나가게 되면 누구랑 가지? 회사 선배님들이 가시면 갈 수 있으려나 생각했었는데 그 소망이 빨리 실현된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고 가족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팬이었는데 그 시리즈 중 한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참으로 ‘박보검스러운’ 답변으로 자신의 인생작 ‘응답하라 1988’을 정리했다.

박보검은 현재 영화뮤지컬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최근 그가 학과 발표회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가 박보검은 어땠을까.

직접 무대연출을 맡아본 소감을 묻자 박보검은 사뭇 진지해진다. “그 자리가 참 무겁더라고요. 연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굉장히 어려웠어요. 연출에 대해서 한 번도 공부해 본적도 없고, 그냥 학생 연출가고.. 안톤 체호프의 ‘고백: 곰, 청혼’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아.. 이게 뭔가.. 지휘랑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모든 배역에 대한 스타일도 다 알고 있어야 되는 거고, 각자 배우에 대한 성향도 알아야 되는 거고, 소품, 미술, 조명, 거의 모든 것들을 다 머릿속에 두고 있어야 되는 거고, 대본도 다 알고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진짜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감독님이랑 연출하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라며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무대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가로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을까, 결과가 만족할 만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그리는 그림대로 나오길 원했었고, 일단 그 작품이 희극이다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웃고 가는 연극이었으면 좋겠고, 다소 무거운 작품이더라도 조금은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어요. 헌데 그 먼 학교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그게 참 감사했죠.”라며 먼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가 학교에 못 나가더라도 말없이 잘 따라와 주고, 1학년 연출 전공인 친구가 도와줬거든요, 잘 이끌어준 팀들에게 정말 고맙고.. 많이 경험했어요, 연출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구나..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연기부터 잘 해야겠다 싶었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을 박보검은 저녁 무렵 이미 눈이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연기와 연출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그의 눈빛은 그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티 없이 반짝인다.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그의 어조는 흔들림이 없고 가만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그의 모습은 우스갯소리로 주머니에라도 훔쳐가고 싶은 정도다. 여기에는 분명 그의 예의바른 인성도 한몫을 단단히 했는데, 그는 기자가 웃자고 한 농담에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어려서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쓰니 정말 감사할 일이 많아지더란다.

그렇다보니 바로 직전 뷰파인더에서도 확인한 박보검의 무표정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그런 박보검을 흔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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